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주님의 밤
이스라엘 자손이 이집트에서 산 기간은 사백삼십 년이었다. 마침내 사백삼십 년이 끝나는 바로 그 날, 주님의 모든 군대가 이집트 땅에서 나왔다. 그 날 밤에 주님께서 그들을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내시려고 밤을 새우면서 지켜 주셨으므로, 그 밤은 ‘주님의 밤’이 되었고, 이스라엘 자손이 대대로 밤새워 지켜야 하는 밤이 되었다. (출애 12: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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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사이에 애굽 사람들과 주님의 백성들 운명이 갈립니다. 낮이 사람이 활동하는 때라면, 밤은 모든 이가 잠들어 있을 때입니다. 그 밤에 주님께서 활약하십니다. 사람은 멈추고 하나님은 일어나시는 것입니다. 밤이 없다면 낮도 없고, 낮이 없다면 밤도 없듯이, 낮과 밤은 서로를 이끌며 한 몸이 됩니다. 이집트의 파라오는 일개 목동 모세를 상대한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실로 그가 맞선 상대는 우주의 창조자였고,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는 분이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밤과 낮이 묶여 있듯, 하나님과 모세는 한 몸이 됩니다. 그래서 한 순간에 파라오와 모세의 위상이 바뀝니다.
모세가 보여 준 기적과 담대함, 용기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손길과 입김에 의해 형성된 것입니다. 인간의 낮은 주님의 밤이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이것을 잊고 모두 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일 뿐입니다. 물론 이런 역사와 사건을 경험하기 위해 이스라엘 자손은 430년이라는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애굽의 권력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침묵하시고, 고요하게 지켜보시며, 말없이 가르치시고, 드러나지 않게 활동하셨기에, 많은 이들이 하나님의 존재를 망각하게 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이들이 실재하시는 하나님을 느끼지도 만나지도 못합니다. 만날 생각도 없습니다. 그래서 맘 둘 곳을 찾지 못하고, 거짓 우상에 휘둘리며 허무에 빠지거나 불안에 휩싸입니다. 신 없이도 잘할 수 있다는 현대인들의 담대한 모험과 신념은 재고되어야 합니다. 물론 신에게 굴종하는 종의 삶을 살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자신의 유한성을 깊이 성찰하는 인간이 되어야 하며, 동시에 초월에 자신을 맡겨볼 줄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성경은 애굽을 나오는 이스라엘 백성을 군대라 부르고 있습니다. 주님의 능력에 자신을 맡길 줄 알 때, 그들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보내신 대리인, 하나님의 군대가 되는 것입니다. ‘사람의 낮’에 하나님의 군대로 활약하려는 사람은 늘 ‘주님의 밤’을 기억해야 합니다.
기도 : 하나님! 교만하지 않게 하소서. 나를 깊이 살피되, 주변 또한 둘러보게 하소서. 내가 일하지만 그렇게 일하도록 만드신 분의 손길을 기억하게 하소서. 밝은 태양이 빛나는 낮은 깜깜한 세월의 오랜 준비의 밤이 있었기 때문임을 깨닫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