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쓸데없는 짓
모세가 말하였다. “오늘은 이것을 먹도록 하십시오. 오늘은 주님의 안식일이니, 오늘만은 들에서 그것을 얻지 못할 것입니다. 당신들이 엿새 동안은 그것을 거둘 것이나, 이렛날은 안식일이니, 그 날에는 거두어들일 것이 없을 것입니다.” 모세가 이렇게 말하였는데도, 백성 가운데서 어떤 사람은 이렛날에도 그것을 거두러 나갔다. 그러나 아무것도 얻지 못하였다.(출애 16: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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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한병철은 <피로사회>라는 책에서 오늘날은 부정성을 물리치는 면역학의 시대를 지나 지나친 긍정성, 즉 긍정성의 과잉으로 병든 시대라고 진단합니다. 긍정 과잉의 시대는 자기 스스로 자신을 내모는데, 자아실현이라든가, 자기만족을 위해 자기를 소진하는 피로사회가 된다는 것입니다.
지치는 줄도 모르고 자신을 내모는 데는 탐욕의 기재가 숨어 있습니다. 더 많이, 더 멋지게, 더 그럴싸하게 소유하고 가지고 즐기려는 욕망은 성취나 성공이라는 이름 아래, 스스로를 다그치게 됩니다. 쉬지 못하고 무엇인가를 계속해야지만 사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일하지 않으면 쓸모없는 인간이 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모세는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안식일에는 집 밖으로 나가지 말고, 안식일 전날 얻은 양식으로 먹고 집에서 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백성들 가운데 몇몇은 안식일에도 만나를 거두러 들로 나갑니다. 당연히 아무것도 얻지 못했고, 쓸데없는 짓을 한 것입니다.
더 많이 얻고 가지려는 욕망은 이미 있는 것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게 합니다. 분주하게 계속 움직이는 사람은 존재의 경이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부산한 마음은 우리로 하여금 자신이 할 수 있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제쳐두고 쓸데없는 것에 신경 쓰게 만듭니다. 하나님께서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키라고 한 것은 쉼을 얻지 못하고 일해야 하는 노동자, 노예, 가축들의 온전한 쉼과 삶을 위한 것이었습니다만, 한편 우리의 삶은 고요히 머물러 있을 때에야 그 본래의 질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안식일 준수는 쉼이면서 완성이기도 합니다.
모든 종교 전통은 고요히 머무르는 시간을 가지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때로 멈추어야 합니다. 멈출 때만 보이는 것이 있고, 멈추어야만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을 수 있고, 멈출 때에야 쓸데없는 짓을 안 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도: 하나님! 오늘 우리가 하루의 삶을 충실하게 살기 원합니다. 바쁘게 많은 일을 하는 것이 꼭 제대로 산다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게 하시고, 질적인 시간을 맛보게 하여 주소서. 분주하게 오가며 쓸데없는 짓으로 지치고 우울해지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고, 멈추어 쉬면서 무르익는 시간을 갖게 하여 주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