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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묵상

101. 더딘 발전

 

어떤 사람이 자기의 남종이나 여종을 몽둥이로 때렸는데, 그 종이 그 자리에서 죽으면, 그는 반드시 형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들이 하루나 이틀을 더 살면, 주인은 형벌을 받지 않는다. 종은 주인의 재산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자기 남종의 눈이나 여종의 눈을 때려서 멀게 하면, 그 눈을 멀게 한 값으로, 그 종에게 자유를 주어서 내보내야 한다. 그가 자기 남종의 이나 여종의 이를 부러뜨리면, 그 이를 부러뜨린 값으로, 그 종에게 자유를 주어서 내보내야 한다.(출애 21:20-21, 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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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등한 지위나 신분을 지닌 사람들이 서로 싸우다가 상해를 입힐 경우 동태복수법을 적용하지만, 주인과 종의 관계는 다른 법이 적용됩니다. 우선 종은 주인의 재산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합니다. 그래서 체벌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몽둥이로 때렸는데, 즉사하지 않고 하루나 이틀을 더 살다가 죽으면, 죽음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을 주인에게 돌리지 않습니다. 주인은 형벌을 면합니다. 이 조문은 그 자체로 주인과 종 사이에 존재하는 불평등과 종의 형편이 얼마나 낮은 것인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불평등한 사회의 반인권적 법률이 19세기 중반까지도 유럽과 미국에서 통용되었고, 노예제도를 정당화하는 성서의 가르침으로 오용된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사실 주인과 종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위의 규정은 진일보한 것입니다.

 

구약의 율법이 영향을 받은 함무라비 법전에는 종을 죽인 주인에 대한 처벌 조항이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종을 때리다가 눈을 멀게 하거나 이를 부러뜨리는 경우에 구약의 율법은 자유인이 되도록 규정하지만, 함무라비 법전에는 이에 대해서도 주인이 받아야 하는 처벌이나 지켜야 하는 규정 자체가 없습니다. 다만 타인이 자기 종에게 상해를 입혔을 때에는 타인이 그 종의 주인에게 몸값의 반을 배상하게 하는 법만이 존재합니다. 즉 종은 철저하게 배제됩니다.

 

따라서 주인이 종을 때려 즉사한 경우 주인도 반드시 형벌을 받는다는 조항은 진일보한 법률이었던 것입니다. 심지어 사마리아 오경에는 주인도 반드시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되어 있고, 탈무드에는 주인도 참수형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21세기의 인권감수성으로 보자면 오늘 출애굽기의 말씀도 터무니없는 것이지만, 이런 더디고 더딘 진보를 통해 오늘날이 된 것입니다. 노예제도가 공식적으로 없어지는 데 수천 년이 걸린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저지르는 또 다른 차별들 또한 수백 년 뒤 후손이 볼 때는 용납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한걸음 나아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꾸준한 발걸음이 좋은 법과 사회를 만드는 것은 분명합니다.

 

기도: 하나님, 세상의 모든 불평등을 없애 주소서. 차별을 철폐하여 주소서. 능력주의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온갖 폭력과 반인권적 시선들과 행위들을 치워 주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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