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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뜻펴기

돌이켜 생명으로! | 백찬양 | 2021-08-22

by 백찬양 posted Aug 22, 2021 Views 133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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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1-08-22

돌이켜 생명으로! (예레미야 애가 5:1~21, 고린도전서 13:1-7, 요한복음서 13:31~14:14)

성령강림절 14, 교회교육주일 (210822)

 

안녕하세요. 저는 향린교회에서 인턴수련과정을 진행 중인 전도사 백찬양입니다. 저는 4년째 유아부, 유치부 친구들과 함께 예배드리고 있고, 오늘 교회교육주일을 맞아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교우 여러분께서는 파란색의 생명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시는지요? 저는 바다와 하늘 외엔 잘 떠오르지 않더라구요. 교우 여러분 중에서도 저와 같은 분들이 계시겠지요?

제가 드린 이 질문은 바로 어린이부 여름들살이 활동 중에 있었던 질문입니다. 어린이들에게 파란색의 생명은 무엇이 있을까?”라고 질문을 했더니, 예상치 못한 답변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습니다.

도라지 꽃, 블루베리, 고등어, 멸치, 참치, 정어리, 등푸른생선

처음에 그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요. 그러다 문득, ‘내가 지키고자 하는 생명들에, 저렇게 작디 작은 존재들이 포함 되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워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생명을 섬세하게 바라볼 줄 아는 감수성을 가진 우리 교육부 어린이, 푸른이들과 함께 지난 725일부터 88일까지. 3주간에 걸친 주일마다, “돌이켜 생명으로!”라는 주제로 여름들살이가 진행되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래서 생명의 소중함을 더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오늘은 교회교육주일을 맞아, 교육부가 3주간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교우 여러분과도 함께 나누어 보려고 하는데요, 우리 어린이, 푸른이들의 생태감수성과 생명을 대하는 따뜻한 마음들이, 우리 향린의 어른들에게도 전해지길 기대해봅니다.

 

오늘 제1성서는 예레미야 애가입니다. 애가는 말 그대로 슬픔의 노래라는 뜻입니다. 예레미야 시대의 민중들이 슬픔의 노래를 부를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상황을 살펴봅니다.

 

남유다는 느부갓네살 왕이 이끄는 군대에 포위된 채, 2년여의 시간동안 저항해왔지만, 끝내 정복당하고 맙니다. 남유다의 지도층들은 모두가 바빌론의 포로로 붙잡혀갔고, 예루살렘은 폐허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한 예루살렘을 보며, 남아 있는 민중들의 탄식을 기록한 책이 바로 예레미야 애가입니다.

 

저항하다 패망한 약소국을 향한 강대국의 폭력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그들이 유산으로 받은 땅은 남에게 넘어가고, 그들의 집은 이방인들의 것이 되고, 또 그들이 소유했던 물과 나무조차, 값을 치루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들은 매일 쉬지도 못하고 일을 해야 했습니다. 젊은이들은 맷돌을 돌려야 했고, 어린 아이들조차도 무거운 나뭇짐을 져야만 했지요.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해도 어느 날엔 종일 굶을 수 밖에 없고, 그 와중에 여성들의 삶은 무참히 짓밟혔습니다.(5:1~13)

 

도대체 이 모든 고통들이 왜 자신들에게만 일어나는지, 무척이나 답답했을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겪는 고통의 이유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자신들의 지난날들을 쭉 회상하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했을 것입니다.

 

결국 그들은 정의에 반하는 삶, 즉 강대국의 패권을 정당화하고, 그들이 만들어낸 질서와 논리들을 용인하며, 침묵했던 지난날의 자신들을 발견하게 됩니다.(6-7,16) 하지만 상황을 돌이키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지요. 이미 나라가 망했고, 자신들의 삶의 터전조차 폐허가 되어버렸으니 말입니다.

이제 돌이키는 행위조차 할 수 없는 그들은 오늘 본문 21절과 같이 하나님께 간절히 호소합니다.

주님, 우리를 주님께로 돌이켜 주십시오. 우리가 주님께로 돌아가겠습니다. 우리의 날을 다시 새롭게 하셔서, 옛날과 같게 하여 주십시오.” 하고 말입니다.

 

유아부-유치부에 계시는 부모님들께서 가끔 저에게 유아들의 영상편지를 보내주시는데요. 그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멘트가 전도사님 보고싶어요.”코로나가 끝나면입니다.

 

이 영상들을 볼 때마다, 행복하기도 하지만 참 안타깝기도 합니다. 저의 어릴적 기억들을 회상해보면, 자유롭게 이리저리 뛰어 놀던 기억들로 가득한데, 우리 아이들의 기억속에는, 코로나로 인해 마음껏 뛰어 놀지 못했던, 답답해도 마스크를 계속 차야만 했던 기억들이 가득할테니 말입니다.

 

그만큼 코로나는 우리 모두의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 때문에 우리가 잊고 있었던 지구온난화 또한, 이번 여름 우리의 삶에 폭염과 장마, 홍수 또 산불 등으로 자신의 건재함을 드러내며, 우리의 일상에 깊이 관여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반 생태적인 삶은 멈춰지지 않습니다. 인간중심적인 모든 선택들이 너무 익숙해서, 또 그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을 놓고 싶지 않아서, 때로는 남들보다 더 우월하고 싶은 욕망 때문에. 우리는 다양한 핑계를 들어, 파괴된 자연을 힘써 외면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합니다.

