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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린의 포대기에 감싸여 ㅣ 이영라 ㅣ 2025-11-30

by 이민하 posted Dec 02, 2025 Views 135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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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5-11-30

“향린의 포대기에 감싸여”

(사 46:3–10, 롬 8:11–15, 요 10:10-15)

 

이영라 박사

 

Ⅰ. 시작 – "향린에서 온 포대기, 그 안에서 자라난 아기" 

 

  사랑하는 향린여러분. 반갑습니다. 2014년 7월 20일 "향린에 뛰우는 연서"를 품에 안고 이 자리에 섰던 기억이 납니다. 다시 이 자리에 섰네요. 떨리고, 감사합니다.

 

  저는 2006년 새신자로 향린에 왔습니다. 그 때 함께 교육받았던 새신자반 동기분들—어수남 집사님, 서형식 집사님—지금도 여전히 반갑게 맞아주시는 분들입니다. 72, 73년생 또래들이 겉돌던 저를 잡아주었었죠. 한문덕 목사님, 나영훈 집사님 계시죠. 또 성가대에서 저를 이뻐해주신 많은 분들. 알토 화이팅! 향린지 식구들, 청소년부 친구들과 교사님들, 또 잊지 못할, 우리 권사님들. 함께 성경공부 했었습니다. 백경신 권사님, 윤여증 권사님, 안정연 권사님, 임송자 권사님. 모두 계시죠 ? 

 

  참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큰 은혜였습니다. 오늘은 그 이후 더 받은 향린의 은혜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새신자교육 때 안병무 박사님의 <역사와 해석>을 읽다가, 신학공부를 결심했고, 다니던 출판사를 그만두고 유학을 떠났습니다.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았고,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출산 직후 임신중독증이 와서 중환자실에 있었는데, 먹을 것이 없더라구요. 몇 일 중환자실에 있다 보니까, 아이스박스에 얼려온 미역국들이 다 상해서 먹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살아서, 집에 돌아왔지만, 몸은 여전히 좋지 않았고, 남편과 저는 작은 아기를 데리고 하루하루 쩔쩔매며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큰 상자 하나가 집으로 도착했습니다. 향린교회에서 보내주신 포대기와 이불 세트였습니다. 포대기는 아기들을 감싸안는 천이죠. 포대기 여러개, 푹신한 요 두개, 속싸개와 겉싸개, 다양한 색깔과 무늬의 기저귀 가방까지...가깝게 지내던 분들이 꽤 큰 돈을 모아 보내주신 선물이였습니다. 사실, 그 때 제대로 감사도 못 드렸던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어,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한국의 좋은 천으로 만든, 고급스럽고 따뜻한 포대기들이였습니다. 모든 포대기에 색동무늬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오줌도 여러번 싸고 그랬는데도 빨면 바로 깨끗해지고. 아무리 빨아도 보풀도 안 생기고, 참 튼튼했습니다. 그 포대기들이 아이를 감싸주었습니다. 

 

  그 안에서 자고 웃고 놀던 아이가 이제 일곱 살이 되었습니다. 향린 곳곳을 뛰어다니며 자라고 있고, 오늘도 유치부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Ⅱ. 대림절의 질문 – "무엇이 나를 살리는가"

 

  대림절은 성탄절을 기다리는 4주간의 시간입니다. 세상의 어둠 속에서도 하나님의 빛과 구원을 기다리며 촛불을 하나씩 밝히는 시간이지요. 그런데 이 기다림 속에는, 우리의 삶과 믿음을 돌아보며 영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이 포함됩니다. 오늘 저는 이 기다림 앞에서,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삶이 힘들 때, 흔히 ‘어떻게 더 버틸까’를 고민합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던질 질문은 다릅니다.

 

  한때 과학은 인간이 성장하면 신경세포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고 줄어들기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019년 영국의 의학전문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90세가 넘어도 우리의 뇌에서는 새로운 신경세포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사망하기 전 뇌 건강에 문제가 없었던 13명(사망 시 연령 43~87세)의 뇌 조직을 기증받아 뇌 기억 중추인 해마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해마의 한 부분인 "치상회'라는 부분에서 새로운 세포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심지어 최고령인 97세의 환자를 포함한, 치매 환자의 뇌에서도, 정상인보다는 적지만, 새로운 신경세포가 관찰되었습니다. 

