19. 슬픔 한 가운데서도
모세는 백성이 속죄제물로 바친 숫염소를 애써서 찾아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타 버리고 없었다. 모세는 아론의 남은 두 아들, 엘르아살과 이다말에게 화를 내면서 다그쳤다. “어찌하여 너희는 성소에서 먹어야 할 그 속죄제물을 먹지 않고 불살랐느냐? 속죄제물은 가장 거룩한 것이 아니냐? 너희가 주님 앞에서 회중의 죄를 속하여 주어서 그들이 용서받게 하려고, 이 제물을 너희에게 먹으라고 주신 것이 아니냐? 그것은 성소 안에까지 피를 가지고 들어가는 제물이 아니므로, 너희는 내가 명령한 대로, 그 제물을 성소 안에서 먹었어야만 했다.” 이 말을 듣고, 아론이 모세에게 대답하였다. “보십시오, 오늘 내 아들들이 속죄를 받으려고 주님 앞에 속죄제물과 번제물을 바쳤습니다. 그런데 이런 참혹한 일이 오늘 나에게 닥쳤습니다. 그러니 내가 무슨 염치로, 오늘 그들이 바친 속죄제물을 먹는단 말이오? 내가, 그들이 제물로 바친 고기를 먹으면, 주님께서 정말 좋게 보아 주시리라고 생각합니까?” 이 말을 듣고 보니, 모세도 그렇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위 10: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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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문의 장면은 아론의 인간적 고뇌가 깊게 묻어나고 있습니다. 이 사건 직전에 아론의 아들들인 나답과 아비후가 하나님이 명령하지 않은 ‘다른 불’을 드리다가 죽임을 당하는 끔찍한 일이 있었습니다. 아론은 졸지에 두 아들을 잃었지만, 제사장으로서의 직무를 계속 수행해야 하는 가혹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런데 모세는 화목제와 속죄제 규례에 따라 제사장이 먹어야 할 속죄 제물의 고기가 사라진 것을 발견합니다. 규정에 따르면 피를 성소 안으로 들이지 않는 속죄 제물은 제사장이 거룩한 곳에서 먹어 백성의 죄를 짊어져야 했습니다. 그런데 아론의 남은 아들 엘르아살과 이다말은 그 고기를 먹지 않고 불살랐습니다. 그래서 모세는 엄하게 질책합니다.
그런데 아론은 모세의 질책에 대해 “이런 참혹한 일이 내게 닥쳤는데, 내가 어떻게 고기를 먹으며 기뻐할 수 있겠느냐”라고 반문합니다. 이는 단순히 슬퍼서 입맛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아들들의 죽음이라는 심판 아래 있는 상황에서 제물의 고기를 먹는 것이 과연 하나님의 거룩함에 합당한 태도인가를 묻는 신앙적 고뇌입니다. 아론은 율법의 문자적 규정보다 그 법에 담긴 정신과 제사장이 가져야 할 태도와 상황을 살핀 것입니다. 아론은 자식을 잃은 극한의 슬픔 속에서도 자신이 제사장임을 잊지 않습니다. 감정에 휘둘려 제사를 망친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를 고민합니다. 그래서 모세도 이해했던 것입니다.
기도 : 하나님! 우리에게 거룩함을 지키는 마음을 주소서.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주님 앞에만 설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눈치보지 않고,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지 않고, 하나님 앞에 꼿꼿이 서서 주님의 말씀에만 귀를 기울이는 단단한 믿음을 주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