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뜻나눔

메멘토 모리

by phobbi posted Oct 08, 2025 Views 238 Replies 0
Extra Form
날짜 2025-10-08

2025. 10. 08.

 

Memento moriendum esse. 그대는 죽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Memento te hominem esse. 그대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Respice post te, hominem te esse memento.

뒤를 돌아보라, 지금은 여기 있지만 그대 역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 어느 로마 개선 장군의 관에 쓰인 문구

 

중세 로마제국 시대 이야기다. 당시는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을 위한 개선식이 자주 벌어졌다. 환호하는 시민들 사이를 가로지르는 개선 행진은 장군이 로마인으로서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이었다. 그래서 개선식 하루만은 장군이 에트루리아 관습에 따라 얼굴을 붉게 칠하고 네 마리의 백마가 이끄는 전차를 타는 살아 있는 신이 된다. 그런데 신으로 숭배받는 장군의 영광스러운 전차에는 인간 중에서도 가장 비천하다고 할 수 있는 노예 한 명이 같이 탑승한다. 그리고 이 노예는 개선식이 진행되는 동안 끊임없이 메멘토 모리라는 말을 장군에게 속삭여준다. 장군이 너무 우쭐대지 말라고 경고하는 뜻으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을 반복한 것이다. 죽음에 관해서는 신분도 계급도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왜 죽음을 기억하라고 했을까? 미래에 일어날 죽음을 과거 사건처럼 기억하라고 하는 것이 과연 어법에 맞는 표현인가?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면 여기에 깊은 통찰이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죽음은 미래이지만 또한 과거이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살아온 과정이 죽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죽음은 과거에 이미 벌어져서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사건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사는 과정이 죽어가는 것이라면 이미 죽음은 시작됐으니 기억해야 하는 과거이기도 하다. 그저 나중에 벌어질 일이라면 관심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나에게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면 다른 데로 도망칠 수도 없고 외면할 수도 없다.

 

정재현 지음, <인생의 마지막 질문>(청림출판, 2020. 08. 05), 193-194

 

===================================

 

갑자기 생이 멈추어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언제라도 맞이하여 후회 없을 죽음으로 만들어야 한다.

살아가는 것이 곧 죽어가는 것이라는 역설 속에서,

하루를 잘 살려면 평소에도 주기적으로 죽음을 묵상해 보는 것이 좋다.

 

모든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알지만,

그때는 아무도 모르기에, 반드시 평소에 준비해야 한다.

유언장도 써 보고,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 해야 할 일도 적어보고,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 사람들,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화해할 사람들 생각도 해보아야 한다.

 

어릴 적에 엄마는 종종 지나가는 말로 이렇게 말했다.

 

죽을 힘으로 살면, 다 살아지는 법이다.

죽을 힘이 남아 있다면 그 힘으로 얼마든지 살 수 있다.”

 

이 말씀은 은연중에 내 삶 속에 박혀 있다.

 

한강 작가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한다고 했다던데,

죽을 힘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자는 죽어서도 살 것이다.

 

- 향린 목회 339일차

 

 

 

 


List of Articles
날짜 제목 조회 수
2026-07-27 모든 감각을 아우르는 촉감 9
2026-07-26 원죄에 대하여 4
2026-07-25 나를 바라보기 5
2026-07-24 걸림돌인 복음 10
2026-07-23 진리를 향한 모험과 도전 11
2026-07-22 파편의 창 10
2026-07-21 바울이 말한 믿음 9
2026-07-20 미켈란젤로의 눈 6
2026-07-19 공적 기도란 13
2026-07-18 조주세발(趙州洗鉢) 11
2026-07-17 아낭케의 위력 12
2026-07-16 소학(小學)의 가락 13
2026-07-15 어김없이 씨를 뿌리지 8
2026-07-14 사랑인가, 집착인가 15
2026-07-13 자제력 8
2026-07-12 다양한 능력 9
2026-07-11 화해가 복음이다 11
2026-07-10 행복의 비결 9
2026-07-09 교육에서의 정직 14
2026-07-08 생각은 에로스를 먹고 자란다 2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2 Next
/ 32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