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주류 사회에서 과학과 이성과 지성이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확장되고 보편화됨으로써 유신론적 하느님 개념이 급속도로 죽어가고 있다. 따라서 교회가 맹신하는 인격신론의 초자연적 하느님은 마치 험티 덤티처럼 되었다 (Humpty Dumpty: 한번 넘어지면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 또는 물건). 사실상 하느님의 험티 덤티 현상이 가속화된 주요 원인은 예수 이야기를 선전하는 교회가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사용해왔던 비상식적인 방식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하느님을 사람 잡아먹는 도깨비로, 곧 예수를 자발적인 희생양으로 삼는 잔인한 하느님으로, 그리고 기독교인들을 영원히 감사하며 어쩔 수 없이 하느님에게 의존하는 수동적이고 나약한 인간으로 전락시키는 신학과 믿음의 방식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기는 커녕 교회에 대한 불신을 심각하게 증폭시켰다.
하느님을 유신론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이제는 불가능하게 되어 유신론이 죽어가는 징표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일단 하느님 개념이 급속도로 죽어 가기 시작했으며 그것은 마치 험티 덤티와 같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오늘날 사회에서 사람들은 유신론과 하느님의 불행한 운명에 대해서 관심도 없으며,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가장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교회는 하느님이 험티 덤티의 운명에 처해있는 것에 대해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모른 채 하고 있으며 더욱이 아무런 대안이 없는듯 하다. 교회는 유신론의 죽음을 솔직하게 현실로서 받아들이기 보다는 오히려 내세지향적이며 형이상학적인 환상을 포기하지 못한 채 그 무용지물을 부둥켜 안고 살아가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인격신론의 하느님의 존재가 험티 덤티의 운명에 처한 징표는 데이터만 보아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우주진화 세계관이 주류 사회의 모든 영역의 기초가 되고 있는 과학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인간과 분리되어 외부에 존재하는 타자 로서의 하느님을 믿는 행위는 비상식적인 것으로 인식한다. 종교는 과학과 분리된 특수한 영역이 아니다. 따라서 현대인들은 제도적인 종교의 하느님이 인간의 기도에 응답해서 인간 세계 안으로 진입하고 이런저런 일들을 한다는 그런 하느님을 거부한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초자연적인 하느님이 악한 자들을 처벌하는 수단으로 지진, 화산폭발, 쓰나미, 태풍, 폭염, 혹은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등을 이용한다고 보지 않는다. 현대 사회는 인간의 질병을 어떤 진노의 신이 희생자들에게 부과한 징벌로 해석하지 않는다. 현대인들은 전쟁에서 적들을 멸망시키고 자신들의 입장을 옹호해 주는 부족적인 하느님을 수용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해서, 교회에 다니고, 성서를 매일 읽고, 열심히 기도하고, 그런 하느님에게 예배드리고 숭배한다고 불치병이 낫고, 교통사고가 일어나지 않고, 사업에 성공하여 부자가 되고,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등등의 기적들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주변에서 간혹 설명하기 어려운 아주 희귀한 일들이 일어나지만 그것은 하느님과 교회와 믿음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자연적이고 우연적인 일인데도 불구하고 교회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듯 마치 하느님의 은총과 기적인양 상업적인 선전에 광분한다. 안타깝게도 많은 기독교인들은 잘된 일이든 못된 일이든 모든 것들의 결과를 유신론적 하느님의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도 기이한 현상들을 솔직하게 이성적이고 지성적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설득력이 있다. 영국의 성서학자 마이클 굴더의 말을 빌리자면 오늘날 유신론적 하느님은 “실직했다’. 이 초자연적 하느님은 “어떤 바람직한 일거리가 없다”. 다시 말해, 그런 하느님은 과학을 무시하고, 인간의 자율적인 의식과 창조적인 인간성을 폄하하고,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의 지구적 위기상황에서 대면예배 또는 화상예배를 통해서 자신을 숭배하도록 강요하며, 생명은 하느님이 창조했으니 여성의 낙태는 죄라고 억지를 부리면서 여성이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를 철저히 무시하기 때문에 가정과 사회와 국가를 분단과 혼돈 속에 빠트린다. 인간은 138억 년의 우주진화 역사에서 수없이 많은 별들 중에 지구에 우연히 자연적으로 출현했다. 인간의 생명은 물론 모든 생명들은 일회성으로 어느 시간에 살다가 자연적으로 죽을 수밖에 없다. 하느님이 인간과 생명과 하늘과 땅을 창조했다는 성서 기록은 과학적인 보고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소중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다시 말해 종교와 경전의 중심은 하느님이 아니라, 인간의 온전한 삶이다.
