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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나눔

정야(淨夜)의 종과 제야(除夜)의 종

by phobbi posted Aug 07, 2026 Views 3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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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6-08-07

2026. 08. 07.

 

매년 세밑이 되면 종소리를 둘러싸고 떠오르는 것이 있다. 내게는 동양의 종소리는 정야(淨夜)이고, 서양의 종소리는 제야(除夜)의 이미지라는 사실이다.

 

절이 많은 산골에 살고 있으면, 이른 아침과 해거름 때에 어디서랄 것도 없이 종소리가 들려온다. 더엉 하고 느리고도 무거운 그 독특한 울림은, 아침보다도 저녁답에 어울린다. 저녁 어스름이 다가올 무렵, 일에 지칠대로 지쳐서 듣는 종소리는 어슴푸레한 고독의 빛을 띠고 있다. 그림 제작에 열중한 나머지, 해가 지는 것도 모르고 전등도 켜지 않고 엷은 어둠 속의 아틀리에 안에 오두마니 혼자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는 것도 종소리가 들려오는 때일 경우가 많다.

 

그럴 때 붓을 놓으면 왠지 모르게 한숨을 쉬고 싶어진다. 어슴푸레한 어둠 속에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다 식어버린 차를 홀짝이면서 나는 무의식중에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무엇 때문이 이토록 필사적으로 애쓰고 있는 것일까. 광막한 우주의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이렇게 몸부림친다고 해서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물음을 날라오는 종소리는 나를 끝없는 적막감의 세계에 영락없이 잠기게 한다. 해일처럼 밀어닥치는 끝없는 외로움이나 커다란 허망함에 떨면서. 나는 아집에 사로잡히고 먼지를 뒤집어 쓴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그리고는 깊은 평안함을 느끼고 혼이 씻기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서양 성당의 종소리는 어떤가. 수많은 종이 땡땡땡 하고 울려 퍼지면, 이 무슨 소란하고 경박한 소리냐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럽에서, 그것도 오래된 도시나 작은 시골 동네의 이른 아침 종소리는 참으로 경쾌하고도 신선하다. 상쾌하게 깨어나게 하고, 사는 기쁨을 느끼게 하며, 모든 것을 활기차게 되살려준다. 그 명쾌하고 맑은 금속질 음색은 밝고 슬기에 차, 인간의 위대함이나 창조력을 구가하고 있는 것처럼 들리는 것이다.

 

나는 유럽에서 제작을 하거나 여행을 할 때, 종소리를 들으면 언제나 더 강렬하게 적극적으로 하자, 더 번뜩이고 빛나도록 멋있게 살자고 생각한다. 서양 좋은 동양 것에 비하면, 결코 혼을 뒤흔드는 듯한 장중한 것은 아니지만. 그 대신 어둠을 물리치고 스스로의 삶을 설레이게 하는 힘을 갖고 있는 듯한 느낌이 자꾸만 든다.

 

서양이건 동양이건 어느 쪽도 다 종소리는 저마다의 시대나 세계를 지니고 나를 분발시켜줘 고맙다.

 

이우환 지음/서인태 옮김, <시간의 여울>(디자인하우스, 1994. 9. 27. 12쇄 펴낸날), 9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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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하루 어떤 종소리를 들으며

내 마음을 깨울 것인가!

 

- 향린 목회 642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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