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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뜻펴기

녹색신앙 | 김희헌 | 2021-06-06

by 김희헌 posted Jun 06, 2021 Views 13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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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1-06-06

녹색 신앙 (삼상 8:4-11,16-20, 고후 4:13-5:1, 마가 3:20-35)

성령강림절 3, 환경주일 (210606)

 

[믿음의 녹색 계보]

교회 이전을 앞두고 이번 주일은 교육부 중심으로 대면 예배를 드립니다. 환경 주일에 교육부가 배정된 것은 몇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그동안 교육부가 사순절에 탄소 금식을 하는 등 생태 문제에 관심해왔고, 이 문제가 미래 세대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와 기후위기의 시대로 경험되는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신앙은 녹색 신앙이라고 하겠습니다. 우리 교회의 교육공동체에서부터 녹색 신앙이 널리 퍼지면 좋겠습니다.

환경 주일을 맞아 최근 화두가 되는 두 가지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나는 기후위기 비상행동이고, 다른 하나는 탄소중립 2050’입니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말 그대로 기후위기에 긴급히 대처하기 위한 종교계와 시민사회의 운동으로서 2년 전에 시작되었습니다. 작년에는 국회에서도 기후위기 비상선언결의안이 채택되었는데, 그만큼 시대적 공감대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탄소중립 2050>은 기후위기 시대의 구체적인 과제이죠.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플러스마이너스 영이 되는 중립상태가 되도록 하자는 세계적 합의입니다. 온실가스의 주요 원인인 탄소배출량 줄이고 흡수량을 늘려서 순 배출량이 영이 되는 넷 제로상태가 필요한 이유는 지구의 온도상승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서 1.5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서입니다. 그걸 넘어서면 균형을 잃은 지구생태계가 인간이 살기 힘든 상태로 변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2050년이라고 해서 시간이 많이 남은 것처럼 느끼는데, 그것은 지금부터 줄여가는 노력을 할 때 가능한 시간입니다. 만일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계속 살아갈 경우, 남은 시간을 말해주는 탄소 시계에 따르면 67개월 밖에 없다고 합니다. (예배가 진행된 지금 시간, 66개월 26) 우리가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지금 초등학교 3학년인 OO가 중학교를 졸업할 즈음에는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생태적인 삶과 녹색 신앙이라고 하겠습니다. 한국교회(NCCK)는 지난 520, ‘탄소 중립에 관한 선언을 하고 비상행동을 다짐했습니다. (오늘 주보 <목회마당> 참고)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는 탄소 중립을 위한 일곱 가지 실천을 제안하여, 모두가 초록 발자국을 남기는 생명의 길을 걷자고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교회 홈페이지 참고, 동참 요청). 국가가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개인의 각성과 실천도 중요합니다.

이제 우리는 녹색 신앙을 키워가야겠습니다. 녹색 신앙이란 우리를 생태적 삶으로 인도해 줄 믿음을 의미합니다. 이 믿음은 녹색의 계보를 갖습니다. 먼저 <녹색 하나님>을 믿으며, 그 하나님이 원하는 <녹색 세계>를 꿈꾸며, 그 세계를 지어갈 <녹색교회>를 만들며, 그 신앙공동체를 살아갈 <녹색 교인>을 기르며, 그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남기는 <녹색 발자국>, 이것이 우리의 신앙관이 되어야겠습니다.

우리 교회는 이전과 건축을 통해서, 앞으로 다가올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준비에는 외형적인 교회와 내면적인 교회, 두 차원이 있다고 봅니다. 외형적으로 지어질 교회의 건물은 신앙공동체의 삶에 매우 중요합니다. 앞으로는 교회 건물의 생태적 의미도 커질 것이니,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갈 교회를 어떻게 지을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녹색교회를 이루어갈 내면적인 마음의 건축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교회가 앞으로 다가온 생태 문명을 향해 나아가는 선교공동체요 교육공동체가 되도록 힘을 모아야겠습니다.

코로나와 기후위기 시대를 지나면서 세계는 총체적 전환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 핵심은 성장중독에 걸린 사회에서 탈성장의 가치에 기초한 사회로 생태적 전환을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예전에는 경제성장과 소비성장이 삶의 미덕이요 국가의 기준이었지만, 앞으로는 지구 자원의 고갈과 지구 흡수력의 한계로 인해 그럴 수 없습니다. 이제 좋은 삶이란 돈을 불려가는 경제성장이 아니라, 삶의 가치를 높이는 탈성장이어야 한다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멋진 녹색 상상력이 펼쳐져야 할 때입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가보지 않은 길을 정말로 갈 수 있을까 하는 염려와 불안이 짙게 깔려있습니다. 전환시대의 가시지 않은 불안입니다.

 

[전환시대의 선택 / 사무엘상 84-11, 16-20]

오늘 제1성서의 본문 사무엘상 8장은 불안한 시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사(士師) 시대에서 왕조시대로 넘어가는 때 사람들의 위태로운 마음이 엿보입니다. 사회질서는 부패하고 외세의 침략이 계속되자, 사람들은 사무엘을 찾아가서 왕을 세워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들은 현실을 견디는 것이 두려웠고, 차라리 왕이라도 있으면 힘이라도 생기지 않겠느냐는 유혹을 받게 되었습니다.

