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서를 기록한 사람들이 소개한 역사적 예수는 인종과 종교 사이에 가로놓인 부족적 경계를 허물어버린 우주적인 현자(賢者)였다. 오늘 오만과 편견의 노예가 된 교회가 하느님의 이름으로 자행하는 차별주의와 우월주의는 역사적 예수의 정신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부족적 망상이다. 기독교인이라면 가장 먼저 예수에게 솔직해야 한다. 예수는 “부족의 유신론적 수호자”를 숭배하는 “부족적 사고방식의 종교”를 철저히 반대했다. 주류 신학계는 이러한 성서비평학적 연구에 적극 찬동한다. 오늘날 교회가 추구하는 유신론적 신학과 믿음은 부족적 사고방식의 표현에 불과하며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예를 들자면, 교회는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 권리를 박탈하고 탄압하는 군사독재정권과 IMF 외환위기 이후 빈부차이의 극심한 격차로 많은 국민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불평등과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과 같은 국가적 위기상황들을 못 본 체하거나 침묵을 지켰다. 더욱이 교회는 모든 국민들의 고통과 절망에 동참하여 고난을 공동체적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유신론적 믿음만을 보호하려는 파렴치한 부족적 집단이 되었다. 따라서 교회는 하나의 생명의 망을 이루고 있는 우주진화 세계에서 진부하고 케케묵은 부족적 생존 방식에 의존하기 때문에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고 고립되었다. 교회는 자아도취와 자기기만에 빠져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와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무지하고 무식하다. 부족적인 교회가 제시하는 세상의 구원은 사실상 자신의 이기적인 구원이 가장 우선이기 때문에 설득력과 신뢰성이 없으며 오히려 가정과 사회와 국가를 차별과 분단과 혼돈의 늪으로 빠트리고 있다.
오늘날 교회가 믿는 유신론적 하느님은 예수가 가르치고 몸소 살아 내었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하느님의 의미와 정반대되는 망상의 하느님이다. 신자들은 하느님 예수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와 온 인류의 죄를 “대신해서” 죽었으며, 그것을 입술로 시인하고, 교회에 다니기만 하면 물질적인 축복을 받고, 지옥에 떨어지지 않고, 죽은 후 천국에 올라가서 영원히 산다는 불량신학에 병적으로 세뇌되었다. 다른 종교에는 구원이 없고 기독교에만 구원이 있다는 이기적이고 이분법적인 믿음은 부족주의(Tribalism)라는 인간생존 기능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260만 년 전 아프리카 남부에서 최초로 출현한 인간 생물종은 진화과정을 거치면서 지구상의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30만 년 전 호모 싸피엔스 인간에게 자의식이 생겨날 때, 부족주의는 본능적인 생존의 지름길이었다. 부족주의를 선택한 인간은 그것에 근거해서 세계관과 가치관과 윤리관을 형성했으며 인간을 정의했다. 결국 유신론적 하느님이란 부족의 수호자 하느님이다. 따라서 지구촌의 수많은 부족과 민족은 각자 자신들의 환경에 가장 적절하고 특유한 보호신(god)을 만들어 숭배했다. 결국 인류 역사는 부족들의 신의 전쟁들로 얼룩졌으며, 전쟁은 국가의 주요 사업이었다. 종교 사제들은 자신들의 보호신을 입증하기 위해 끊임없이 전쟁을 부추겼으며, 정치 지도자들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전쟁을 일으켰다.
