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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뜻펴기

예수를 둘러싼 군상(群像) | 김희헌 | 2022-04-10

by 김희헌 posted Apr 10, 2022 Views 211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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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2-04-10

예수를 둘러싼 군(群像) (사 50:4~9a, 빌 2:5~11, 눅 22:14~23:56) 

2022.04.10. 려주일, 세월호기억주일, 씨뿌림주일

 

(오늘 복음서 본문은 133절이나 됩니다. 평소처럼 일어서서 복음서의 말씀을 듣기에는 너무 길어서, 앉아서 한 절씩 교독(交讀)하고자 합니다. 교독에 들어가기 전, 잠시 안내를 드리겠습니다. 예배에서 설교는 여러 형식으로 진행될 수 있는데, 오늘은 성서의 독송(讀訟) 자체를 하늘뜻펴기로 삼으려고 합니다.)

 

복음서의 긴 본문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최후의 만찬, 제자의 길에 관한 예수의 마지막 가르침, 체포와 베드로의 배신, 병사들의 조롱, 빌라도의 심문과 헤롯 안티파스의 공모, 판결과 십자가 행진, 구레네 시몬과 뒤따르는 사람들, 골고다 언덕에서 같이 못 박힌 두 사람과의 대화, 백부장의 독백, 그리고 아리마대 사람 요셉의 장례 이야기가 길게 이어집니다.

본문을 읽는 동안 주목하고자 하는 대목은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세어보니 최소한 30번가량 인물들이 바뀌는데, 때로는 집단이, 때로는 개인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모두 예수가 이 땅에서 걸은 마지막 동선에 함께한 사람들입니다. 본문을 읽을 때, 바로 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나오는지 눈여겨보면서 읽어가기를 바랍니다.

읽을 때 마음속에 몇 가지 물음을 갖고 본문을 따라가도 좋겠습니다. 본문에서 누구를 보는가? 만일 내가 그 자리에 있다면 그곳은 어디인가? 그리고 예수와 동행하는 길은 어디에 있는가?

 

이제 복음서의 말씀으로 하늘의 뜻을 펴는 마음으로 저와 한 절씩 번갈아가며 읽겠습니다.

 

14 시간이 되어서, 예수께서 자리에 앉으시니, 사도들도 그와 함께 앉았다.

15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고난을 당하기 전에, 너희와 함께 이 유월절 음식을 먹기를 참으로 간절히 바랐다.

 

16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유월절이 하나님의 나라에서 이루어질 때까지, 나는 다시는 유월절 음식을 먹지 않을 것이다.”

17 그리고 잔을 받아서 감사를 드리신 다음에 말씀하셨다. “이것을 받아서 함께 나누어 마셔라.

 

18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제부터 하나님의 나라가 올 때까지, 포도나무 열매에서 난 것을 절대로 마시지 않을 것이다.”

19 예수께서는 또 빵을 들어서 감사를 드리신 다음에, 떼어서 그들에게 주시고 말씀하셨다.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주는 내 몸이다.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억하여라.”

 

20 그리고 저녁을 먹은 뒤에, 잔을 그와 같이 하시고서 말씀하셨다. “이 잔은 너희를 위하여 흘리는 내 피로 세우는 새 언약이다.

21 그러나 보아라, 나를 넘겨줄 사람의 손이 나와 함께 상 위에 있다.

 

22 인자는 하나님께서 정하신 대로 가지만, 인자를 넘겨주는 그 사람에게는 화가 있다.”

23 그들은, 자기들 가운데 이런 일을 할 사람이 누구일까 하고, 자기들끼리 서로 물었다.

 

24 제자들 가운데서 누구를 가장 큰 사람으로 칠 것이냐는 물음을 놓고, 그들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다.

25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뭇 민족들의 왕들은 백성들 위에 군림한다. 그리고 백성들에게 권세를 부리는 자들은 은인으로 행세한다.

 

26 그러나 너희는 그렇지 않다. 너희 가운데서 가장 큰 사람은 가장 어린 사람과 같이 되어야 하고, 또 다스리는 사람은 섬기는 사람과 같이 되어야 한다.

27 누가 더 높으냐? 밥상에 앉은 사람이냐, 시중드는 사람이냐? 밥상에 앉은 사람이 아니냐? 그러나 나는 섬기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 있다.

 

28 너희는 내가 시련을 겪는 동안에 나와 함께 한 사람들이다.

