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린 80여명, '섬돌향린'으로 새출발
[임보라 목사 인터뷰] '수년에 걸친 검토와 토론, 힘들지만 해냈다.'
'대형교회 분점으로 오해 싫어 '향린' 포기할까도…'

에큐메니안 2012년 12월 28일 (금) 07:37:38
고수봉gogo990@hanmail.net 

한국교회에서 진보적 역할과 실험들을 감당해온 향린교회가 60주년을 맞아 분가선교를 결의하고 실행하게 된다. 80여명의 교인들이 참여하여 마포구 성산동에 건립예정인 인권센터 내에 자리잡게 될 교회는 ‘섬돌향린교회’이다. 섬돌향린교회를 맡게 될 목회자는 지난 해 11월, 향린교회 임보라 목사로 결정됐다. 임 목사를 만나 독특한 향린의 분가선교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9397_14478_5047.jpg향린교회 임보라 부목사. ▲ ⓒ에큐메니안


향린교회가 분가를 하게된 배경과 경위는?
향린교회의 초기에도 안병무 선생님에 의해서 분가선교는 제기된 바 있다. 안병무 선생은 “목사는 자기 양의 이름과 사정을 알며 양은 자기 목자의 음성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며 “100명쯤을 담당하고 그 외는 구경꾼으로나 손님으로 취급할 것.”이면 분가하실 것을 말씀하셨다. 목회자가 교인들을 상황을 모르는 것은 교회 공동체로써 의미가 없기에 작은 공동체를 지향해온 것이다.

현실적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미 93년 창립 40주년을 맞아 강남향린교회를 분가했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한 40주년을 맞아 발표한 <교회갱신선언>을 통해 5백명을 최대 인원으로 하는 “교인 정원제”를 실시하고 초과 시 분가선교를 실행할 것을 고민해 왔다.
그러던 중, 교회의 출석인원이 4백여명을 넘으면서 본격적인 분가선교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으며, 2000년대 초반부터 설치되었던 교회 내 분가선교연구위원회에서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분가선교추진위원회에서는 분가교회의 예산과 참여 인원, 지역, 목회자에서부터 교회모델과 선교방향 등 면밀히 내용을 검토하고 의견을 조율해왔다.
지난해 11월 공동의회를 통해 파송목회자와 분가선교 실행을 결의하고 참가교인 신청, 분가를 위한 ‘새싹틔움예배’를 주일예배로 드린 후, 분가교회에 참여할 교우들을 중심으로 이웃교회 탐방 등 지속적인 모임을 통해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를 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 11월 공동의회를 통해 예산 8억여원이 최종적으로 결의되고, 성인교인 80여명, 장소는 마포구 성산동 인권센터 3층에 자리잡게 되었다.
2004년 즈음에 분가선교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설문조사를 시작으로 다양한 조사와 연구, 검토, 의견조율 등 점차 구체화시키면서 2012년 11월 공동의회를 마지막으로 논의 절차를 모두 마친 상태이다. 내년 1월 첫주 ‘향린교회의 분가 및 섬돌향린의 설립’을 위한 ‘나눔과 세움’ 예배를 드린 후 둘째주부터 분가되어 활동하게 된다.


분가를 결정하게 되면서 가장 큰 어려웠던 점은?
‘집을 나눈다.’는 의미처럼 함께 신앙생활을 해나가던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나눠진다는 것, 빠듯한 생활을 하는 중에 재산이 나뉘게 되는 것은 (규모 측면에서)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물론 향린의 교인들은 분가선교의 당위성, 의미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분가를 위한 시기, 예산, 교인규모 등 막상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는 조금 다르게 되더라. 향린교회가 선교를 지향해 나가는 만큼 해야할 일들이 많은 상황에서 분가로 인해 축소되는 예산, 주요활동 교인들의 분리 등이 예견되기 때문이다.
또한 오랜 논의 기간을 거쳤음에도 분가교회에 대한 다양한 상과 이해가 존재했었다. 의견을 하나로 조율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향린의 재적 교인이 7백명을 초과하다 보니 서로의 생각을 서로 알아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분가교회 논의를 통해 교회에 대한, 선교에 대한 서로 간의 온도차를 확인하게 되었다.
우리의 이념과 지향을 몸으로 살아내는 것이 매우 어렵다. 또한 (어느 기준에서) 향린은 많이 가진 쪽에 속하는데, 많이 가질수록 나누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을 느꼈다. 하지만 ‘향린은 결국은 해내는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는 의견조율 과정에서 확인한 서로 다른 생각들을 정리해 나가는 것이 향린교회의 남은 큰 과제이다.