오늘날 유신론적 이미지와 언어는 그 의미가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소통되지 않고 있으며 오직 교회 내부에서만 예배, 설교 및 찬송가에서 활용되고 있다. 사실상 교회 안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창조주 하느님’ ‘최후 심판’ ‘천국’ ‘구원’ ‘믿음’ ‘지옥’ ‘영광’ 등의 하느님 중심의 편향적인 종교적 언어는 인간성과 인간의 자율성과 창조성과 가능성은 철저히 배제했기 때문에 사회에서 전혀 통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교회의 언어는 마치 외계인의 괴상한 언어처럼 들리며, 교회에서만 소통되는 일종의 은어(隱語)이다. 결국 교회는 주류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살아가는 게토(Ghetto)가 되었다. 기독교인들은 사회에서 괴상한 언어를 사용하는 부류로써 두 개의 얼굴의 이중적인 가식과 은폐의 삶을 살아간다. 불행하게도 교회는 이러한 삶의 방식이 자신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우주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개체들은 상호의존관계 속에서 하나의 생명의 망을 이루는 큰 전체이다. 그러나 교회는 자신의 고립적인 생존방식이 우리의 우주세계에서 얼마나 부족적이고 이기적인 비상식적 행태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하느님”이란 말의 역사적이고 성서적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하느님”이란 말을 입에 올리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 또는 좋은 믿음의 징표로 착각하고 있다. 이것은 단지 무지함과 무식함을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역사적 예수는 이런 부족적이고 이분법적이고 이기적인 종교와 삶에 대해서 가르치지 않았다. 138억 년의 우주 역사에서 겨우 5천 년 전에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고대인들은 자신들이 만든 삼층천의 신화에 최초로 하느님(god)이란 말을 사용했으며, 3천5백 년 전에 구약성서 저자들은 이 신화를 인용하여 자신들의 하느님 개념을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21세기에 사는 기독교인들이 고대인들이 창조한 유신론적 하느님을 그대로 표절하여 아무 생각없이 사용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며 몰상식하다. 특히 근본주의 신자들이 오랜 세월 동안 익숙해 온 유신론적 하느님을 포기한다는 것은 목숨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일이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무신론적인 역사적 예수 탐구는 마치 하늘에서 하느님의 진노와 징벌이 따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인다. 이렇게 불안과 공포는 교회에서 설교와 성경공부시간에 순진한 교인들의 심리에 세뇌시키는 얄팍한 상업적 술책에 불과하다. 이처럼 괴상하고 비합리적인 행태의 또다른 주요 원인은 “하느님”이란 인간의 언어에 스스로 노예가 되어서 굴종적인 믿음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며 또한 심층적인 하느님의 의미에 대해 상식적으로 말할 수 있는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자들은 무작정 믿고 절대적으로 순종하면 만사형통한다는 거짓과 은폐의 쉬운 길을 택한다. 현대인들은 유신론이 와해되면 지옥만 남는다는 교회의 두려움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참 사람 예수의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깨달은 사람들은 믿음체계가 억지로 세뇌시키는 두려움과 공포를 거부하며 그런 비상식적인 불안을 지닌 채 살아갈 수 없다고 인식한다. 교회에 나가는 목적은 불안과 공포 때문이 아니고, 죽은 후에 천국에 올라가 큰 보상을 받기 위함도 아니고, 죽지 않고 영원히 살기 위한 것도 아니고, 오직 온전하고 참된 인간으로 사람답게 사는 길을 찾기 위한 것이다. 이것은 역사적 예수가 가르치고 몸소 살아내었던 그의 정신이다.
