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8. 09.
무질서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질서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기를 본성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들은 본성을 따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배를 타고 있는 사람들이, 해변에 있는 사람들이 뒤로 도망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똑같다. 말은 양쪽 편이 모두 비슷하다. 이것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고정점이 있어야만 된다. 배를 타고 있는 사람들을 판단해 주는 것은 항구이다. 그러나 윤리에 있어서는 어디에서 항구를 찾을 것인가? (#576)
파스칼/김형길 역, <팡세>(서울대학교출판부, 1999. 3. 25. 수정판 제1쇄), 399-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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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댈 수 있는 항구는 필요하다.
그러나 윤리의 닻은 어디에 내릴 것인가?
게다가 가치가 다원화된 사회 속에서는
하나의 고정점을 말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고정점을 말하는 자가 권력을 행사하는 자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동시에 사유와 행위의 다양성이 갈등을 일으키고,
심지어 반대되거나 서로 적대적일 때,
이 사태를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다.
그 피해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 큰 파국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날 정말 필요한 사유와 행위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능력이며,
상호 존중하는 태도 및 협의하는 기술이다.
최선의 선택보다는 어쩌면 최악을 피하는 방법일 것이다.
생명이나, 평화, 상호 배려나 포용성 등
고정점으로 작용할 만한 가치들이 있다고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생명을 말하면서 죽이는 일이
평화를 외치면서 전쟁을 벌이는 일이
상호 배려를 말하면서 누군가를 아예 소외시키는 일이
포용을 말하면서 불평등한 대우를 하는 일이 생긴다.
오늘날의 지혜는 과연 무엇인가?
늘 조심하며 겸손하게 사는 수밖에.
- 향린 목회 279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