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유게시판

십자가 없는 교회 건물에 더하여 -새터전 상상 2

by 풀한포기 posted Nov 04, 2019 Views 1786 Replies 2

예배당건물에 십자가가 없습니다, 우리 향린교회는. 이것은 우리 향린교인들의 정체성이자 은근한 자랑입니다. 하지만 건물 내부로 들어오면 좀 가난해 보이는 거 외에 고만고만하고 비슷비슷 합니다. 본당의 십자가, 음향과 여러 교회스러운 장식, 성가대 자리, 피아노, 오르겐, 긴의자. 

 

바울에게 십자가는 대속희생의 징표, 부활 영광에 앞선 고난의 상징이었습니다. 예수에게 십자가는 무엇이었을까요. 인류의 죄를 대속해야겠다는 뜻을 가지고 십자가에 못박힌 것일까요, 악한 세력에 저항하고 싸우다가 처형된 것일까요.우리 교우들이 고난의 현장에서 힘써 싸우는 것은 그들의 죄를 대신지기 위함인가요, 그들의 고통을 덜고 악에 저항하는 것인가요.

 

이제 새로 마련하는 향린의 예배당 건물은 외부에 십자가는 당연히 없겠지만, 내부에도 십자가가 없으면 어떨까요. 단상을 없애면 어떨까요. 200명씩 모여 기도하고 예배하는 거룩한 공간을 굳이 만들어야 하나요. 기도, 찬양, 말씀이라는 도식에 갇혀야 하나요. 그랜드 피아노 파이프 올갠 빼어난 목소리로 높여야만 높아지는 하느님 인가요. 온 몸에 소름 돋우는 음향으로 들어야 감동을 일으키는 성령님인가요, 우리의 하느님은.

 

갈릴래아에서 냄새나는 민초들을 만나고 부대끼던 예수를 기억하기에 좋은 건물은 어떤 걸까요. 높은 천장과 황홀한 빛, 웅장한 음향의 예배당 보다는 좀 더 친밀하게 서로를 만나고 동지애를 키울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현재의 건물에서 뺄 것은 무엇이고 더 할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향린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예배당 공간과 구성에 너무 많이 쓰지 맙시다. 차마 없앨 수 없다면 최소한으로 합시다. 작지만 구분된 여러 공간을 만들어 교회안의 작은 예배공동체들이 지금보다 더 친밀하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예배당은 예수의 희생을 거룩하고 웅장하게 기념하는 것보다 그가 살아서 만들었던 만남이 다시 이루어지는 공간을 상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야생초농부 2019.11.07 07:29
    터전위원의 한명으로 공감가는 부분이 많이 있고 풀한포기님과 반대로만 새터전을 생각한 것에 대해 반성도 해봅니다
    현재의 교회는 예수가 만든것이 아닌 바울이 예수의 복음을 전하고자 만든 모습이며 많은 이들이 모여 예배와 친교 그리고 복음의 전파를
    효율적으로 하려다 보니 시대상에 따라 조금씩 변해오지 않았나 합니다

    기독교의 발상지인 유럽에서 성당과 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면제부를 주며 천국티켓을 팔아 만든 성당건물과 교회개혁을 외치며
    화려한 성당을 비판하며 만들어진 교회건물 역시 화려하고 호화로움에 개혁의 끝은 어디쯤이고 우리가 섬기는 예수는 교회건물을
    어떻게 바라볼까? 고민이 깊어지기도 합니다

    천국티켓과 면제부를 팔아 만든 성당과 화사로운 성당을 비판하며 교회개혁을 외치며 만든 교회건물이 현재는 문화재가 되고
    많은 이들이 이를 관람하기 위해 찾고 지자체들이 보존하려고 예산을 투입 하는것을 보면서 세상은 의도한데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과
    그 건물의 모습에 따라 바라보거나 입장하며 마음이 경건해 지기도, 감흥이 없기도 하는것을 보면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느껴지며
    주어진 여건에서 멋지게(?) 지어졌으면 하는게 제 욕심이다 보니 저는 성찰이 더 필요한 속물처럼 느껴집니다