 

  또 2025년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연구팀은 0세부터 78세까지의 다양한 연령대의 뇌 조직을 AI로 분석한 결과, 성인의 뇌에서도 새로운 신경세포가 지속적으로 생성된다는 강력한 증거를 발표했습니다.

 

  저는 지인에게서 이런 실화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평생 고생하시다가 90세가 넘어 치매에 걸리고 요양원에 들어가신 한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그곳에서 치매걸린 한 할아버지를 만났는데,  그 할아버지가 이 할머니에게 반했던 것 같아요. 매일 할머니를 보면서, "예뻐!," "예뻐!," 하셨다고 합니다. 오늘도 "예뻐!," 내일도 "예뻐!."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할머니의 뇌세포가 다시 연결되고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예뻐지고 젊어지셨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이 붙들고 있는 것, 여러분들이 의지하고 있는 것이 정말로 여러분의 세포를 살리고 있나요?

 

“지금 여러분을 살리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III. 본문 해석 – "무엇이 우리를 살리고, 무엇이 짐이 되는가"

 

 

  오늘 우리가 읽은 세 본문은 서로 다른 시대, 다른 맥락에서 기록되었지만, 모두 같은 질문을 향합니다. 

 

1. 이사야 46:3–10 – “무거운 우상 vs. 업으시는 하나님”

 

  바벨론 포로기의 이스라엘은 절망과 상실 가운데 있었습니다. 성전은 무너졌고, 왕은 사라졌고, 나라는 없어졌고, 사람들은 포로신분이었습니다. 그들 앞에, 바벨론의 신상, ‘벨’과 ‘느보’가 있었습니다. 제국은 사람들에게 그 신상을 "업고 다니라"고 요구했습니다. 신이 오히려 사람의 짐이 된 것입니다. 이사야는 말합니다. 이 우상들은 사람이 업어야 할 짐이 되지만, 하나님은 너희를 업으시는 분이다. 그리고 이렇게 선언합니다. 

 

“태에서 나올 때부터 너희를 업었고 늙기까지...내가 품고 구하여 내리라.”

 

  이 말씀은, 단순한 위로가 아닙니다. 

  "너희를 짓누르는 짐을 분별하라"는 절박한 부름입니다. 

 

2. 로마서 8:11–15 — “두려움의 영 vs. 자녀의 영”

 

  바울은 말합니다.

 

“두려워에 빠뜨리는 종살이의 영을 받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로 삼으시는 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영으로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당시 로마에 살던 그리스도인들은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제국의 감시 아래 있었고,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의 갈등도 겪고 있었습니다. 불안정한 지위에 있었고, 늘 처벌과 폭력의 위험에 시달렸으며, 타인의 시선을 늘 의식해야 했습니다. 그들에게는 생명의 권리가 없었습니다. 신앙이 오히려 두려움의 근원이 되기도 했습니다. 바울은 말합니다. 
“해야 한다, 부족하다, 벌받을 것이다”라는 내면의 목소리—바로 "종의 영" "두려움의 영"의 영이라고 말이죠. 이 영에 붙잡힐 때, 우리는 살아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붙잡혀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자녀의 영"은 다릅니다.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 부르는 친밀함, 벌이 아닌 사랑의 관계, 자유와 생명으로 이어지는 관계. 우리의 숨을 열어줍니다. 바울은 묻습니다. “지금 너를 움직이는 힘은 두려움인가, 생명인가?”


 

3. 요한복음 10:10-15 — 생명을 내어주는 목자 vs. 달아나는 삯꾼

 

  예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삯꾼은 양을 버리고 달아나지만, 선한 목자는 생명을 걸고 지킨다.”

