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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나눔

의견과 정체성

by phobbi posted Sep 29, 2026 Views 1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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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6-09-29

2026. 09. 29.

 

증대하는 무존중, 즉 타자의 입장에 자신을 이입[빙의]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민주적 논의를 위태롭게 만든다. 우리는 타자의 의견에 대한 존중을 점점 덜 느낀다. 심지어 우리는 그들을 증오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그들을 우리의 판단으로 설득해 들이기는커녕, 맞서 싸우려고 한다. 논의(Diskurs)의 실천은 자기의 정체성에 대한 위협을 느끼지 않으면서, 타자의 의견을 받아들여 자기 의견을 기꺼이 포기하거나 수정하는 태도를 함축한다. 이상적 [형식의] 논의에서는 의견과 정체성이 명확하게 구분된다. 의견들은 합리적으로 따져 물을 수 있는 사고 구성물이다. 이에 반해 정체성은 한 인격체의 더 따져 물을 수 없는 토대이다. 정체성을 의견에 연동시키거나, 사실 물음을 정체성의 물음으로 만드는 사람은 논의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다. 의견의 차원은 정체성의 차원과 분리되어야 한다. 의견과 정체성이 하나가 되면, 논의는 불가능하다. 목숨을 건 정체성 전쟁이 시작되면서, 의견이 교환되고 논증이 제시되는 논의의 공간이 포기되기 때문이다.

 

어떤 의견이 곧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고백하는 사람은 논의에서 자유를 상실한다. 논의에서 자유는 자기 의견에 대한 거리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 고백은 논의의 실천에 속하지 않는다. 그것은 타자에 대한 인지(Kenntnisnahme)와 인정(Anerkenntnis)을 방해한다. 논의를 통해서 해결되어야 할 갈등이 경직되어 투쟁으로 되면, 사실에 입각한 논증들은 설 자리를 잃는다. 정체성 정치는 민주주의를 위해서 꼭 필요한 타협과 이해를 불가능하게 한다.

 

우리는 의견과 정체성을 분리하는 데에 종종 실패하는데, 이는 의견이 의심하기가 매우 어려운 자아상에 닻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확고한 신념들은 종종 자아를 붙들어 매는 닻처럼 기능한다. 의견은 종종 자아상을 구성하는 것들과 무의식적으로 엮인다. 의견은 특히 위기에 처할 때 실존적인 차원을 획득한다. 그때 인간은 자신을 더 강하게 자신의 의견과 동일화한다. 의견은 인간의 실존과 직결되어 있어서 그들의 정체성의 일부가 되기 쉽다. 타인의 의견이 나의 삶을 위험에 빠뜨린다면, 나 자신의 신념과 스스로 거리를 두는 것은 그야말로 불가능하다. 그리고 불확실성 시대에 사람들은 종종 그들과 신념을 공유하는 집단에서 자신의 버팀목과 방향성을 찾으려 하는데, 이는 사회의 양극화를 초래한다. 그렇게 되면 의견은 내가 어떤 집단에 속하는지를 정의한다. 집단 귀속성은 의견과 정체성의 연동을 강화한다.

 

한병철 지음/정창호 옮김, <존중 없는 사회>(간디서원, 2026년 10월 5일 초판발행일), 6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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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한 세대에 걸친 훈련을 통해 이룩한 한 공동체에 방문한 적이 있다.

그런 과정에서 함께 할 수 없었던 구성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두 종류의 사람들과는 끝내 함께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첫째는 주장을 하는데 그 근거를 말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즉 고집을 부리는 사람이다.

합당한 이유를 말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기 때문에 함께 대화하고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둘째는 의견을 제시한 것인데 존재 전체를 거는 사람이다.

나와 다른 의견이 제시되었을 때,

그것을 가지고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는 함께 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들었던 이야기 하나.

 

공동체 초기 시절,

쉐어하우스 개념으로 몇몇이 함께 살기 연습을 했는데,

실패한 공동체의 주된 이유 중에 하나가

누가 청소를 하는가 하는 문제였다는 것이다.

 

깊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 향린 목회 695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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