    교회 공동체가 은혜롭고 상처없이 새터전으로 이전을 마무리 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 갔으면 합니다
  • 최성철 2019.11.10 00:33
    십자가는 교회 시대의 부산물입니다. 교회 시대는 끝났으니 십자가는 더 이상 기독교의 상징이 아닙니다. 십자가는 콘스탄틴 황제가 제국의 세계 정복의 수단으로 삼았던 상징입니다. 십자가는 역사적 예수의 정신의 상징이 아닙니다. 예수의 정신은 우주적이고 포월적인 사랑과 평등과 정의입니다. 오늘 교회 밖의 현대인들이 십자가를 보고 무엇을 생각하고, 교회에 오겠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사람들이 십자가를 보고 구원받아 죽은 후 천국에 가려는 생각을 한다면 그 십자가를 내려놓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 십자가는 사람들에게 분단과 혼돈과 이기심만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2 [교회동창회 59] 오늘날 교회에 대한 회의와 허무는 최악의 수준에 이르렀다! 최성철 2020.03.25 1703
271 [교회동창회 18] 아니! 아직도 하느님을 믿으세요? 최성철 2019.05.31 1704
270 김진아 목사님이 누구 ? file 후정(홍성조) 2020.01.28 1704
269 조선전쟁과 항미원조전쟁, 무엇이 다른가? 통일둥이 2020.11.16 1704
268 [교회동창회 125] 팬데믹의 위기에서 교회가 믿는 “그런 하느님”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 최성철 2021.05.15 1704
267 [성서문맹퇴치] 성탄절은 만들어진 이야기이며, 사람답게 살려는 인간적인 이야기이다! 최성철 2019.12.14 1708
266 중국경제,알기나 하나요? 통일둥이 2019.08.29 1709
265 [교회동창회 48] 이 세계와 분리된 별개의 종교적 영역은 없다. 하늘 위에 거룩한 성전도 없다! 3 최성철 2020.01.10 1709
264 [교회동창회 151] 예수의 십자가는 “타락의 대가와 내세적 영생”의 상징이 아니다! 다만 비기독교인과 무신론자도 살아내는 “온전한 인간성의 우주적 삶”의 표징이다! 최성철 2021.11.13 1709
263 [8월 18일(목) 오후 8시 노동자연대 온라인 토론회] 펠로시의 대만 방문과 후폭풍 대만을 둘러싼 미·중 긴장, 왜 높아지나? 파장은? file 김재원 2022.08.11 1709
262 새 책! 『우리는 당신들이 불태우지 못한 마녀의 후손들이다』 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신지영·김정연·김예나·문현 옮김 도서출판갈무리 2023.03.21 1710
261 [교회동창회 7] 두려움과 이기심을 심어주는 교회 없는 사회 최성철 2019.03.16 1711
260 자유인의 하늘 뜻 펴기 - 임한빈님 - 향린 모태교우의 고백 file 도임방주 2019.05.02 1711
259 평신도 일일 성서나눔 발제문 체게바라2 2022.08.10 1711
258 [기획강좌] 조금 깊게 읽는 「논어」(2019.11.1(금)~22(금), 매주 금요일, 총 4강) 인권연대! 2019.08.29 1712
257 기고문: 주치의제도가 시급한 이유 1 che_guevara 2019.12.18 1712
256 미국 스스로 되짚은 “워싱턴합의”와 중국 및 세계의 대응 통일둥이 2020.07.13 1712
255 분단체제에서 예수살기 - 백창욱 목사님의 책 file 도임방주 2019.10.11 1714
254 [교회동창회 153] 아직도 “영-영혼-성령-하느님-사탄-천사”를 인간과 분리된 외부의 객체적 존재로 믿습니까? 이제 그만 믿으시지요! 최성철 2021.11.26 1714
253 달콤한 흥분 보이차 2019.02.06 1715
Board Pagination Prev 1 ...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39 Next
/ 39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