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5. 15.
이스라엘과 블레셋 간의 전쟁을 이해하기 위해 고대 레반트/이스라엘 남부 지역의 해안평야와 쉐펠라 지역, 그리고 중앙 산지의 지형과 지리적 특징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경이 기술하는 이스라엘과 블레셋의 주요 전투들, 삼손과 블레셋의 소렉골짜기 전투, 사울과 블레셋의 전투, 그리고 다윗과 골리앗의 엘라골짜기 전투 등은 모두 쉐펠라 지역에서 일어났으니까요.
쉐펠라(Shephelah)는 이스라엘 해안평야와 유다 산지 사이에 위치한 언덕 지대로, 비옥한 토양과 전략적 위치 때문에 고대부터 중요한 지역이었습니다. 이 지역은 우기뿐만 아니라 분기별로 충분한 강수량을 확보하고 있으며, 약석회암과 사암으로 이루어진 비옥한 토양과 온화한 기후 조건으로 인해 농업을 중심으로 경제적 번영을 누렸습니다. 또한 이집트 나일강 델타 하류 지역과 메소포타미아를 잇는 해변길(Via Maris)이 관통하는 교통의 중심지였죠.
해양민족의 일족이었던 블레셋 사람들은 쉐펠라의 서쪽에 있는 지중해 해안평야에 정착하였습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블레셋 역시 점차 해안평야를 벗어나 내륙방향으로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영향력을 확장할 필요가 있었겠지요. 당연히 쉐펠라 지역을 통제하는 것은 농업 생산물과 중앙 산지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을 의미했지요.
반대로 남부 레반트 중앙 산지 지역에 주로 터를 잡아 거주한 이스라엘의 입장에서도 해안 평야와 쉐펠라는 늘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중앙 산지 지역에서는 논농사가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밭농사가 가능한 지역에서 나는 주된 농산물은 포도주와 올리브 기름이었죠. 문제는 이러한 생산물만 먹으면서 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는 겁니다. 다른 곡물류, 쌀이나 밀을 확보하여 밥이나 빵도 먹는 등 식량 수급을 다변화해야 했죠. 그러니 블레셋도 이스라엘도 서로가 차지하고 싶은 지역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습니다.
이스라엘과 블레셋 모두 각자의 지리적 환경에 적합한 공격과 방어를 위한 전략적 조건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블레셋 입장에서 쉐펠라 지역을 장악하기 위해 중앙 산지로 진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중앙 산지는 기본적으로 500미터에서 1,000미터 고도의 언덕과 계곡이 연이어 이어진 천혜의 요새들이 발달한 험준한 지형이었지요. 그러다 보니 이스라엘은 전략적으로 지형을 활용해 침략군의 기동성을 떨어뜨리는 전술을 많이 펼쳤습니다.
이스라엘도 쉐펠라 지역을 통과하여 해얀평야의 풍부한 농산물을 얻고자 노력했지만 철제무기로 무장된 블레셋을 직접 공격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결국 중앙 산지와 해안평야 사이에 낮은 언덕 지대인 쉐펠라는 양측 간의 완충지역으로 이스라엘과 블레셋 사이에 충돌이 빈번히 일어났던 무대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삭 지음, <발굴한 신의 흔적들>(PCKBOOKS, 2025. 04. 30), 6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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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신의 위대한 성과 밑바탕에는 언제는 자연환경이 놓여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철학과 심리, 우주의 원리와 사물의 이치, 세상살이와 역사를 논하지만, 가장 밑바탕에는 삶의 물리적 조건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연지원 작가가 쓴 <교양인은 무엇을 공부하는가>(삼인, 2019. 3. 15)에도 보면, 현대인에게 교양이란 인문학과 예술, 자연과학, 세계시민 의식과 IT와 더불어 지리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리학은 인간 세계와 자연 세계를 함께 다루며, 낯선 문화권과 그 곳 사람들을 이해하게 하며 매우 통합적인 학문으로 복잡한 세계를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길잡이인 것이다.(144-153.)
- 향린 목회 193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