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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눌수록 커지는 것을 진짜 믿습니까?
향린교회 '나눔과 세움' 예배 통해 마포에 '섬돌향린교회' 분립 공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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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롭게 분가하는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와 교우들이 '명동향린교회' 교인으로서의 마지막 기념 촬영에 임했다.

평신도 교회로서의 창립 정신을 계승하고 교회 갱신선언서의 정신을 살려 분가선교를 추진, 실천한다.

- 향린교회정관 제13장 제52조 -

교회의 크기를 성인 교인 500명을 최대 인원으로 하는 ''교인 정원제''를 실시하고, 그 이상의 인원이 되면 분가선교를 실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 교회가 지나치게 비대해져서 대형교회가 되는 것은 선교적, 목회적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대형교회는 교인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 교회당을 증축하거나 멀쩡한 교회당을 헐고 신축함으로써 예산 낭비가 심할 뿐 아니라, 사회선교에 쓸 예산을 교회 자체를 유지하는 데 쓰게 되는 등 그 병폐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형교회를 목회하는 목회자는 불가피하게 경영자로 전락하게 마련이다.

- 향린교회 갱선선언서 제3의 17.

향린교회(한국기독교장로회)가 설립당시의 정신과 자신들이 세운 원칙을 따라 또 하나의 교회를 분립했다. 개념은 정관에 명시돼 있는 대로 ‘분가선교’. 방식은 '새로운 지역에 목회자, 교인, 재정(자금)을 함께 파송하는 방식'되겠다.

향린교회는 이미 창립 40주년인 지난 1993년 서울 송파동에 강남향린교회를 분리, 설립한 바 있다. 강남향린교회는 2004년, 당시 담임목사였던 김경호 목사가 직접 교인 1/3과 함께 다시 분가해서 또 하나의 교회를 설립했다. 천호동에 위치한 들꽃향린교회다. 이번에 설립된 섬돌향린교회를 포함하면 향린교회는 총 4개의 교회로 분리됐다.

창립 60주년을 기념하여 분립되는 섬돌향린교회는 부목사였던 임보라 목사와 시무장로 3명을 포함한 교인 80여 명이 함께 참여한다. 섬돌향린교회는 오는 4월 완공을 앞두고 있는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인권센터 공간에 들어서게 되며, 인권센터가 지어지기 전까지는 인근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문턱 없는 밥집’에서 예배를 할 예정이다.

어제 오전 11시, 명동향린교회 대 예배실에서 향린교회-섬돌향린교회 ‘나눔과 세움’예배가 열렸다. 신년하례회를 겸하여 열린 이 예배는 지난 2011년 5월 당회(감리교 기획위원회)에 분가소위원회를 구성, 2년여의 준비과정을 거쳐 새롭게 출발하는 섬돌향린교회의 교회분립을 선포하고, 이를 축하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오늘 예배 중에는 새해 첫 주일을 맞아 모든 교인들이 자신의 이름이 써진 십자가를 재단에 다는 ‘십자가 달기 예식’과 함께 ‘섬돌향린 나눔과 세움’ 행사가 진행됐다.

섬돌향린교회 초대 담임목사로 예정된 임보라 목사는 교우들에게 전하는 인사말에서 ‘맘몬이 하느님의 자리를 빼앗아 가려는, 탐욕이 지배하는 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하면 하느님의 뜻대로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또한 폭력이 지배하는 (불의한)현실에서 평화로 폭력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 섬돌향린교회의 목적(mission statements)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린교회는 안병무, 이영환, 장하구, 이종완, 홍창의, 한철하 등 6명의 신앙동지들이 모여 공동체적 교회, 평신도(적) 교회, 입체적(유기적)교회, 독립교회를 표방하며 전쟁이 채 끝나기 전인 1953년 5월 17일 창립예배를 시작으로 설립된 교회로 지금까지 활기차게 이어져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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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보라 목사가 마지막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임목사는 '섬돌향린교회는 '맘몬'이 아니라 '하느님'이 다스리시는 세상, '폭력'이 아니라 '평화'가 지배하는 세상을 위해 앞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P. S.

1. 향린교회는 소위 말하는 진보적 교회다. 그러나 향린교회만 그런 것은 아니다. ‘가난한 이웃을 돌보고, 힘없고 소외된 사람을 살피는 것이 교회의 책무’라는 것에 이견이 없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교회는 ‘진보’ 혹은 ‘진보적’이다.

그런데 한국 교회 안에 묘한 심리적 기제가 작동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가령 독거노인에게 쌀을 나누어 주거나 고아원에 성금을 전달하는 것과 같은 직접적인 구제 행위에 대해서는 ‘교회가 당연히 할 일’이라고 여기면서도, 그러한 가난과 절망을 야기한 구조적인 모순과 완고한 정책에 대해서 반대하고 행동하는 것은 ‘종북 좌파’ 운운하며 극도로 경계하는 이중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가만히 따져보면, 그거나 이거나 ‘초록이 동색’임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이런 심리, 일종의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이라 부를 수 있겠다.

2. 한국 교회의 대형화 추세가 이미 도를 넘은지 오래다. 아무리 부정하려해도 교회의 양적 대형화, 교회건물의 고급화 경향은 이미 교회가 멀게는 제국주의적인 사유로부터, 가깝게는 신자유주의적인 세속적 가치에 종속됐다는 증거로서 충분하다.

또한 교회의 대형화는 교회의 본래 존립 목적과는 완벽하게 불일치를 이루는 것은 물론, 향린교회의 갱신선언서가 지적하는 것처럼 그 폐해가 사뭇 심각하다. 그런 의미에서 향린교회의 ‘분가선교’ 모델은 한국교회가 본받아야 할 하나의 대안으로서 조명받고 연구되어져야 한다.

소위 대형교회 ‘목사님들에게 교회가 누구거냐?’고 한번 물어보라. 그럼 적어도 ‘내 꺼는 절대 아니’라는 대답은 들을 수 있을게다. 그렇다면 ‘개신교회의 전도 혹은 개신교인 만들기’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한 이 시기에 ‘교회가 교회를 개척하는 모델’이든 혹은 ‘분가선교’든 '하느님을 주인'으로 모시는 한국 교회 전체를 위해서는 실행에 옮기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내 꺼’라고 생각한다면 모르지만 말이다.

방법을 모르겠다면 향린교회로 연락가능하다. 분립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준비 과정에서 야기되는 문제와 해결책은 무엇인지 상세하게 안내받을 수 있을 것이다.

향린교회 홈페이지 www.hyanglin.org
전화번호 02-776-9141, 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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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린교회 전경 향린교회는 소위 '진보적'교회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웃을 살핀다는 측면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교회는 '진보' 혹은 '진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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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자가 달기 예식' 모든 교인들이 자신의 이름이 적힌 십자가를 들고 나와 주님의 십자가와 자기의 십자가를 나란히 걸며 '하느님 나라'에 대한 헌신을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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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예배를 통해 섬돌향린교회를 분가하며 '나눔(分)과 세움(立)'의 예식이 거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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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동향린교회와 섬돌향린교회 교우들이 마지막 석별의 정을 나누고 있다. 인사를 나누는 교우들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져나왔다. 그렇듯, 주님의 길은 울고서라도 가는 길이다. 그대 가는 길에 주의 영광 있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