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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묵상

114. 삶의 리듬

 

너희는 한 해에 세 차례 나의 절기를 지켜야 한다. 너희 가운데 남자들은 모두 한 해에 세 번 주 하나님 앞에 나와야 한다.(출애 23:1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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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변화와 해가 뜨고 지고, 사계절의 주기적인 순환을 통해 인류는 시간에 대한 감각을 익혀 왔습니다. 시간 그 자체가 무엇인지 알기란 매우 어려운 문제이지만 인간은 하루를 24시간으로, 일 년을 365일로 정하고 일정한 주기에 따라 삶을 이어갑니다. 농경사회에서는 자연의 변화에 민감했기에 절기들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왔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세 가지의 큰 절기가 있었습니다. 출애굽기 2314-16절에 나오는 무교절(無酵節), 맥추절(麥秋節), 수장절(收藏節)입니다. 성경은 이 절기에 성소로 나아와 하나님께 감사 예물을 드리고 축제를 열라고 말합니다. 본래 이 축제들은 가나안의 농경문화에서 생겨난 것입니다. 무교절은 4월말이나 5월 초 봄으로 보리를 거두고, 맥추절은 6월로 밀을 거두며, 수장절은 9월 포도와 올리브를 수확하는 때였습니다. 맥추절의 히브리어는 그냥 수확의 절기인데, 맥추절로 번역되어 마치 보리를 수확하는 때로 착각할 수 있으나, 밀을 수확하는 때입니다.

 

이런 가나안의 절기들이 신앙적 맥락에서 새롭게 해석되고 지켜집니다. 가나안의 보리 수확 축제를 이스라엘 사람들은 애굽에서 빠져나온 때를 기억하며 무교절로 지키고, 유월절과 무교절로부터 7주 뒤에 밀 걷이를 마무리하면서는 시내산에서 율법을 받은 사건을 기념하는 축제로 발전시킵니다(출애 19). 포도와 올리브 수확 축제 또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돌보셨던 광야의 전승과 연결되어 초막절로 지키게 됩니다(레위 23:33-44).

 

오늘날 그리스도교는 창조절과 대림절, 성탄절과 주현절, 사순절과 부활절, 성령강림절기들을 기억하며 신앙인으로서의 삶의 리듬을 만들어 갑니다. 농경시대의 각종 절기가 공동체의 일치와 조화, 하나됨에 큰 역할을 하고, 삶에 생기를 불어넣었다면, 그것에 신앙적 의미를 추가한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오늘날 도시 문명을 사는 현대인들에게도 다시 절기의 감각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교회력 또한 삼일절, 광복절, 추석과 같은 이 땅의 역사와 문화, 절기를 고려하면서 토착화할 수 있는 방향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도: 하나님, 할 일이 없어 빈둥대거나, 너무 많은 일 속에 파묻혀 살지 않게 우리를 지켜 주소서. 적절하고 균형 잡힌 삶의 리듬을 찾게 하시고, 민족의 역사와 전통, 신앙의 의미를 되새기는 축제와 절기들을 기억하고 삶에 기쁨과 감사가 넘치게 하여 주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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