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유게시판

읽기의 신경적 기초

by 수박이필요해 posted Oct 02, 2019 Views 1684 Replies 0

인간은 어떻게 글을 읽는가

 

우리는 지치지 않고 글자를 빨아들인다. 취미가 독서가 아니어도 상관 없다.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서 글을 읽고, 길거리 간판을 볼 때도 글을 자동으로 읽는다. 심지어 우리가 글을 읽고 싶지 않아도 글은 우리에게 읽.힌.다. 우리가 글을 읽는 일은 마치 그 작동원리를 생각하지도 할 필요도 없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숨쉬는 것 같은 일이다. 우리는 그 메커니즘에 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읽는다.

 

프랑스의 신경학자 스타니슬라스 드앤(Stanislas dehaene)의 [글 읽는 뇌] (학지사, 2017)는 우리가 어떻게 글을 읽을 수 있는지에 관해 탐구하는 책이다. 드앤은 우리가 눈을 통해 글을 읽는 행동에서 시작하여, 뇌에서 문자를 인식하고 그것을 발음하는 일, 그리고 그 문자의 의미와 연결시키는 법, 문자의 진화적 기원과 역사적 기원을 추적하고 아동의 문자 학습과 난독증까지 차근차근 설명한다. 그 중 내게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 하나만 소개해본다.

 

인간은 어떻게 글을 읽을 수 있지?

먼저 읽기의 신경적 기초는 제법 간단하다. 뇌 영상 기술이 발전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글을 읽을 때 공통적으로 활성화되는 부위를 대략적으로 읽기에 관여하는 곳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좌뇌의 후두측두부(left occipitotemporal region)에 위치한 이 곳은 추상화된 문자 기호를 판별하는 역할을 하는데, 드앤은 이를 ‘문자상자(letter box)’라고 부른다. 이 문자 상자는 놀랍도록 문자를 잘 기억해서, 서체나 크기의 차이를 모두 무시하고 핵심적 형태만 파악하여 음소와 의미를 담당하는 뉴런을 활성화시킨다.

 

만약 뇌졸중 등의 사고로 문자상자가 손상되거나 절개될 경우, ‘실독증’이라고 하는 읽기 장애가 생기는데 흥미로운 것은 숫자를 읽고 쓰는 작업은 전혀 손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종이에 아무거나 쓴다고 다 같은 게 아니고, 우리 뇌는 숫자와 글자를 분명히 다르게 처리한다는 증거다.

 

안구가 글자를 인식해서 문자상자가 점화되면, 뇌는 빠르게 두 가지 경로로 지금 읽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한다. 숙달된 성인의 읽기 능력은 굉장히 빨라서 단어를 그 철자로서 병렬적으로 동시에 파악하여 한 번에 인지한다. 예컨대 ‘병렬적인’이라는 단어를 봤을 때 ‘병.렬.적.인.’으로 읽지 않고 동시에 네 글자를 처리하여 ‘병렬적인’이라는 통합된 단어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0 무감어수 감어인 제19호 file 흐르는물처럼 2019.09.14 1626
429 [언론보도] ‘통일운동·사회선교’ 앞장서온 향린교회가 ‘불온단체’? 이성환 2020.02.04 1626
428 [교회동창회 145] 성서는 예수가 “편견과 차별”을 철저히 반대했다고 증거하는데 어떻게 교회는 성서를 왜곡하고 “편견의 온상지”가 되었나? 최성철 2021.10.01 1627
427 자유인의 하늘 뜻 펴기 - 평화나눔작은 공동체 여성인권 - 무지개빛 수다 file 도임방주 2019.09.25 1627
426 중·일은 마음을 고쳐먹고 서로 새로운 인식을 해야 통일둥이 2018.10.27 1627
425 무감어수 감어인 제12호 file 흐르는물처럼 2019.06.07 1627
424 [교회동창회 126] 인간이 “만든 하나님”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무신론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 최성철 2021.05.21 1631
423 [교회동창회 31] 성서는 절대적인 진리와 권위가 아니다! 최성철 2019.08.30 1631
422 [교회동창회 57] 살거나 죽을 가치는 교회 안 보다 교회 밖에 훨씬 더 많다! 최성철 2020.03.11 1631
421 미국 국가안보기구가 드러낸 흉악한 면모 통일둥이 2019.05.27 1631
420 신장을 둘러싸고 외치는 서방의 요란떨이 통일둥이 2019.03.30 1632
419 나토국가는 미국에 의한 정치적 화근을 남겨둘 수는 없다 통일둥이 2021.06.20 1632
418 자유인의 하늘 뜻 펴기 - 선우연님 - 나 없는 '향린' file 도임방주 2019.09.30 1632
417 [안병무학교-민중신학아카데미 시즌 1] 안병무와 더불어, 민중신학 새로 스케치하기(황용연) 2 제3시대 2020.02.20 1632
416 미국은 지금 결코 이길 수 없는 적을 만들고 있다 통일둥이 2019.07.30 1633
415 [교회동창회 131] 기도에 응답하는 하느님은 없다! 예수는 치유의 기적을 일으킨 적이 없다! 최성철 2021.06.25 1633
414 왠 민주주의? 풀한포기 2022.06.16 1634
413 창립 69주년 기념 토론회, 교회 민주주의에 부쳐 1 풀한포기 2022.06.09 1635
412 중국의 코로나 퇴치는 위대한 투쟁의 서사시 통일둥이 2020.06.16 1635
411 조·중 정상회담: 동북아에 더 많은 에너지를 통일둥이 2019.01.15 1635
Board Pagination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39 Next
/ 39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