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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나눔

침묵의 복잡함과 다층성

by phobbi posted Aug 12, 2026 Views 2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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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6-08-11

2026. 08. 11.

 

성서 서사 속 여성의 침묵을 들여다보면, 말과 침묵의 단순한 이분법을 넘어서는 복잡한 역학이 작동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여성 제자들은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았으나 진실을 굳게 붙들었다. 그들의 침묵은 복합적이었다. 침묵의 다층적 성격에 주목하는 최근 연구들은 말과 침묵의 이분법에 도전하며, 여성 제자들을 포함한 언어적 소수자들의 침묵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 주변화된 이들이 지배 체제에서 소외당하는 경험을 할 때, 언어는 더 이상 자신의 감정과 생각, 경험, 필요. 욕구를 표현하는 신뢰할 만한 매체가 되지 못한다. 언어 자체가 사회 질서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언어는 오히려 고통의 원천이 된다. 자신의 경험을 정확히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말과 침묵의 이분법은 이런 맥락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언어의 한계, 침묵을 이해하는 문화적 차이, 담론적비담론적 행위 전반에 작용하는 복잡한 권력 역학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학자 제니 에드킨스(Jenny Ed kins)는 국가 및 정치 폭력에서 살아남은 자들을 다룬 저서에서 이 딜레마를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그들이 말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고, 말하고 싶은 것은 말할 수가 없다. 그것을 담아낼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쓸 수 있는 말이라고는 자신에게 고통을 가한 바로 그 정치 공동체의 말뿐이다.” 말하라는 요구 앞에서 언어적 소수자는 어느 쪽을 선택해도 불리한 처지에 놓인다. 지배 언어를 받아들여 억압자의 방식으로 말하면, 그들의 말과 저항은 신뢰를 잃을 수 있다. 반대로 지배 언어를 거부하고 자신의 언어로 말하면, 자신의 문화와 언어, 존재를 주변화하는 개념적·언어적 들에 갇힐 위험에 처하고, 그들의 이야기는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소통은 언제나 권력관계 안에서 이루어진다 가야트리 스피박을 비롯한 많은 탈식민주의 학자가 주장하듯, 지식을 생산하는 과정 자체가 식민주의 논리를 따른다. 지식을 생산하는 주체가 타자를 자신과 동등한 존재가 아니라, 거리를 둔 채 연구하고 분석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두려움이나 충격, 혼란 때문만이 아니라 다양한 이유로 언어가 진정한 소통 수단이 되지 못한다고 느낄 때, 언어적 소수 자들은 침묵을 선택하거나 언어 외의 다른 수단을 찾는다. 말로 표현하지 못한 것들은 몸짓 언어, 준언어, 공간적 소통 등 알아보기 어려운형태로 표출되며, 이러한 방식들은 문화적 맥락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생성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침묵은 단순히 말의 부재로 설명할 수 없다. 침묵은 억압이 엄연히 존재함을 드러내는 표지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알아보기 어려운비언어적 표현들은 말로 다 담아낼 수 없는 경험을 오히려 웅변적으로 증언한다. 침묵은 억압과 주변화를 고착시키는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주변화된 이들이 보호받고자 하는 절박함, 거부하고 저항하며 항거하려는 의지를 표현하는 강력한 힘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언어에 위계가 있다는 통념은 침묵의 복잡한 성격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 결과 1세기 팔레스타인의 여성 제자들에게서 보듯 여성과 주변화된 이들을 소통 능력이 부족한 존재로 치부하는 부정적 인식을 강화한다.

 

조민아 지음/이은진 옮김, <침묵하는 신과 침묵당하는 사람들>(비아토르, 2026. 06. 15. 초판 1쇄 발행), 21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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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속에 담긴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의미를 알아채는 일이란 결코 쉽지가 않다.

그래서 일부러 노력해야 한다.

언어 자체가 사회 질서의 산물이고 고통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민감하게 받아들여

언어적 소수자들이 말 대신 드러내는 몸짓 언어, 준언어, 공간적 소통에 더욱 세밀한 감수성을 가지고 살필 일이다.

 

그래서 언어가 억압과 주변화를 고착시키지 않도록,

()언어 속에 담긴 절박함과 저항의 의지를 깨칠 수 있도록 늘 노력해야 한다.

 

- 향린 목회 646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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