 

지난 89일이었지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지구의 온도가 1.5도 상승하는 지구가열화 시점이 10년 앞으로 다가 왔다는 6차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실제로 온도가 1.5도 높아지면 극한 기온이 8.6배나 증가하고, 집중호우나 가뭄 같은 기상 이변도 두 배 가까이 증가한다고 하니, 이 얼마나 큰 재앙인지요.

 

지금 우리는 예레미야 시대와 같은 재앙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의 태도로 인해 삶의 터전이 파괴된 지금, 폐허가 된 예루살렘 성전을 바라보며 탄식하던 자들의 간곡한 호소가 우리의 기도가 되어 다시금 전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하나님에게로 돌이켜 주십시오. 우리가 주님께로 돌아가겠습니다. 우리의 날을 다시 새롭게 하셔서, 생명이 잇대어 살아가던 때와 같게 하여 주십시오.”

 

오늘 복음서의 말씀은 예수님이 잡히시던 날 밤, 예수님과 제자들이 나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제가 잠시 여러분을 떠나 있을 거예요.”

예수님의 제자 중 베드로가 예수님에게 물었습니다.

예수님, 어디로 가시나요?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예수님을 위해서라면 제 목숨까지 걸고,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베드로의 말에 지금은 함께 갈 수 없다 말합니다. 그리고는 곧 자신이 있는 곳에서 모두가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 말씀하십니다.

그 때, 예수님의 다른 제자 도마가 예수님에게 묻습니다.

예수님이 어디로 가시는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어떻게 예수님이 계신 곳으로 갈 수 있나요? 그럼 우리에게 가는 길이라도 알려주세요.”

예수님은 도마 말에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제가 길이요, 진리요, 생명입니다. 저를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도 하나님에게로 갈 사람이 없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이 하나님에게로 가는 진리의 길이자, ‘생명의 길이라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에게로 갈 수 있는 그 길이, 예수님의 삶을 통해서만 이루어 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예수님의 삶은 어떠한 삶이었는지요.

우리는 성서의 많은 증언들을 통해, 예수님의 삶이 사랑의 삶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은 언제나 모두를 향해 있었습니다. 약한 자, 가난한 자, 병든 자, 심지어 자신을 배신하려는 자, 부인하는 자까지, 모두를 가리지 않고, 끝까지 사랑하셨습니다.

그런 예수님은, 자신이 우리를 그렇게 사랑했듯, 우리 또한 서로 사랑하라 말씀하십니다.(13:34) 우리가 예수님을 따라 서로 사랑할 때, 우리는 예수님의 제자가 되고(13:35), 생명의 하나님을 아는 삶을 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14:7)

 

오늘 연결되는 고린도전서의 말씀은 그 사랑의 실천들을 구체적으로 나열합니다. 우리가 너무 많이 보고, 너무 많이 들은 본문이지요.

그래서 저는 이 사랑을 교육부 어린이들의 말로 소개해 보려 합니다.

 

유치부 은휼이에게 사랑이란 늘 함께 있어 주는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또 보라에게 사랑이란 놀던 것을 바로 치우는 것입니다. 치우는 엄마가 힘이 드니까라고 말하는 보라의 말에 엄마를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 전해집니다. 또 우리 승현이에게는 사랑은 똥꼬입니다. 똥꼬라는 말은 요즘 승현이가 꽂혀 있는 말인데요, 계속해서 말하고 싶고,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가장 어린 유아부 승제에게 사랑이란 고개를 계속해서 흔드는 놀이같은 것이라고 합니다. 보는 사람들도 행복하고, 본인 또한 즐거운 것이라고, 아직 말이 어려운 24개월 승제를 대신해 해석해봅니다.

우리 어린이부 윤후에게는 꼬옥 안아주는 것’, 미람이에게는 우리를 안아주는 구름 같은 것’, 해인이에게는 마음에 드리우는 햇빛 같은 것’, 민찬이에게는 당연한 듯 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 시우에는 끈적끈적한 딱풀 같은 것’, 민재에게는 엄마, 아빠, 할머니처럼 따뜻한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사랑입니다.

 

사랑은 이렇게 다양한 모습과 방법으로 온 생명들에게 전해집니다. 우리가 우리의 삶을 돌이켜 생명들을 사랑할 때, 그 사랑이 모든 생명을 살리는 힘이 될 것입니다.

 

이번 교육부 여름들살이에서는 우리의 삶을 돌이켜, 생명들을 사랑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그 시간을 우리 교우 여러분들에게도 소개 합니다.

 

[PPT]

 

이렇게 우리 향린의 어린이, 푸른이들은

사랑의 마음을 안고 돌이켜 생명으로살아가려 합니다.

우리 향린의 어른들도 이 여정에 함께 하시겠습니까?

 

언젠가 교육위원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내가 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서 있는 우리 모두가,

돌이켜 생명으로살아갈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침묵으로 기도합니다.

 

 

<파송사>

 

서로 사랑합시다.

우리의 사랑이 너와 나를, 도라지꽃과 블루베리와 고등어와 멸치와 참치를 살게 할 것입니다.

사랑으로 생명을 지어갑시다.

이제 우리의 삶을 돌이켜 생명으로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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