29 내 아버지께서 내게 왕권을 주신 것과 같이, 나도 너희에게 왕권을 준다.

 

30 그리하여 너희가 내 나라에 들어와 내 밥상에서 먹고 마시게 하고, 옥좌에 앉아서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심판하게 하겠다.”

31 “시몬아, 시몬아, 보아라. 사탄이 밀처럼 너희를 체질하려고 너희를 손아귀에 넣기를 요구하였다.

 

32 그러나 나는 네 믿음이 꺾이지 않도록, 너를 위하여 기도하였다. 네가 다시 돌아올 때에는, 네 형제를 굳세게 하여라.”

33 베드로가 예수께 말하였다. “주님, 나는 감옥에도, 죽는 자리에도, 주님과 함께 갈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34 그러나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베드로야, 내가 네게 말한다. 오늘 닭이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35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를 돈주머니와 자루와 신발이 없이 내보냈을 때에, 너희에게 부족한 것이 있더냐?” 그들이 대답하였다. “없었습니다.”

 

36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이제는 돈주머니가 있는 사람은 그것을 챙겨라, 또 자루도 그렇게 하여라. 그리고 칼이 없는 사람은, 옷을 팔아서 칼을 사라.

37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는 무법자들과 한패로 몰렸다고 하는 이 성경 말씀이, 내게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과연, 나에 관하여 기록한 일은 이루어지고 있다.”

 

38 제자들이 예수께 말하였다. “주님, 보십시오. 여기에 칼 두 자루가 있습니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넉넉하다하셨다.

39 예수께서 나가시어, 늘 하시던 대로 올리브 산으로 가시니, 제자들도 그를 따라갔다.

 

40 그곳에 이르러서,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시험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하여라하신 뒤에,

41 그들과 헤어져서, 돌을 던져서 닿을 만한 거리에 가서, 무릎을 꿇고 이렇게 기도하셨다.

 

42 “아버지, 만일 아버지의 뜻이면, 내게서 이 잔을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내 뜻대로 되게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되게 하여 주십시오.”

43 [그 때에 천사가 하늘로부터 그에게 나타나서, 힘을 북돋우어 드렸다.

 

44 예수께서 고뇌에 차서, 더욱 간절히 기도하시니, 땀이 핏방울같이 되어서 땅에 떨어졌다.]]

45 기도를 마치고 일어나, 제자들에게로 와서 보시니, 그들이 슬픔에 지쳐서 잠들어 있었다.

 

46 그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왜들 자고 있느냐? 시험에 빠지지 않도록, 일어나서 기도하여라.”

47 예수께서 아직 말씀하시고 계실 때에, 한 무리가 나타났다. 열둘 가운데 하나인 유다라는 사람이 그들의 앞장을 서서 왔다. 그는 예수께 입을 맞추려고 가까이 왔다.

 

48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유다야, 너는 입맞춤으로 인자를 넘겨주려고 하느냐?”

49 예수의 둘레에 있는 사람들이 사태를 보고서 말하였다. “주님, 우리가 칼을 쓸까요?”

 

50 그 가운데 한 사람이 대제사장의 종의 오른쪽 귀를 쳐서 떨어뜨렸다.

51 예수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만해 두어라!” 하시고, 그 사람의 귀를 만져서 고쳐 주셨다.

 

52 그런 다음에, 자기를 잡으러 온 대제사장들과 성전 경비대장들과 장로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강도를 잡듯이 칼과 몽둥이를 들고 나왔느냐?

53 내가 날마다 성전에서 너희와 함께 있었으나, 너희는 내게 손을 대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너희의 때요, 어둠의 권세가 판을 치는 때다.”

 

54 그들은 예수를 붙잡아서, 끌고 대제사장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런데 베드로는 멀찍이 떨어져서 뒤따라갔다.

55 사람들이 뜰 한가운데 불을 피워놓고 둘러앉아 있는데, 베드로도 그들 가운데 끼여 앉아 있었다.

 

56 그 때에 한 하녀가 베드로가 불빛을 안고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그를 빤히 노려보고 말하였다. “이 사람도 그와 함께 있었어요.”

57 그러나 베드로는 그것을 부인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여보시오, 나는 그를 모르오.”

 

58 조금 뒤에 다른 사람이 베드로를 보고서 말했다. “당신도 그들과 한패요.” 그러나 베드로는 이 사람아, 나는 아니란 말이오.” 하고 말하였다.

