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뜻나눔

신에게 솔직히

by phobbi posted Sep 29, 2025 Views 229 Replies 0
Extra Form
날짜 2025-09-29

2025. 09. 29.

 

나의 신학수업 행로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그분의 작은 책 신에게 솔직히(Honest to God)였다. 이 책은 대영제국의 일요판 신문 선데이 옵서버(Sunday Observer) 1면에 우리의 하나님 이미지는 버려야한다.!”(Our Image of God Must Go!)는 전단표제와 더불어 발행되었다. 로빈슨의 생애가 확 바뀌어버렸다. 이 책은 전통적으로 기독교를 이해해 오던 방식에 대한 과감한 타격이었다. ~~ 이 책에서 로빈슨은 교회 회중석에 앉아 있든 교회 동창회에 소속되어 있든(교회에 다니다가 그만둔 교인들을 가리킴 역자주) 상관없이 일반 보통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분명하고 직설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학계 안에서 진행 중이던 논쟁들을 개진하였다. 그분은 독자들에게 성서의 비신화화를 주장하던 루돌프 불트만의 저작과 종교 없는 기독교를 주장하던 디이트리히 본훼퍼, 그리고 하나님을 더 이상 인격적인 한 존재(a being)로 정의할 수 없고 대신 비인격적인 모든 존재의 근원(the Ground of All Being)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한 폴 틸리히를 소개하였다. 이 책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굉장하였다. 이 책은 선술집 술좌석에서, 택시운전사와 더불어, 차 마시는 자리에서, 또는 저녁 밥상에서, 심지어 습관처럼 교회 다니기를 오래 전에 멈춘 사람들의 가정에서조차 토론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위협을 느끼고 겁을 잔뜩 먹은 전통적 교회지도자들은 즉각 그들의 익숙하고 해묵은 신학 주장들을 수호하기 위하여 반격하였다. 그래서 켄터베리의 대주교 마이클 램지(Michael Ramsey)를 필두로 교회 고위당국을 방어하려는 사람들이 옛날부터 취하던 방식대로 로빈슨의 메시지를 수용할 수도 없고 또 그렇다고 부인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그 메시지보다는 그 메시지를 보낸 사람을 공격하기로 결정을 내렸고, 실제 그렇게 로빈슨을 공격하였다.

 

존 쉘비 스퐁 지음/최종수 옮김, <새 시대를 위한 새 기독교>(한국기독교연구소 2005, 09. 20.), 18-19.

 

======================================

 

각 교단 총회가 끝나고, 여러 소식이 들리는 가운데

희귀한 소식 하나는 <퀴어 성서 주석>을 이단으로 규정했다는 어느 교단의 소식이다.

 

집단이나 사람이 아니라 책을 이단으로 규정한 적이 있던가?

학문 세계에서 학문성이 떨어지면 저절로 도태되기 마련이고,

학문의 자유 정신과 비판 정신은 학문 그 자체를 성숙하게 한다.

<퀴어 성서 주석>은 성소수자의 시선으로 성서를 해석해 보려는 노력이고,

이것은 성서를 보는 다양한 관점 중에 하나일 뿐이다.

여성신학적 성서해석이나 해방신학, 민중신학적 관점을 통해 성서를 새롭게 볼 수 있었듯이,

퀴어신학적 성서해석을 통해서도 이성애 중심의 해석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하나님 말씀을 읽어낼 수 있다.

새로운 해석에 동의하는가 동의하지 않는가는 독자의 몫이다.

성서가 다양하게 해석 가능하다는 것은 믿는 이들에게 축복이다.

경전에 대한 획일적 해석은 경전을 가지고 폭력을 일삼는 이들의 주요 무기였고,

그래서 성서가 누군가에게는 빵이 아니라 돌이 되었던 것이다.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한 생명체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고, 결국은 소멸하고 만다.

하나님 말씀을 해석하는 관점에 대해서는 학문 세계에서 치열한 논의와 토론, 비판과 제안들이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얻어진 신학적 성과는 교회의 현장에서도 매우 유용하다.

그런데 이단으로 규정하고 아예 보지도 못하게 하려는 심사는

그야말로 두려움과 공포증(phobia)의 산물일 뿐이며, 어리석은 행위일 뿐이다.

그런데 이 안건은 찬반 토론도 없이 총대 980명 중 775명이 찬성했다고 한다.

반대는 15명에 불과했다.

 

1934년에 당시 장로회와 감리회의 신학자들이 개신교 선교 50주년을 기념해 당시 미국의 유명한 기독교 출판사였던 아빙돈의 아빙돈 단권 성경 주석번역한 적이 있었다. 원서인 The Abingdon Bible Commentary는 미국, 캐나다, 오스트리아, 인도 등의 각지에 연구 활동하던 다양한 교파 소속 66명의 학자들이었고, 전통 복음주의적 바탕에 다양한 시각과 함께 초교파적인 주석으로 종교개혁의 전통인 역사적 성경 해석 방식에 추가적으로 성서비평학과 성서고고학의 내용을 일부 수용하여 작성되었다. 당시 미국과 유럽 등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전통적이고 복음적으로 인정받는 주석서였다.

 

한국 감리교에서는 별 이견이 없었으나, 당시에도 장로교의 일부가 이 주석의 번역에 문제를 제기하였고, 이 때문에 대한예수교장로회와 한국기독교장로회로 결국 분열되고 말았다.

 

그런데 오늘날 그 어떤 성서신학자가 성서의 고등비평을 문제 삼는가?

 

2025년에도 같은 어리석음이 반복되고 있다.

 

로마 가톨릭은 갈릴레오 재판에 대해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고 346년 만에 사과를 한다.

한국 개신교의 장로교는 오늘의 이 결정을 얼마나 지나서 사과하게 될까?

 

한국 개신교의 이런 모습들이 딱하고 답답하다.

 

- 향린 목회 330일차

 

 

 


List of Articles
날짜 제목 조회 수
2026-07-27 모든 감각을 아우르는 촉감 9
2026-07-26 원죄에 대하여 4
2026-07-25 나를 바라보기 5
2026-07-24 걸림돌인 복음 10
2026-07-23 진리를 향한 모험과 도전 11
2026-07-22 파편의 창 10
2026-07-21 바울이 말한 믿음 9
2026-07-20 미켈란젤로의 눈 6
2026-07-19 공적 기도란 13
2026-07-18 조주세발(趙州洗鉢) 11
2026-07-17 아낭케의 위력 12
2026-07-16 소학(小學)의 가락 13
2026-07-15 어김없이 씨를 뿌리지 8
2026-07-14 사랑인가, 집착인가 15
2026-07-13 자제력 8
2026-07-12 다양한 능력 9
2026-07-11 화해가 복음이다 11
2026-07-10 행복의 비결 9
2026-07-09 교육에서의 정직 14
2026-07-08 생각은 에로스를 먹고 자란다 2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2 Next
/ 32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