부족적 전통은 인간의 내면에 깊이 자리 잡은 생존의식에서 일어나며 또한 그것은 불안전한 인간성 중심에 파괴적인 공격성을 키운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부족적 인간들이다. 기독교를 포함한 세계종교들은 인간의 부족적 사고방식에서 유래되었고 또한 지금도 그런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사람들은 부족적 태도에 빠지면 빠질수록, 자신의 삶은 증오로 인해 사실상 생기를 잃고 지칠 대로 지쳐서 더욱 소진된다. 그 직접적인 결과로 사람들은 비인간화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족적 갈등 시대에는 인간의 자연적 생존충동이 지배적이었고 그것이 우리 원수들에게 투사되었다. 공동의 적이 있을 때는 사람들의 증오심이 항상 외향적이다. 정치적 단합은 부족적 공포를 증폭시키는 동시에 증오와 분노의 대상인 적을 확인함으로써 형성된다. 히틀러는 유대인들에 대한 독일인의 잠재적 증오심을 나치 운동의 정책으로 활성화시킴으로써 권력을 장악했다. 남한의 보수주의 정치인들은 북한을 군사적으로 무찔러야 하는 빨갱이로 규정하는 증오심을 한반도 통일의 주요 정책으로 삼는다. 미국에서는 눈에 보이는 공동의 적에 대한 인종적 또는 성적인 공포가 정치적 승리를 쟁취하게 만들었다. 원수를 섬멸하는 것은 생존의 지름길이며 원수에게 패하는 것은 파멸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믿는다. 부족의 분열은 항상 사람들의 증오와 편견, 방어의 정도를 더욱 심각하게 가증시킨다. 이런 부족적 사고방식은 진화과정을 거치면서 당연히 인간의 생존투쟁을 위한 자산이 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극복되지 않으면 보다 심층적인 인간성이 존재할 가능성은 없으며, 우리의 세계는 분단과 혼돈, 전쟁과 테러로 인해 인류의 밝은 미래는 암담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자들을 증오하는 한, 참된 인간성을 갖춘 온전한 인간이 될 수 없다. 일찍이 역사적
예수는 이 우주적인 진리를 가르치고 자신의 삶을 통해서 보여주었다. 참된 인간성은 항상 부족의 생존 욕구와 부족주의 사고방식의 희생제물이 되고 말았는데, 부족주의 사고방식은 자의식이 생긴 이래로 인간 사회의 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예수의 목적이 과거나 지금이나 생명을 풍요하게 하는 것이라면, 기독교인의 부족적 사고방식과 부족적 공포를 정면으로 다루기 전에는 예수의 목표가 성취될 수 없다. 예수는 삼층 세계관의 부족적이고 유신론적인 하느님이 하늘에서 내려와 성육신한 사람이 아니다. 예수는 여기에서 태어났고 여기에서 일회성 생명을 누리다 영원히 죽었다. 예수의 육체는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 오늘날 우주진화 세계관이 종교와 교육과 철학의 기초가 되고 있는 사회에서 예수의 신성론은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공정하게 참된 인간으로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이 아니라, 오직 기독교 하느님과 교회를 보호하기 위한 부족적인 생존의 방식에 불과하다. 21세기 현대인들은 교회와 하느님을 보호해서 물질적인 부와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교회는 죽음 후에 천국에서 큰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상업적이고 몰상식한 거짓과 은폐로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연명해왔지만 이제는 설득력과 신뢰를 심각하게 잃었으며, 사람들은 그 거짓말에 지치고 식상하여 교회를 떠나고 있다. 기독교를 포함하여 모든 세계종교들이 부족적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다른 종교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정당화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이것은 다름아닌 그들의 부족적 내지는 유신론적 하느님의 민낯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다른 종교와 인종에 대한 부족적 증오와 분노는 그 희생자의 인간성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증오하는 자들의 인간성도 파괴한다. 기독교 신자들은 이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교회기독교를 위시해서 모든 유신론적 종교체제가 부족적 사고방식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종교는 결국 모든 인류의 자산이 아니라는 사실이 현대인들에게 보편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요즈음 종교 없는 사회, 교회 없는 사회, 하느님 없는 종교, 종교 없는 기독교 등의 도전적인 말들이 서점과 언론매체에서 증폭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이 예언자적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오늘 유신론적 교회기독교가 생기를 잃고 시들시들 죽어가고 있는 가장 심각한 원인은 역사적 예수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정신을 배척하고, 상업적이고 정치적인 부족적 불량신학과 믿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유신론적 교회는 유신론으로 포장한 예수, 성상의 자리에 앉힌 하느님 예수를 맹신한다. 그런 예수는 “부족적 예수”이기 때문에 주류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고 고립될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서 부족적 예수는 오직 기독교인들만 구원하고, 교회 다니는 사람들만 사랑하기 때문에 비상식적이고 몰상식하게 보인다.