59 그리고 한 시간쯤 지났을 때에, 또 다른 사람이 강경하게 주장하였다. “틀림없이, 이 사람도 그와 함께 있었소. 이 사람은 갈릴리 사람이니까요.”

 

60 그러나 베드로는 이렇게 말하였다. “여보시오, 나는 당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소.” 베드로가 아직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곧 닭이 울었다.

61 주님께서 돌아서서 베드로를 똑바로 보셨다. 베드로는, 주님께서 자기에게 오늘 닭이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하신 그 말씀이 생각났다.

 

62 그리하여 그는 바깥으로 나가서 비통하게 울었다.

63 예수를 지키는 사람들이 예수를 때리면서 모욕하였다.

 

64 또 그들은 예수의 눈을 가리고 말하였다. “너를 때린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맞추어 보아라.”

65 그들은 그 밖에도 온갖 말로 모욕하면서 예수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66 날이 밝으니, 백성의 장로회, 곧 대제사장들과 율법학자들이 모여서, 예수를 그들의 공의회로 끌고 가서,

67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가 그리스도이면, 그렇다고 우리에게 말해 주시오.”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그렇다고 여러분에게 말하더라도, 여러분은 믿지 않을 것이요,

 

68 내가 물어보아도, 여러분은 대답하지 않을 것이오.

69 그러나 이제부터 인자는 전능하신 하나님의 오른쪽에 앉게 될 것이오.”

 

70 그러자 모두가 말하였다. “그러면 그대가 하나님의 아들이오?”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그라고 여러분이 말하고 있소.”

71 그러자 그들은 말하였다. “이제 우리에게 무슨 증언이 더 필요하겠소? 우리가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직접 들었으니 말이오.”

 

1 그들 온 무리가 일어나서, 예수를 빌라도 앞으로 끌고 갔다.

2 그들이 예수를 고발하여 말하기를 우리가 보니, 이 사람은 우리 민족을 오도하고, 황제에게 세금 바치는 것을 반대하고, 자칭 그리스도 곧 왕이라고 하였습니다.”

 

3 그래서 빌라도가 예수께 물었다. “당신이 유대인의 왕이오?” 예수께서 빌라도에게 대답하셨다. “당신이 그렇게 말하고 있소.”

4 빌라도가 대제사장들과 무리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보니 이 사람에게는 아무 죄도 없소.”

 

5 그러나 그들은 이렇게 주장하였다. “그 사람은 갈릴리에서 시작해서 여기에 이르기까지, 온 유대를 누비면서 가르치며 백성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6 빌라도가 이 말을 듣고서 물었다. “이 사람이 갈릴리 사람이오?”

 

7 그는 예수가 헤롯의 관할에 속한 것을 알고서, 예수를 헤롯에게 보냈는데, 마침 그 때에 헤롯이 예루살렘에 있었다.

8 헤롯은 예수를 보고 매우 기뻐하였다. 그는 예수의 소문을 들었으므로, 오래전부터 예수를 보고자 하였고, 또 그는 예수가 어떤 기적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싶어하였다.

 

9 그래서 그는 예수께 여러 말로 물어보았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에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10 그런데 대제사장들과 율법학자들이 곁에 서 있다가, 예수를 맹렬하게 고발하였다.

 

11 헤롯은 자기 호위병들과 함께 예수를 모욕하고 조롱하였다. 그런 다음에, 예수에게 화려한 옷을 입혀서 빌라도에게 도로 보냈다.

12 헤롯과 빌라도가 전에는 서로 원수였으나, 바로 그 날에 서로 친구가 되었다.

 

13 빌라도는 대제사장들과 지도자들과 백성을 불러모아 놓고서,

14 그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이 사람이 백성을 오도한다고 하여 내게로 끌고 왔으나, 보다시피, 내가 그대들 앞에서 친히 신문하여 보았지만, 그대들이 고발한 것과 같은 죄목은 아무것도 이 사람에게서 찾지 못하였소.

 

15 헤롯도 또한 그것을 찾지 못하고, 그를 우리에게 돌려보낸 것이오. 이 사람은 사형을 받을 만한 일을 하나도 저지르지 않았소.

16 그러므로 나는 이 사람을 매질이나 하고, 놓아주겠소.” (17절 없음)

 

18 그러나 그들이 일제히 소리 질러 말하였다. “이 자를 없애고, 바라바를 우리에게 놓아주시오.”

