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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나눔

살을 가진 존재

by phobbi posted Sep 27, 2026 Views 2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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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6-09-27

2026. 09. 27.

 

“사물”과 “인간” 사이의 매우 단순하면서도 명백한 구별은 복음서의 사유의 맥락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 ‘말씀의 육화’를 따라서 정의된 그리스도의 인격에 대한 우리의 첫 번째 반성에서 인정해야 했던 것처럼 여기서 문제시되는 인간은 살아 있는 존재다. 이 육화된 존재들(êtres incarnés)은 사물과 같은 신체(corps) - 즉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객관적인 물질적 신체 - 를 가진 존재가 아니다. 그 존재는 살(chair)을 가진 존재이며, 실제로 살은 감각적이고 정서적이며 역동적인 인상들의 움직이는, 찢을 수 없는 총체로서, 살의 존재인 우리의 구체적 실재를 이룬다. 육화된 존재들은 배고픔, 갈증, 추위, 충족되지 않은 욕구로 인한 불편함, 노력의 고통, 방해물에 대한 두려움, 자신에게 맞서거나 자신보다 큰 어떤 것을 향한 원한, 자신보다 열등하거나 그렇게 생각되는 것들에 대한 경멸을 느낀다.

 

말하자면 이러한 육화된 존재들이 상대해야 하는 세계는 더 이상 순수한 정신, 이성적 주체가 직면하는 세계 - 모든 감각적 성질이 떨어져 나가고 수학적 매개변수들에 의해 정의되는, 그 자체로 추상적인 대상들을 가진 이론적 지식과 과학의 추상적 세계 - 가 아니다. 육화된 존재들의 세계는 생명이 부여하는 모든 가치를 담고 있는 욕구와 정서를 따라서 분할되고 규정되는 감각적 대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점에서 인간들의 세계는 살아 있는 자들의 세계, 생명의 세계(monde-de-la-vie) - 독일철학의 용어로는 생활세계(Lebenswelt) - 이다. 그리스도교에서 인간존재와 세계 사이에 확립한 대립은 인식 주체와 인식 대상 사이의 이론적 구별이 절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살의 실체를 형성하는 욕구, 충동, 감정에 상응하는 가치들의 세계, 육화된 존재들의 것인 생명의 세계로부터 그 존재들을 분리해낸다. 이 대립은 살로 살아가는 ‘자기’로 이해되는 인간이 인간의 생명에 유용하고 인간의 생명으로부터 가치를 획득하는 사물 들의 총체보다 우위에 있음을 긍정한다.

 

미셀 앙리 지음/김동규 옮김, <그리스도의 말>(이학사, 2026. 08. 20. 1판 1쇄 발행), 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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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느끼는 존재이고, 가치는 그 느낌에서 나온다.

사물의 몸(corps)은 만져질 수는 있어도 스스로를 느끼지 못한다.

살(chair)은 배고픔과 추위와 두려움과 원한을 겪으며 자기 자신을 겪는다.

그리스도교는 이 살의 자리를 기억하는 종교다.

 

갈릴레이 이래로 과학은 세계에서 수학적 매개변수만 남겼고,

그 추상의 세계에서 인간은 측정가능한 신체, 곧 하나의 사물이 되었다.

그러나 요한복음의 말씀처럼 말씀이 곧 살이 되었다는 고백은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사물로 환원될 수 없는 살의 자리를 지닌다는 것을 일깨운다.

 

인공지능 시대, 인간은 점점 데이터와 지표로 다루어지고

사물은 인간처럼 말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말은 진정 고통을 겪는 살에서 나오는가?

 

- 향린 목회 693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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