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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린공동체 성명서: 누가 참된 이웃인가

by 조은화 posted Aug 09, 2018 Views 700 Replies 0

향린공동체 성명서: 누가 참된 이웃인가

 

어린 시절 교회학교에서 배웠던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기독인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누가 참된 이웃인가. 예수 말씀에 따르면 그 대답은 간단하다. 이웃의 어려움을 보고 기꺼이 돕는 이다. 그리고 예수의 가르침을 따라 살고자 모인 우리 기독인들은 누구나 참된 이웃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 예수의 이름을 말하면서도 이웃을 사랑하기보다 정죄하기를 즐기는 이들이 있다.

예수의 사랑은커녕 민주시민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질조차 갖추지 못한 이들이 있다.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라는 단체는 지난 717일 섬돌향린교회 교육전도사가 보수신학교에서 신학을 하고도 진보적 입장을 취하며 성소수자에 대해 이해하는 입장을 보였다고 문제를 삼았다. 더 나아가 이러한 잘못에는 지역 교계에서 대표적인 인물로 활동하는 해당인의 부친이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탓이 있다고 하며 그 가족까지 연루시키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개인 정보를 멋대로 유출, 적시하여 두 사람의 인권을 짓밟았으며 가족들까지 괴롭혔다.

그보다 조금 앞선 지난 517일에는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IDAHOTday)’을 맞아 장신대 학부와 신대원 학생들이 성소수자와 연대하는 의미로 채플 시간에 여러 가지 색의 티셔츠를 입고 참여했다는 이유로 학교 측의 징계를 받는 일이 있었다. 징계를 받은 학생 중에는 향린교회의 청년 교우도 포함되어 있다. 관련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학생들의 의사를 표명한 간단한 수준의 퍼포먼스가 정학에 이르는 중징계를 받게 된 데에는 모교회의 세습으로 촉발된 교계 내 권력다툼 등의 복잡한 사건들이 얽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건 또한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이는 성소수자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연대하는 기독인에 대한 교계 내의 탄압에 다름 아닌 것이다.우리의 역사를 돌아보면 한국의 개신교는 반공과 물질적 축복을 기치로 내세우며 이승만·박정희 독재정권과 결탁하여 성장해왔음을 발견할 수 있다. 예수는 분명 어려운 이들과 이웃하라고 말씀하셨는데 한국 교회는 오히려 이들을 타자화하고 대상화하여 착취하는 것을 선택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하에서도 이러한 문제는 지속되어 왔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남북한 화해무드로 더 이상 북풍이 먹히지 않는 지금은 반동성애를 내세우고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동력으로 삼아 내부의 결속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입장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이성애 중심의 사회에서 성소수자 문화가 낯설어 당혹스럽고 때로는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성소수자 중에도 기독인들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지난 세월 계속되어 온 한국 개신교의 성소수자 탄압으로 상처받고 신앙의 터전을 떠나게 되는 기독인성소수자들을 생각해야한다. 이들이 고통 받는 우리의 이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 세상에 살아가지만 그 존재를 당당히 드러낼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교회는 이러한 성소수자들을 공동체로 품어주기 보다는 단죄하고 쳐내는데 몰두해왔다. 한국의 많은 성소수자 기독인들은 교회를 떠나고 신앙을 버리거나 혹은 자신을 숨기고 거짓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선택의 기로에서, 심지어 삶을 포기하기까지 하는 가슴 아픈 일들이 지금의 현실이다.

다행히 섬돌향린교회를 비롯한 여러 기독인들이 용기를 내어 공동체를 세우고 성소수자들이 신앙의 터전을 버리지 않을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활동해왔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성소수자 기독인과 이들을 위해 연대하는 기독인들은 공동체를 통해 함께 하면서 서로에게 더 큰 용기와 힘이 되어주고 있다. 이것이 바로 예수의 뜻을 따라 참된 이웃이 되는 길이고 진정한 사랑의 표현이다. 우리는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보수 개신교의 정치적 책동에도 굴하지 않고 지금 여기에 함께 함으로써 서로의 울타리를 넓혀가는 일을 그치지 않을 것이다. 향린공동체로 모인 우리 모두는 향기로운 이웃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참된 이웃이 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한다.

 

201889

 

향린공동체(강남향린교회·들꽃향린교회·섬돌향린교회·향린교회) 성정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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