9397_14476_4959.jpg

분가와 분립, 개척의 차이는?
향린의 경우로 예를 든다면 강남향린의 경우 개척에 가깝다. 일정의 자산이 투여되긴 했지만 교인을 나누는 것보다는 극소수의 교인과 목회자, 적당한 예산을 투여해 교회를 세웠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경우, 개인의 사비를 투여하여 자생적으로 개척하는 교회 설립 방식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한 병폐도 크다고 본다.
이와 다르게 분리와 분립이 있는데, 제 개인적인 이해를 기준으로 분리는 큰 덩어리에서 일부를 떼어내는 것이라고 한다면 분립은 동등한 수준에서 나뉘는 것을 이야기 한다. 또한 동등한 규모로 분리된 교회는 기본적인 이상과 공동의 정신은 공유하겠지만 서로 수평적 관계로 자립되는 것을 말한다.
현재 대형교회에서 분립 또는 분가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교회 건립은 단순한 분점을 내는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 그로 인해 교인의 수평이동, 지역 소교회의 위기 등 수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섬돌향린’의 의미는?

설립위원회에서 여러 이름이 공모되었고, 공동의회를 통해 최종 결정된 이름이다. 섬돌은 순우리말로써 집채와 뜰을 오르내릴 수 있게 만든 돌층계를 말한다. 자신의 몸을 밟고 서도록 몸을 내어주는 섬돌처럼 하나님의 집 마루에 소외된 이웃들이 밟고 설 수 있도록 내어주는 공동체가 되길 희망하는 의미로 10월 공동의회에서 투표를 통해 확정했다. 또한 평범하고 투박하지만 꼭 필요한 돌, 안과 밖의 구분하는 섬돌처럼 경계를 넘어서는 공동체에 대한 희망도 담고 있다.
‘향린’이란 이름을 붙이는 문제에 대해서도 토론이 있었다. 이전과는 달리 다른 대형교회와 똑같이 분점의 형태로 오해할 만한 이름이 될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분가교회에 참여한 사람들 서로가 ‘향린’이 부끄럽거나 감추고 싶은 이름이 아니라는데 공감을 했다. 또한 섬돌향린이 단순히 향린을 모방하거나 수직적 관계의 분가교회는 아니지만 향린의 창립 정신을 공유하기 때문에 이름을 함께 쓰기로 결정했다.

9397_14477_5035.jpg
섬돌향린은 인권센터와 한 지붕을 쓰면서 사회적 선교에 대한 공조를 모색할 것이라고 한다. ▲ ⓒ에큐메니안

여자 목회자로서 분가교회의 목회는 이례적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농촌과 섬, 산간지역에서 힘들게 목회하고 있는 여성 목회자들을 생각하면 큰 교회에서 분가선교로 목회를 시작하게 된 것은 좋은 여건이라고 스스로도 생각한다. 서울만 보더라도 목회자가 되는 것도, 한 교회에 담임을 맡는 것도 손에 꼽을 정도로 여성 목회자에게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통계도 나와 있지만 신학교와 전임 전도사 과정에서의 여남 숫자가 비슷한 수준인데, 안수 받는 목회자로 보면 여성의 수치는 급감한다. 그런 면에 있어서도 여성 목회자가 분가라는 방식으로 한 교회를 맡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건강한 목회로 좋은 선례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더 많은 기회들이 여성 목회자들에게 주어졌으면 좋겠다.


교회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강정마을,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등으로 대표되듯 우리 사회에 산적해 있는 문제들이 너무 많다. 대선이후 연일 목숨을 끊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교회는 암흑 속에서도 참된 희망을 주는 발신지가 되어야 한다.
기독교가 사회에 참된 희망을 전해주지 못해 왔다. 스스로 교회는 공공성을 회복함으로 존립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향후 5년을 바라보면서 새롭게 설립되는 교회는 지역공동체와 작은 것부터 서로 나누고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국가의 폭력과 비상식적 상황에 올바른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는 예언자적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섬돌향린의 포부와 비전을 밝힌다면?

끊임없이 갱신되어야할 교회로써 사회선교 만이 아닌 교단과 사회 내부에서 충실히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평신도 교회를 지향해 가는 면에 있어서 선교와 예배, 교육 등 의미있는 교회의 모델들을 만들어 갈 것이다.

9397_14479_857.jpg
▲ 출처:향린교회 홈페이지

*섬돌향린교회 향후 일정
2013년 1월 6일 오전11시 향린교회 3층 예배실 <나눔과 세움 예배>
2013년1월 13일 오전11시 성민산공동체 '문턱없는 밥집' 섬돌향린 첫 주일예배
※ 섬돌향린교회는 인권센터 리모델링 공사가 마무리 될 때까지 '문턱없는 밥집'에서 주일 예배를 드리게 된다.(2호선 합정역, 6호선 망원역에서 도보로 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