 

  ‘삯꾼’은 목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의 이익으로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위험하면 도망가고, 공동체보다 자기 보전이 우선입니다. 양의 생명에 무관심합니다. 하지만 선한 목자는 양을 위해 목숨까지 내어놓습니다. 우리의 삶에도, ‘나를 살리는 관계’와 ‘나를 소모시키는 관계’가 있습니다.

 

  세 본문이 함께 우리에게 묻습니다.

 

  무엇이 너를 짓누르고 있는가? 무엇이 너를 두렵게 하는가?

  누가 너를 업고, 누가 너를 버리는가?

  무엇이 너를 살리고 있는가?

 

Ⅳ. 다시 포대기를 생각합니다

 

  오늘 여러분께 보여드리려고, 포대기를 가져왔습니다. 바로 향린이 저에게 보내주셨던 그 포대기입니다. 제 아이를 살린 포대기입니다. 사실… 두 셋 정도는 더 키울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허락하신다 해도… 음… 저희 남편은 아마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 아이는, "향린의 포대기에 감싸여," 생명을 틔웠습니다. 열도 나고, 배탈도 나고, 밤새 울기도 했지만, 하루하루 자랐고, 지금도 자라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포대기에 감싸여 자라났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엄.마.아.빠.가 시간과 정성, 희생과 눈물로 키워낸 귀한 생명입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생명을 바쳐 구하신 귀한 생명입니다. 

  지금 여러분을 살리는 포대기는 무엇입니까? 무엇이, 누가 여러분을 살리고 있습니까?

 

  우리는 우선, 멈추어 서서, 분별해야 합니다. 나를 살리는 그것에 어떻게 집중하며, 내 삶을 바꿔나갈 것인가, 그것을 위한 구체적 전략과 계획은 그 다음입니다. 

 

  그것은 친구의 격려, 무심한 위로, 맛있는 음식, 퇴근 후 한잔, 아침 햇살....일 수도 있습니다. 계속 질문하십시요. 진지하게, 정직하게, 내면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반드시 찾아내셔야 합니다. 그것이 돈일 수도 있습니다. 진지하게 정직하게 찾아낸 답이 그거라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세포를 살리고, 나를 다시 일으키는 것은 무엇입니까?

 

  교회입니까, 신앙입니까? 섣불리 답을 내리지 마십시요. 조직, 전통, 조언도 때로는 우리의 짐이 될 수 있습니다. 언어, 사상, 체계,  모두 생명 이후에 생겨난 것입니다. 참고할 수 있지만, 무조건 생명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더 깊고 더 정직하게 성찰해야 합니다. 이 분별은 가벼운 과정이 아닙니다. 온 존재를 걸고 해야 하는 분별입니다. 그러나 여러분 안의 생명의 힘이 도울 것입니다. 우리의 세포는 지금도 새 생명을 만들어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죽는 순간까지 우리는 매일 새로워집니다.

 

V. 대림절 첫주, '나를 살리는 포대기'를 찾는 시간. 

 

  대림절 첫 번째 주일이 시작되었습니다. 사랑하는 향린의 가족 여러분, 이번 한 주 동안 여러분의 생명을 감싸주는 '포대기'를 찾으십시요. '어떻게 더 버틸까'는 그리스도인의 질문이 아닙니다. 그 질문은 우리를 삶의 무거움, 피로 속에 가둘 것입니다. 대신 나를 살리는 힘에 집중하십시요.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매일 새 생명으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나를 살리는 것, 나를 일으키는 것, 나를 자유롭게 하는 것, 그것을 찾고, 그 안에 깊이 감싸이시길 바랍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를 업었고, 지금도 너를 품고 있으며, 앞으로도 너를 구하여 내리라." 대림절 첫 주가, 여러분이 "나를 살리는 포대기"를 깊이 분별하고 붙드는 시간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침묵으로 기도하겠습니다.

 

 

파송사 (이민하 목사)

 

평안히 가십시오. 자유인으로 사십시오.

주님을 기다리는 계절, 하나님의 너른 사랑을 기억하십시오.

다시 오실 예수를 마음에 품고, 세상의 포근한 품이 되십시오.

주님의 빛이 우리 사이를 고요하게, 그리고 분명하게 스며드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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