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6. 12.
인간이 있는 곳이란 곧 자유롭고 책임있는 행위로 실재(實在)의 숨은 깊이를 드러내는 곳이다. 아울러 가장 일상적인 사소한 일도 실은 참으로 인간다운 삶에 본질적 요소로서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니 마땅히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참으로 인간다운 삶이란 더없이 진지한 자유 안에서 하느님을 향한 믿음과 소망과 사랑으로 포착되는 영원한 하느님의 무게를 지닌 삶인 것이다.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을 찾아 얻게 하는 것은 실상 이념이나 고상한 말이나 자아 반영이 아니라, 이기심에서 나를 풀어주는 행위, 나를 잊게 해주는 남을 위한 염려, 나를 가라앉히고 슬기롭게 해주는 인내 등이다. 누구든 인간으로서 자신 안에 지니고 있는 영원의 핵심을 위해 조금이나마 시간을 낸다면, 그는 작은 것들도 가이없는 깊이를 지녔음을, 영원의 전조임을, 문득 깨닫게 될 것이다. 이는 마치 온 하늘을 담고 있는 물방울처럼 그 자체 이상의 무엇이며, 자체 너머를 가리키는 상징 같은 것, 다가오는 무한성을 알리는 전갈에 스스로 휩쓸린 전령 같은 것, 본연의 현실이 이미 다가왔기 때문에 우리 위에 드리워지는 실재의 그림자 같은 것이다.
카알 라너 지음/장익 옮김, <일상>(분도출판사, 2012. 10. 15)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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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일상이 초라해 보인다고 탓하지 말라.
풍요를 불러낼 만한 힘이 없는 너 자신을 탓하라.” – 마리아 라이너 릴케(같은 책 7쪽)
우리는 하나님을 어디에서 만나고 뵙고 있는가?
놀라운 기적 안에서?
아니면 일상을 은혜로 느끼는 곳에서?
라너는 정말 위대한 신학자다.
이기심에서 나를 풀어 주는 행위,
나를 잊게 해주는 남을 위한 염려,
나를 가라앉히고 슬기롭게 해주는 인내,
하나님을 만나는 곳이다.
- 향린 목회 221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