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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나눔

구원 신화를 넘어서

by phobbi posted May 08, 2025 Views 13 Replie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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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5-05-08

2025. 05. 08.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삶을 이야기해 보라는 질문에, 거의 비슷한 답변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바로 구원의 내러티브이다. 이것은 댄 맥아담스(Dan McAdams)의 책 구원하는 자기(The Redemptive Self)의 중요한 통찰이다. 내러티브 심리학자인 맥아담스는 성인 미국인들 수백 명을 인터뷰하여, 능력 있는 삶의 이야기들을 전달하는 전형적 양식을 찾아냈다. ~~ 맥아담스는 성인 미국인들이 압도적으로 다른 주제들 중에서도, 인간 구원의 능력을 강조하는 이상적인 이야기 각본을 통해 자신들의 삶을 이해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이상화된 이야기는 진보적이고 직선적이며, 세 가지 뚜렷한 활동으로 표현된다. (1) 본래의 결백하거나 선량한 상태, (2) 이후의 타락, 고통, 혹은 헤어짐, (3) 구조, 회복, 혹은 변화가 그것이다. ~~ 맥아담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구원하는 이야기들(redemptive stories)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인간의 진보를 단언한다. 삶의 상황이 얼마나 나빠 보이든지 간에, 이런 구원하는 내러티브는 언제나 좋아질 희망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좀 더 나은 것-좀 더 새로운 것-이 생겨난다. 결국 선이 악을 이기고 승리한다. 생명이 죽음을 이기고 승리한다.

 

많은 면에서 이런 구원 내러티브는 성장과 성공을 촉진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내러티브는 고통에 침묵했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외면했다. “구원이 실패할 때라는 제목을 붙인 부분에서 맥아담스는 구원하는 자기(The Redemptive Self)가 내포하고 있는 위험을 확인한다. 그는 구원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힘들고, 복잡하고, 모호한 경험들이 미묘하게 부정되는 것을 목격했다. 구원될 수 없는, 구원되어서는 안 되는 일들이라 하더라도 구원하는 체제에 부합되게 맞추어졌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어려운 이야기들을 보면서 해피엔딩을 기대하고, 심지어는 해피엔딩을 요구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나는 불행한 일들이 구원받을 것이며, 구원받아야 한다고 기대하는 미국인들의 삶 속에는 일종의 학대가 있다고 믿는다. 고통을 견뎌내야 하지만, 반드시 구원되는 것은 아니다.” 맥아담스는 미국적인 구원이 일종의 허울이나 몽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그는 이런 구원이 복잡한 인간의 실존을 바라보게 만들기보다는 외면하게 한다고 경고했다. 우리가 트라우마와 관련하여 이런 사실을 고찰해 보면, 구원하는 결말(redemptive ending)을 추구하기 위해 트라우마의 고통-남아 있는 고통-이 생략되는 것을 보게 된다.

 

셸리 렘보 지음/박시형 옮김, <성령과 트라우마: 죽음과 삶 사이, 성토요일의 성령론>(한국기독교연구소, 2019. 04. 03.), 299-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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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교회 언저리 여기저기서 들려오던 간증이

그럴싸하게 은혜롭게 들리기보다는 얼마나 천박하고 추하게 느껴졌던지 모른다.

하나님 믿어 잘됐다는 이야기들은 대개 개인의 사적 욕망이 진하게 묻어 있다.

간증의 끝은 언제나 행복한 결말이다.

그러나 우리 인생의 대부분은 무의미한 삶의 연속일 때가 많고,

수렁에서 헤매거나, 그냥 살거나, 꼬인 구석들로 가득하다.

 

부활의 아침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대신 배신의 밤과 십자가를 지고 가는 길이 너무 길다.

모든 추종자들은 도망가고, 주위 사람들의 조롱하는 소리만이 들린다.

 

어쩌면 구원은 빈 무덤이 아니라,

뜬금없이 예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가는 구레네 시몬의 심정에서 찾아야 할 지도 모른다.

위험을 무릅쓰고 예수의 시신을 내어달라고 말하는 아리마대 요셉의 마음에서 찾아야 할 지도 모른다.

진짜 구원은 희망을 지니라고 고문하는 곳이 아니라

그저 묵묵히 진저리나는 삶을 견뎌보려는 그 치열한 몸부림 어딘가에서 발견될지 모르겠다.

 

 

 

 

- 향린 목회 186일차 

 

  • ?
    최필수 2025.05.08 08:47
    이러한 성찰은 담은 영화 매그놀리아(Magnolia)에서 모든 등장인물들이 마지막에 부르는 노래가 생각나네요 - 고통은 결코 끝이 없을 거야 "It's not going to s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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