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가신지 10년 되신 홍근수 목사님께.

 

목사님을 그리워하는 향린 식구들이 얼마나 많은데, 또 목사님이 사랑하시는 향린 교우들도 셀 수 없이 많은데 저를 이 자리에 세우셨네요.

2000년에 저를 선교부 간사로 불러주시고 향린 교우들을 자주 평등 평화 통일의 길로 안내하라 하신 목사님의 유업을 다 마치지 못했다고 질책하시는가 싶습니다.

 

목사님!

당신은 자주와 평화, 비핵과 군축, 통일이 우리 민중 모두의 살길임을, 그 길만이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서 이루는 것임을 단 한순간도 흔들림 없이 설파하셨습니다.

 

목사님은 미국이 군사력이나 경제력을 가지고 백인 우월사상과 함께 거드름을 피우며 전 세계를 지배하고 군림했다며 우리는 반미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보다 나은 한미관계를 위해 미국의 대한국정책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것 뿐이라고 하셨습니다.

 

전쟁을 옹호하는 것은 전쟁을 우상으로 섬기는 사람만이 취할 수 있는 어리석음이라고 지적하셨습니다. 전쟁을 통해서는 절대로 평화가 실현될 수 없으며 더욱이 그것이 하느님의 뜻도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발생한다면 북한은 물론 남한도 망할 것은 너무나 명백하기에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여 동북아의 비핵화와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인류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나가자고 호소하셨습니다.

 

그리고 목사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인간이 진정으로 자유하게 하는 진리를 증언하러 이 세상에 오셨으니 그 자유를 완성하기 위해 남과 북은 반드시 다시 통일해야 한다고.

 

목사님!

그런데 지금 윤석열 정권은 힘에 의한 평화, 전쟁 불사를 부르짖으며 한미동맹으로도 모자라 일본까지 끌어들여 북한 정권 종말을 운운하고 있습니다. 인도 태평양에서 힘자랑을 해보겠다며 국방비를 최대로 끌어올리고 군수산업 확대에 열을 올리며 중국과의 대결도 마다하지 않으니 대결과 핵전쟁의 먹구름이 한반도를 떠나지 않습니다. 민생은 도탄지경에 이르고 정치는 퇴행과 반동으로 얼룩진 참담한 상황입니다.

 

그러하기에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시던 목사님이 진정 그립습니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시며 어린아이처럼 순박하게 웃으시던 모습, 어떤 문제든 걱정하지 말라며 해결책을 내어주시던 목사님이 정말 보고싶습니다.

 

홍근수 목사님!

보수 반동 수구 냉전세력은 기억을 지우라고 합니다. 추모하지 말라고 합니다. 홍범도를 지우고, 강제징용과 위안부의 역사를 지우고, 미선이와 효순이를, 세월호와 이태원을 잊으라고 합니다. 과거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미래는 현재가 만드는데도 말입니다. 저들이 기억을 지우려는 것은 저들의 과거가 부끄럽기 때문입니다. 결국 멸망과 나락으로 떨어질 자신들 미래의 운명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평화와 상생의 미래를 위해 더 많이 기억하고 기록하고 추모하려 합니다. 목사님을 언제나 잊지 않겠습니다. 진상규명과 살인미군 처벌, 소파개정을 요구하며 사건 첫 날부터 목사님 생애 마지막까지 함께 하셨던 미선이 효순이 투쟁을 기억하는 기록관도 반드시 세우겠습니다.

 

희망이 필요한 시대, 우리 자신이 희망이 되어 현실을 바꾸어 보겠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목사님이 벼리어주신 자주와 평화, 비핵과 군축, 통일의 기치를 놓지 않고 민중을 위해 나아가겠습니다. 목사님이 앞장서서 드셨던 촛불, 우리도 결코 끄지 않겠습니다.

 

 

목사님, 저희들과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희들을 언제나 지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