19 바라바는, 그 성안에서 일어난 폭동과 살인 때문에 감옥에 갇힌 사람이다.

 

20 빌라도는 예수를 놓아주고자 하여, 다시 그들에게 말하였다.

21 그러나 그들이 외쳤다. “그자를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22 빌라도가 세 번째 그들에게 말하였다. “도대체 이 사람이 무슨 나쁜 일을 하였단 말이오? 나는 그에게서 사형에 처할 아무런 죄를 찾지 못하였소. 그러므로 나는 그를 매질이나 해서 놓아줄까 하오.”

23 그러나 그들은 마구 우기면서,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큰 소리로 요구하였다. 그래서 그들의 소리가 이겼다.

 

24 마침내 빌라도는 그들의 요구대로 하기로 결정하였다.

25 그래서 그는 폭동과 살인 때문에 감옥에 갇힌 자는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놓아주고, 예수는 그들의 뜻대로 하게 넘겨주었다.

 

26 그들이 예수를 끌고 가다가, 들에서 오는 시몬이라는 한 구레네 사람을 붙들어서, 그에게 십자가를 지우고, 예수의 뒤를 따라가게 하였다.

27 백성들과 여자들이 큰 무리를 이루어서 예수를 따라가고 있었는데, 여자들은 예수를 생각하여 가슴을 치며 통곡하였다.

 

28 예수께서 여자들을 돌아다보시고 말씀하셨다.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를 두고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를 두고 울어라.

29 보아라, ‘아이를 배지 못하는 여자와, 아이를 낳아 보지 못한 태와, 젖을 먹여 보지 못한 가슴이 복 되다하고 사람들이 말할 날이 올 것이다.

 

30 그 때에, 사람들이 산에다 대고 우리 위에 무너져 내려라하며, 언덕에다 대고 우리를 덮어 버려라하고 말할 것이다.

31 나무가 푸른 계절에도 사람들이 이렇게 하거든, 하물며 나무가 마른 계절에야 무슨 일이 벌어지겠느냐?”

 

32 다른 죄수 두 사람도 예수와 함께 처형장으로 끌려갔다.

33 그들은 해골이라 하는 곳에 이르러서, 거기서 예수를 십자가에 달고, 그 죄수들도 그렇게 하였는데, 한 사람은 그의 오른쪽에, 한 사람은 그의 왼쪽에 달았다.

 

34 [그 때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저 사람들은 자기네가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그들은 제비를 뽑아서, 예수의 옷을 나누어 가졌다.

35 백성은 서서 바라보고 있었고, 지도자들은 비웃으며 말하였다. “이 자가 남을 구원하였으니, 정말 그가 택하심을 받은 분이라면, 자기나 구원하라지.”

 

36 병정들도 예수를 조롱하였는데, 그들은 가까이 가서, 그에게 신 포도주를 들이대면서,

37 말하였다. “네가 유대인의 왕이라면, 너나 구원하여 보아라.”

 

38 예수의 머리 위에는 이는 유대인의 왕이다이렇게 쓴 죄패가 붙어 있었다.

39 예수와 함께 달려있는 죄수 가운데 하나도 그를 모독하며 말하였다. “너는 그리스도가 아니냐? 너와 우리를 구원하여라.”

 

40 그러나 다른 하나는 그를 꾸짖으며 말하였다. “똑같은 처형을 받고있는 주제에, 너는 하나님이 두렵지도 않으냐?

41 우리야 우리가 저지른 일 때문에 그에 마땅한 벌을 받고 있으니 당연하지만, 이분은 아무것도 잘못한 일이 없다.” 그리고 나서 그는 예수께 말하였다.

 

42 “예수님, 주님이 주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에, 나를 기억해 주십시오.”

43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정으로 네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44 어느덧 낮 열두 시쯤 되었는데, 어둠이 온 땅을 덮어서,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다.

45 해는 빛을 잃고, 성전의 휘장은 한가운데가 찢어졌다.

 

46 예수께서 큰 소리로 부르짖어 말씀하셨다.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이 말씀을 하시고, 그는 숨을 거두셨다.

47 그런데 백부장은 그 일어난 일을 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말하였다. “이 사람은 참으로 의로운 사람이었다.”

 

48 구경하러 모여든 무리도 그 일어난 일을 보고, 모두 가슴을 치면서 돌아갔다.

