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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나눔

새벽 시간

by phobbi posted May 27, 2026 Views 68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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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6-05-27

2026. 05. 27.

 

언론인이자 인종 인권 운동가였던 존 하워드 그리핀(John Howard Griffin)은 토머스 머튼이 머물렀던 은둔처에 홀로 지내면서, 그저 빛과 어둠의 오고감에 기대어 사는 지극히 단순하고 단조로운 삶 속에서 자기 자신과 처지에 대해 많은 것을 깨우칠 수 있었다.

 

현실의 신비에 깊이 귀기울일수록··· 언어화할 수 없는 것들, 말로는 그저 슬쩍 스치기만 할 뿐 단어에 오롯이 담기지 않는 어떤 것들을 배울 수 있다. 현실의 신비는 우리에게 편안한 범주에 안주하는 자기만족을 내려놓으라고, 실제 우리 삶에는 서로 반대되거나 모순되어 보이는 것들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고 일깨운다.”

 

머튼과 마찬가지로 그리핀 역시 때와 때 사이의 시간들, 무엇보다 새벽이 밝기 전의 시간들이야말로 이 실재의 신비 가운데 가장 중요한 순간임을 깨달았다. 다음은 그리핀이 그의 오랜 친구였던 머튼의 일대기를 완성하기 위해 은둔처에 자리 잡으며 쓴 일기의 시작 부분이다.

 

“196986, 545, 새벽녘

새벽빛이 막 올라오기 시작하자 몇몇 새들이 먼저 깨어났다. 아직 지저귀지는 않고 중얼거리듯 낮고 조용한 소리를 냈다. 나는 커피를 들고 현관 앞 콘크리트로 지은 테라스로 나갔다.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커피를 한 모금씩 마셨다. 공기는 서늘했고, 차가우면서도 신선했다. 빛은 아주 천천히 왔다. 안개 속에서 나무들이 검은 형체를 조금씩 드러내는 것을 지켜보았다. 톰을 생각했다. 그도 이 고요함을 보았을 것이다. 새벽을 앞운 이 신선한 공기를 맡았을 테고, 이 침묵들이 자기 안에서 제 할일을 하도록 내어 주었을 것이다.”

 

에스더 드발 지음/이민희 옮김, <경계를 살다>(비아토르, 2026. 4. 7. 초판 1쇄 발행), 9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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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는 그저 스치기만 하는 것들

언뜻 보아서는 결코 알아낼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깊이 귀 기울이고 차분히 살피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새벽은 그런 시간을 갖기에 너무 좋은 때이다.

침묵이 자기가 할 일을 하도록 내버려 두고,

오감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느끼며

가만히 고요함을 그 자체로 누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자신을 비워내고,

몸과 마음과 감각에 그냥 쌓여 있는 것들을 덜어내며

서로 연결되어 있는 소통의 채널에 자신을 온전히 열어 놓을 줄 알아야 한다.

 

- 향린목회 570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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