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쉼
안식일을 기억하여 그 날을 거룩히 지켜라 (출애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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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켜야 하는 이 계명이 매우 실질적인 의미를 갖게 된 것은 이스라엘 자손들이 바벨론으로 끌려갔을 때입니다. 바벨론에 끌려간 사람들은 소수였지만, 이들에게 예루살렘 성전의 부재는 이들의 신앙을 유지하는데 크나큰 위기였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거룩한 공간 대신 거룩한 시간을 준수하는 것으로 자기 신앙을 지키려 했고, 바로 그것이 안식일의 준수였습니다. 안식일은 모든 존재의 근원이신 주님을 기억하는 날이며, 한 걸음 물러서서 자신의 모든 일상과 노동과 행위를 되돌아보는 날이며, 쉼 속에서 삶의 활력을 되찾는 날입니다.
출애굽기는 기원전 13세기나 15세기의 사건을 다루지만, 이것이 글로 기록된 것은 기원전 6세기 바벨론 포로 시기입니다. 따라서 십계명의 제4계명도 바벨론의 포로시기를 함께 염두에 두면서 읽어야 합니다. 십계명은 출애굽기 20장과 신명기 5장에 두 번 등장합니다. 거기에 각각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라는 계명이 포함됩니다.
그런데 안식일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조금 다릅니다. 출애굽기에서는 안식일 계명 준수가 창조와 연결됩니다. 하나님께서 쉬셨기 때문에 너희도 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신명기에서는 애굽의 압제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되었기에 모든 종과 짐승까지도 쉬게 하라는 인권적 측면에서 계명 준수를 말합니다. 바벨론에서 노예로 쉬지도 못하고 일해야 하는 이들에게 안식일 준수는 실제적으로 중요했습니다.
안식일 대신 주일에 모여 하나님을 기리고 온전히 쉼을 얻는 그리스도인에게도 제4계명은 중요합니다. 창조의 완성은 쉼이기 때문입니다. 성공과 욕망의 노예가 되어 자신을 착취하는 삶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4계명은 쉼이야말로 완성이라고 가르쳐줍니다. 나만 쉴 것이 아니라 모두가 쉬게 함으로써 우주의 생명이 힘을 얻는다는 것을 알려 줍니다. 열심히 일하는 것만큼 잘 쉬는 것이 중요합니다. 잠시도 쉬지 못하고 불안에 떠는 불쌍한 현대인들에게 십계명은 말합니다.
“쉼이 노동의 완성임을 기억하여라! 그 날을 참으로 거룩하게 지켜라!”
기도: 여유로우신 하나님, 우리의 삶에도 여유를 주소서. 세상을 조금 더 평등하게 만들어 주셔서, 누구나 쉴 수 있는 세상이 되게 하여 주소서. 아파도 쉬지 못하고, 지쳐도 쉬지 못하는 일들이 없게 하여 주소서. 스스로를 착취하고는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착각에서 벗어나게 하여 주소서. 충분히 쉴 때, 모든 것이 좋다는 고백이 나올 줄 압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