49 예수를 아는 사람들과 갈릴리에서부터 예수를 따라다닌 여자들은, 다 멀찍이 서서 이 일을 지켜보았다.

 

50 요셉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공의회 의원이고, 착하고 의로운 사람이었다.

51 이 사람은 의회의 결정과 처사에 찬성하지 않았다. 그는 유대 사람의 고을 아리마대 출신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는 사람이었다.

 

52 이 사람이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시신을 내어 달라고 청하였다.

53 그는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려서, 삼베로 싼 다음에, 바위를 파서 만든 무덤에다가 모셨다. 그 무덤은 아직 아무도 묻힌 적이 없는 것이었다.

 

54 그 날은 준비일이고, 안식일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55 갈릴리에서부터 예수를 따라다닌 여자들이 뒤따라가서, 그 무덤을 보고, 또 그의 시신이 어떻게 안장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

 

56 그리고 그들은 집에 돌아가서, 향료와 향유를 마련하였다. 여인들은 계명대로 안식일에 쉬었다.

(이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잠시 침묵하며 본문을 묵상한 다음, 하늘뜻펴기를 이어가겠습니다.)

 

8년 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온 사회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수많은 고통의 지점이 있었는데, 기독교 신앙인에게 난감한 지점은 그 엄청난 사태 속에 신의 모습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 비극적 사태 자체를 신의 뜻으로 해석한 몰지각한 이들도 있었지만, 그것은 답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해 말 이십여 명의 신학자들이 모여 일박이일 모임을 갖고, 함께 생각을 묶어 책을 낸 적이 있습니다. [남겨진 자들의 신학]입니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팔십여 년 전 독일의 본훼퍼 목사가 가졌던 고민과 비슷한 것이었습니다. 나치 세력이 온 사회를 물들인 상황에서, 본훼퍼 목사는 앞으로 다가올 시대의 믿음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습니다.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

동일한 문제의식이 십자가를 향한 예수의 동선을 그린 복음서 기자에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가 서술한 이야기에는 하나님의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예수를 둘러싼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만 그려져 있습니다. 우리가 오늘 본문에서 예수의 동선에 참여한 사람들을 주목하여 본 것은, 땅의 욕망도 하늘의 뜻도 모두 사람들을 통해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보이지 않는 신을 만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상으로 존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본문에 나타나는 예루살렘의 지배자들, 열광하다가 변절하는 군중들, 타인을 조롱하고 모욕하며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들, 배신하는 제자들, 갈등하는 무리들, 이들은 모두 십자가의 길을 걷는 예수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반응합니다. 예수의 삶에 동조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입니다. 우리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양심에 깃든 자유의 본질을 봅니다. 자유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점입니다. 타인을 위해 자신의 일부를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우리는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반면,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말없이 뒤따른 갈릴리의 여인들, 마지막 죽음의 자리 십자가 위에서 예수에게 마음을 연 강도, 죽은 예수를 향해 입을 연 로마 백부장, 예수의 장례를 지낸 산헤드린 의원 아리마대 요셉, 이들은 인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들입니다. 복음서는 예수를 죽인 로마 군인의 입술에 담아 중요한 결론을 전합니다. 그는 죽은 예수를 보고, ‘이 사람은 참으로 의로운 사람이었다라고 말합니다. 역설적인 선언이요, 깊디깊은 인간의 가능성에 관한 말입니다.

예수를 둘러싼 수많은 군상 가운데, 제자들이 보여준 모습은 양면적입니다. 스승과 마지막 식사 자리에서 그들은 누가 큰 사람인지다투었다고 본문은 말합니다. 그것은 단지 제자들을 비난하려는 목적에 있다기보다는, 독자들을 향해 너희는 무슨 관심으로 예수를 따르느냐?’는 신랄한 물음처럼 다가옵니다. 예수께서는 자신이 섬기는 사람으로 왔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제자들에게 말합니다. “너희는 내가 시련을 겪는 동안에 나와 함께 한 사람들이다.” 이것은 제자들에게 주신 격려이자 도전의 말씀입니다. 제자들에게만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그렇습니다.

복음서에서 우리는 인간의 여러 초상(肖像)을 보았습니다. 사람들이 모여든 믿음의 원점은 예수입니다. 어떻게 그를 닮을 수 있을까? 그것이 우리 기독교인들의 본질적인 화두입니다.