예수는 부족적 사고방식을 철저히 배척했다. 따라서 제자들은 예수의 가르침과 그의 삶이 일목요연하게 보여준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깨닫고, 부족의 경계선을 넘어섰으며, 예수가 살았던 것처럼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을 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것을 예수 체험으로 기록했으며, 복음서들이 등장했다. 예수가 그토록 강경하게 반대한 부족의 경계선은 당시의 유대인의 세계관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유대인들은 세계를 둘로 나누어, “우리”라는 자기들의 작은 민족 구성원들과 “그들”이라는 이방인들로 분리했다. 모든 유대인들은 이 이분법적 분리를 원칙으로 삼고 있었다. 유대인들은 하느님의 “선택받은 백성”이었고 이방인들은 하느님의 “선택받지 못한 백성”이었다. 유대인들은 차별주의와 우월주의로 자신들의 부족적이고 유신론적인 하느님을 기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확신했다. 따라서 유대인들이 하느님을 기쁘게 하고,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는 목적은 하느님이 그들을 사랑하고 보호하며 또한 방어하게 하는 방편이었기 때문에 이것은 다름아닌 부족 신들이 만들어진 목적이었다. 그러나 사실상 유대인들은 이방인들에게는 성서도, 하느님의 계시도 그리고 율법도 없었다는 자아도취와 자기기만에 빠져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비유대인들은 불결하고 할례 받지 못했으며 불결한 음식을 먹고 사는 더러운 백성으로 간주했다. 유대인들은 이방인들과는 함께 먹지 않았으며, 이방인들과는 결혼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이방인들과는 인간관계를 맺지도 않았다. 예수 시대에 유대인들의 인간성은 이런 부족의 경계선을 그 특징으로 했다. 그러나 그들이 비유대인들을 모두 배척하면서 온전한 인간이 될 수 없었다. 이것은 1세기 유대인 사회가 당면한 부족의 딜레마였으며, 참 사람 예수는 그 딜레마 속으로 걸어 들어가서 부족적 경계선들을
철저히 파괴했다.
신약성서를 최초로 기록한 바울은 갈라디아서에서 예수의 가르침과 그의 삶은 부족적 장벽을 무너트렸다고
선언했다. 다시 말해 참 사람 예수의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에 따르면, 유대 사람과 그리스 사람 사이에 차별은 없으며, 유대 사람이 이방 사람 보다 더 우월하지도 않다고 선포했다(갈 3:28). 하느님의 의미는 무차별과 조건 없는 우주적인 사랑이다(1:16, 2:11, 10:12-13). 바울은 예수의 정신을 따라서 부족적 경계선을 타파했으며, 세계를 포용했다. 그 뿐만 아니라 백만 년 이상 케케묵은 부족적 정체성의 특성인 인간의 생존본능을 물리치고 새로운 차원의 인간성으로의 요청은 신약성서의 거의 모든 페이지에 나타난다. 신약성서 전체의 핵심적인 신학은 외계에서 죄인들을 구원하기 위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왔다는 초자연적인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참된 인간이 되어 원시적 생존욕구를 위해 구축한 안전망에서 탈출하는 길에 대한 것이다. 예수를 따랐던 사람들은 그의 가르침과 그가 살았던 삶의 모습에서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만났으며 이것으로 자신들의 삶이 철저히 변화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예수 체험을 성서 기록으로 남겼다. 사람들은 예수를 통해서 생존을 위한 장벽들을 허물었다. 성서를 기록한 사람들은 부족적 안전지대를 벗어나 경계 넘어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인간의 의미, 생명의 의미, 하느님의 의미를 모든 사람에게 전달하는 인간으로 초청받았던 것이다.
우주진화 세계관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고대 성서는 부족적 메시지,가 될 수 없다. 성서는 죄인들을 구원하여 기독교인으로 만들고, 길 잃은 사람을 찾아 교회 다니게 하고, 사람들의 부족적 생존의 불안과 공포와 불안전을 해소시키는 부족의 메시지가 아니다. 성서가 밝히는 예수 체험은 예수에게서 만난 온전한 인간성을 우리 자신들의 새롭고 포월적인 삶으로 살아내라는 메시지였다. 참 사람 예수 안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하느님의 의미를 스스로 깨닫고, 우리의 인간성 곧 완전한 인간성을 구체적으로 살아내는 것이다. 성서는 신성에 대한 책이 아니라, 인간성의 완성으로 나아가는 길을 계시한 책이다. 성서에서 냄새를 풍기는 신성 또는 신적이란 말은 믿음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간성과 인간의 체험을 극대화하기 위한 은유적인 인간의 언어이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예수에게 솔직해야 한다. 예수를 새롭게 생각해야 한다. 교회는 예수를 부족 종교의 감옥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참 사람 예수는 우리의 인간성 속에 깊이 잠복하고 있으며 우리의 인간성을 폄하하고 저해하는 부족의 한계성들을 극복하고, 높이 쌓아 올린 장벽들을 허물어 버리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기독교인들은 예수를 부족적인 우상에서 우주적이고 통합적이고 포월적인(包越: "품어 안고서 넘는다"는 의미 곧 '포함하면서 초월한다'는 뜻) 삶의 길로 전환해야 한다.
[필자: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책 제목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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