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신 하느님!

생명의 봄비가 어머니 대지 위를 촉촉이 적시는 5월 둘째 주

향린의 지체들 한자리에 모여 예배드리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가이사랴 고넬료의 집에서 베드로를 통해 모든 민족에게 보이셨던

성령강림 역사의 경이로움을 기억하고 있는 일곱 번째 부활주일

지혜와 사랑의 영을 주시어 당신을 알게 하시고

마음의 눈을 밝히시어 하늘나라의 소망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향린 교회를 만드신 하느님!

65년전 전쟁의 깊은 절망 속에서 당신께 간구했던

열두명의 젊은이를 기억해봅니다.

공동체적 교회, 평신도 교회, 입체적 선교 교회, 독립교회.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암담한 현실에서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불의한 권력과 맞서는 예언자적 역할을 감당하고자 했던 그들

그 귀한 신앙을 이어받아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가는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전통을 만들어 가는 우리가 되게 하소서!

 

어버이이신 하느님!

하늘이 있고 땅이 있듯, 어제가 있어 오늘이 있듯

대대로 이어진 인연의 끈으로

항상 내 가슴 속에 계십니다.

외로울 때나 쓸쓸할 때나,

언제나 나의 힘이 되시어 나를 이끌어 주십니다.

험난한 바람에도, 눈보라에도, 천둥 번개치는 밤에도

아득히, 가득히 속삭이는 눈물, 속삭이는 기쁨

어버이를 통해서 하느님을 만납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고 외치던 님이여!

지금은 깃발만 나부끼지만 새날이 올 때 까지 흔들리지 말자던 님이여!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깨어나서 뜨거운 함성으로 외치던 님이여!

울부짖는 풀꽃들의 애잔한 손을 앞서서 목숨으로 붙잡아준 님이여!

세월은 흘러도 어둡고 깊은 골짜기까지 향기롭게 피어나는 님이여!

산천이 다시 살아나 죽음과 절망에서 걸어 나와 희망을 꽃피운 님이여!

그날의 의로운 님의 불씨로 민주주의 화로는 영원토록 활할 타오르리니

이제는 편히 잠드소서! 우리 살아 있는 자가 앞서서 나가리니!

 

오늘은 교회 부지 매각을 위한 공동의회가 있습니다.

앞으로의 긴 여정에 함께 하시어 과정마다 분별케 하옵소서!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어려움 중에서도 교회의 이전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분들의 노고를 주님 기억하여 주옵소서!

 

지금 이 시간 사랑하는 교회를 안타까이 바라보며

교회 앞 길바닥에서 예배드리고 있을 우리의 형제, 자매를 생각합니다.

강남 향린 교우들과 함께 하는 이들의 기도가 폭력적인 재개발 사업을

하느님의 시각으로 다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게 하소서!

 

성가대와 예향의 아름다운 찬양을 기쁘게 받으시고

교회학교, 식당, 주차장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봉사하는 손길들 주님 축복하여 주소서.

이 자리에 나올 수 없는 병상의 교우들을 위해 간구합니.

봄날 따사로운 생명의 기운으로 외로운 시간을 이겨내게 하소.

군 복무와 유학중인 교우들을 주님 온전히 인도하여 주소서.

특별히 오늘은 스무 한해동안 성가대 지휘자로써

아름다운 찬양을 인도해 오신 조계연 집사님의 헌신을 기억하여 주소서.

 

오늘 이병일 목사님의 `예수승천 이후에` 말씀을 통해

닫힌 마음 열고 결단하는 귀한 시간 되게 하소.

 

이제 고요함 중에 은밀히 말씀하시는

당신의 음성을 듣겠습니.

말씀하소!

 

(2)

이 땅에 생명이요 부활의 영으로 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하였습니다. --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