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7. 21.
초대교회가 선포한 ‘퀴리오스 예수스(Κύριος Ἰησοῦς)’, 곧 “예수는 주님이시다”라는 고백은 단순히 종교적 신념을 표명한 것을 넘어선다. 당시 로마 황제에게만 독점적으로 부여되던 ‘주(κύριος)’라는 칭호를 예수께 부여함으로써, 바울의 의도와 무관하게 제국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정치적 함의를 어느 정도 띨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복음은 새 왕이 즉위했다는 소식이며, 이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믿음은 그 왕에게 자신의 존재 전체를 위탁하는 실천적 충성이다.
베이츠(Matthew Bates)는 이러한 충성의 개념을 세 가지 차원으로 구체화한다. 먼저, 복음의 내용을 진리로 받아들이는 지적인 동의다. 둘째, 예수를 왕으로 따르겠다는 공적인 충성 맹세다. 마지막으로, 왕의 명령을 일상의 삶에서 구체적인 몸의 행위로 살아 내는 순종이다. 이는 단순히 머리로만 수긍하는 것이 아니라, 왕이신 예수께 인격 전체가 귀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현대적 신앙 언어로 번역하자면, 삶의 통제권을 자신에게서 예수께로 이양하는 결단이자, 스스로 왕 노릇하던 자리에서 내려오는 용기있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바울은 로마서 서두에서 자신을 “그리스도 예수의 ‘둘로스(δοῦλος, 종/노예)’”로 소개하여, 자기가 왕이신 예수께 완전히 속해 있으며 무조건 복무해야 하는 신분임을 천명한다. 믿음과 순종을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실체로 보고, 이를 ‘둘로스’라는 신분을 통해 드러낸 것이다. 로마 사회에서 노예는 주인을 전적으로 의지하며 복종했고 주인에게는 노예를 보호하고 부양할 의무가 있었다. 바울이 스스로 그리스도의 종이라 칭할 때, 자신이 그리스도께 온전히 귀속되어 절대적으로 순종한다는 사실과 더불어, 자신의 삶을 주인이신 그리스도께서 책임지시고 보호하시리라는 확고한 신뢰를 고백하는 것이다.
김선용 지음, <바울 신학 크로키>(비아토르, 2026. 4. 17. 초판 1쇄 발행), 148-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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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머리로, 가슴으로, 삶으로 예수를 믿고 있나?
나는 바울처럼 그리스도 예수의 둘로스인가?
나는 예수를 진정한 주님으로 고백하고 존재 전체를 위탁하는 실천적 충성을 바치고 있는가?
- 향린 목회 625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