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9. 04.
불 꺼진 하얀 네 손바닥
내가 온통 흐느끼는 나뭇가지 끝에서
다가갈 곳 다한 바람처럼 정처 없어할 때
너는 내게 몇 구절의 햇빛으로 읽혀진다
가슴 두드리는 그리움들도
묵은 기억들이 살아와 울자고 청하는 눈물도
눈에 어려
몇 구절 햇빛으로 읽혀진다
불 꺼진 하얀 네 손바닥
햇빛 속에서 자꾸 나를 부르는 손짓
우리가 만나 햇빛 위를 떠오르는 어지러움이 된다면
우리가 서로 꼭 껴안고서 물방울이 된다면
정처 없는 발자국 위에도
꽃이 피어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리
장석남, <새떼들에게로의 망명>(문학과 지성사, 2019. 4. 5. 재판 15쇄 발행),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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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정처 없는 발자국의 연속일 뿐이다.
그 길에서 종종 햇빛을 만나게 된다.
햇빛 속에서 우리를 불러대는 손짓들이 있고,
그 손길을 마주 잡을 때에는 언제나 꽃이 피어난다.
정처 없는 인생이지만 그래도 살 만한 이유이다.
- 향린 목회 670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