1950년대 미국 민권운동의 지도자이자 조직 운동의 기획자로 알려진 이가 사울 알린스키가 자신의 책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에서 일관되게 말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명목상의 진보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삶을 급진적으로 살아가는 길에 관한 것입니다. 그는 사물의 양면성을 분리하여 좋은 것만 취하려는 방식을 비판하고, 삶을 있는 그대로 볼 것을 권합니다. 삶이란 선과 악, 빛과 어둠, 생과 사의 이분법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한 구절을 인용하자면 이렇습니다.

이 세상은 평화와 아름다움, 공평한 이성의 세계가 아니다. 삶은 실제로 전쟁이다. 악은 오만하고 강하며, 아름다움은 매혹적이지만 드물며, 선은 약해지기 쉬울 뿐이며, 광기는 너무나도 도전적이며, 사악함이 승리하고, 우둔한 자들이 위대한 자리에 오르며, 통찰력 있는 사람들이 보잘것없는 자리에 머물며, 인류는 전반적으로 불행해지기 쉽다. 하지만, 존재하고 있는 이 세상은 궁색한 환상도, 망령도, 밤의 사악한 악몽도 아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영원히 다시 깨어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세상을 잊을 수도, 부정할 수도, 배제할 수도 없다. (사울 D. 알린스키,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 54)

진보적 공동체를 구성하는 일, 그 공동체를 기반으로 변혁적 일을 실행하는 데에는 가치와 이상을 뒷받침하는 삶의 무엇이 더 필요합니다. 알린스키는 이렇게 말합니다. “혁명은 진보의 전유물이 아니다. 혁명은 사랑 없이는 불가능하고, 사랑은 누구의 소유가 아닌 모두의 재산이다!.” 수많은 해석이 오고 갔지만, 십자가를 향한 예수의 동선에 관한 마지막 해석은 사랑입니다.

어두운 세상을 보다 나은 세계로 밀고 가려는 사람들을 가리켜 진정한 급진주의자로 부를 수 있다면, 우리는 그들을 오늘 다른 두 성서 본문에서 봅니다. 첫째는 이사야서 50장에 나오는 포로기의 사람입니다. 그는 위험하고 고독한 삶을 살아갑니다. 그의 고난은 본문에 이렇게 표현됩니다. “나는 나를 때리는 자들에게 등을 맡겼고, 내 수염을 뽑는 자들에게 뺨을 맡겼다. 내게 침을 뱉고 나를 모욕하여도 내가 그것을 피하려고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50:5~6) 아마 포로들의 일상이었을 것입니다.

세상은 비극으로 경험되기 쉽습니다. 오늘 우리의 삶은 자유롭습니까? 어떻게 해야 삶의 진실과 선함, 아름다움을 현실에서 꽃피울 수 있을까요? 이사야는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 하늘의 소리를 듣고 믿음의 새길을 발견합니다.

주 하나님께서 나를 학자처럼 말할 수 있게 하셔서, 지친 사람을 말로 격려할 수 있게 하신다. 아침마다 나를 깨우쳐 주신다. 주 하나님께서 내 귀를 열어 주셨으므로, 나는 주님께 거역하지도 않았고, 등을 돌리지도 않았다.” 이것은 훗날 예수가 보여준 모습입니다. 고난 속에서 자신을 지키며, 이웃을 위로하고,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삶입니다.

빌립보서에서 바울은 신앙인의 삶이란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는 것이라 말합니다. 그가 깨달은 그리스도의 마음은 자신을 비우고, 자기를 낮추고, 십자가에 이르기까지 순종하는 마음입니다. 이렇게 살아갈 때,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높이셨듯이 우리도 높여주실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순절 마지막 주일, 고난주간을 앞둔 우리에게도 믿음의 과제가 있습니다. 자신의 영혼을 오직 하나님에게 맡기고 살아간 예수의 믿음이 우리 삶에서도 흐르기를 바랍니다.

침묵으로 기도합시다.

 

[파송사]

다시 세상 속으로 나아갑니다. 세월호의 아픔이 이어지는 고통의 땅이지만, 우리가 씨 뿌리고 가꾸어야 할 땅이요, 하나님이 당신의 자녀를 보내어 돌보게 하신 땅입니다. 자신을 비우고, 자신을 낮추고, 십자가에 이르기까지 순종하는 마음으로, 그리스도를 향해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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