만일 왕이 그들을 다스리게 된다면, 모두가 종이 되고, 모든 것을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사무엘의 경고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왕이 다스리는 시대가 앞으로 다가올 시대라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자신들의 세계가 전환되기를 원했습니다. 백성들의 이런 선택에 하나님은 실망합니다. 그것은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저버리고, 눈에 보이는 것을 신처럼 섬기겠다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7~8)

하지만 하나님은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십니다. 그 결과, 이스라엘은 사백여 년의 왕조시대를 거치면서, 착취와 전쟁을 거듭하다가 마침내는 나라가 패망하여 포로로 끌려갈 때까지 자기 시대의 영욕을 경험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의 시간보다 약 삼천 년이 지난 시기를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또 다른 시대적 전환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보여준 생태적 불균형과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 해법은 소비 문명에서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대안이 없다고 하고, 인간의 욕망이 그런 전환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여전히 물질이 삶의 가치 기준이 되고, 인간의 등급을 매기고, 우리 삶을 지배하는 물신이 되도록 허용합니다. 이미 기본적인 필요가 충족되었지만, 자기 지위에 맞는 물건을 소비하라는 목소리에 맘을 빼앗겨, 더 비싸고 고상한 소비를 통해서 삶의 우월성을 과시하기도 합니다.

그때 지혜의 목소리가 말합니다. 우리의 삶이 정말 그렇게 움직여야만 하느냐고. 우리는 이미 충분히 가졌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절제의 감각이 아니냐고. 하지만, 그런 지혜의 목소리는 도리어 시대 부적응이요, 정신 나간 소리처럼 여겨집니다.

 

[누가 내 형제자매인가! / 마가복음 320-35]

예수님도 비슷한 일을 경험한 것 같습니다. 마가복음 3장을 보면, 율법학자들이 예수를 가리켜 미쳤다고 말하지요. 사람들의 병을 고치고 새 가르침을 전하는 예수의 행동이 자신들의 상식이나 도덕과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는 귀신의 힘을 빌려서 일을 한다고 모함합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생명과 평화의 씨앗을 뿌리는 예수의 가르침과 운동이 거부된 것입니다.

이때 예수께서 말씀합니다. ‘사람들이 짓는 죄와 비방은 용서받을 수 있지만, 성령을 모독하는 사람은 용서를 받지 못한다.’ 무슨 뜻일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살아오면서 서로 지은 죄는 용서받을 수 있지만, 성령이 열어가는 구원과 해방의 사역을 막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다고. 이 말씀은 미래의 씨앗을 오늘 모두 소비하는 어리석음을 꾸짖는 석과불식’(碩果不食)의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기후위기 시대의 심각성을 모르고 여전히 화력발전소를 짓고, 원전을 수출하고, 산의 나무를 베어내는 것처럼, 예수의 말씀은 당시에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예수의 가족들마저도 그가 미쳤다는 소문을 듣고 붙잡으려고 찾아옵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이렇게 묻습니다. “누가 내 어머니이며, 내 형제들이냐?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 곧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다.예수의 이 말씀은 그를 본받아 살기를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말씀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라! / 고린도후서 413~ 51]

고린도 교회에 보낸 두 번째 편지에서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집니다. 지금 우리가 겪는 일시적인 가벼운 고난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영원하고 크나큰 영광을 우리에게 이루어 줍니다.” (4:16-17)

이 말씀은 예수 운동을 펼치는 신앙인의 강건한 내면세계를 보여줍니다. 지금 우리보다 훨씬 힘들고 어려웠을 그 시대에, 무엇이 바울에게 이토록 당당한 믿음을 갖게 했을까요? 그 비결을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보이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봅니다. 보이는 것은 잠깐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기 때문입니다.” (4:18)

예수님도 바울도 자신의 시대를 절망하지 않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마음에 그리며 살아갑니다. 아직 이 세상에 나타나지 않은 것을 그려 보며 세상을 지어갑니다. 가을의 결실을 바라보며 씨앗을 심는 봄의 농부처럼, 자녀를 기르는 부모처럼, 우주적 사랑의 공동체를 향해 일하는 하나님의 일꾼들이 지금도 이 역사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도 부름을 안고, 하나님 나라를 향해가는 공동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여기에 모인 것도, 대안적인 삶을 찾고자 하는 갈망이 우리 밑바닥 안에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가오는 생태문명의 시대를 꽃피울 수 있는 생명의 씨앗을 멀리멀리 날리는 삶입니다.

 

지난주에 [지구정원사 가치 사전]이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생태적 삶을 구성하는 가치를 담은 낱말을 25개 뽑아서, 50명의 신학자가 둘씩 짝지어 한 주제를 쓴 책입니다. 거기에 나온 스물다섯 개의 낱말을 천천히 읽어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눈을 감고,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린 다음, 제가 말할 때, 그것이 자기 삶에 담겨 있다면 왼손으로, 부족하다고 느끼면 오른손으로 꼽아보십시오.

감사, 겸손, 경청, 공감, 공생, 화해, 균형, 나눔, 멈춤, 분별력, 비움, 창조성, 사랑, 풍성함, 필요, 아름다움, 용기, 정의, 지혜, 책임감, 평화, 내면적 성숙, 배려, 봉사, 신뢰.

이제, 쥐어진 주먹의 의미를 생각하며 잠시 침묵으로 기도합시다.

 

[파송사]

우리 모두 녹색 신앙을 키워갑시다. 신음하는 지구를 다시 생명력 있는 녹색 세상으로 만들어가시는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합시다. 어린이와 푸른이, 청년과 장년 모두 함께 손을 잡고, 녹색교회를 만들고 초록 발자국을 남기는 삶을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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