현대인들이 이해할 수도 없고 믿을 수도 없는 인격신론 곧 유신론을 교회가 계속해서 믿음으로 간직하고 살아갈 때 대단히 심각한 피해현상들이 일어난다. (1) 첫째로, 초자연적 하느님을 설명하는 유신론적 방식 곧 존재론적 방식은 사실상 인간성 곧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데 적용한다. 따라서 인권침해, 성차별, 성적본능차별, 어린이 학대, 빈부차별 등이 가정과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2) 둘째로, 유신론은 과학을 거부한다. 유신론의 피해현상은 과학을 무시하고 초자연적인 하느님의 능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며 기적이 일어나기를 맹신하기 때문에 인명피해를 야기시킨다. 즉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과 같은 위기에서 하느님이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다는 망상에 빠져 교회가 바이러스 감염 확산의 진원지가 된다. (3) 셋째로, 유신론은 무절제하고 파괴적인 종교적 분노를 일으킨다. 예를 들자면, 국내에서는 광신자들이 타종교에 대해 몰상식한 폭력을 휘두르며 이것 뿐만 아니라 교단 내에서 서로 다른 신앙에 대해서 머리통 터지는 싸움을 일삼는다. 국제적으로는 인류역사에서 무수하게 많았던 종교전쟁들과 발칸반도 대학살과 이락 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모두 종교적 분노의 현상이다.
역사적 예수의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에서 탄생한 기독교의 원초적인 본질은 자의식의 인간성과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의 비전이다. 따라서 차별적이고 우월적인 분리와 이기적이고 생존적인 폭력과 분노는 예수의 정신과 기독교의 본질에 크게 어긋나는 행태이다. 오늘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의 지구적 위기에서 교회는 부족적이고 이기적인 내세지향적 믿음을 방어하기 위해 사회로부터 분리하고, 과학에 대해 분노하기 보다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건설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교회는 예수를 따른다면 사회에서 일어나는 차별적인 부조리와 불의에 항거하는 것이 마땅하다. 무엇보다도 주류 사회에서 통용되는 세계관 곧 과학이 발견한 공개적 계시의 우주진화 세계관이 교회의 신학과 신앙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 교회는 바이러스 감염과 확산에 대해 경고하는 과학자들을 신뢰해야 한다. 21세기의 교회는 과학의 기초 위에서 건강하고 상식적인 교회가 될 수 있다. 교회는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혀 게토화된 부족적이고 이기적인 집단의 모습을 탈피해야 한다. 예수의 교회는 불안과 공포에서 해방되어 생명이 흘러 넘치는 삶의 현장이 되어야 한다(요한 10:10).
오늘날 우주진화 세계관이 사회의 모든 영역의 기초가 되고 있는 공개적인 사실에 대해 무지하고 무식한 내세지향적 교회는 임종 직전에 허공을 향해 울부짖는 마지막 헛손질에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교회가 조작하고 거짓말하는 성서무오설 곧 성서문자근본주의, 성차별, 성적본능차별, 교회의 권위, 예수의 신성, 하늘 위 천국의 초자연적 하느님, 종말과 심판 등의 문제들에 대해 21세기의 과학과 지성과 이성으로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신자들은 과학이 발견한 사실들을 솔직하고 담대하게 인정하기 보다는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와 이기적인 욕심을 억지로 감추려고 교리적으로 조작된 거짓말들을 따르고 있다. 결과적으로 세상과 분리하여 스스로 고립된 이분법적 교회와 신자들은 자신들이 맹신하는 하느님과 함께 사회로부터 설득력과 효력과 신뢰를 잃고 험티 덤티의 운명에 처했다.
예수를 따르는 교회는 종교와 인종의 경계 넘어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에게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본질적 진리를 선포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교회는 21세기 현대인들에게 보편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모든 과학적 지식에 역행하는 초자연적 신화로 예수를 포장하고, 그 만들어진 예수를 땅 끝까지 전도해야 한다는 망상적 사명감을 당장 포기해야 한다. 교회는 성서문자근본주의 신학이 만들어낸 잘못된 믿음으로 인류를 성차별, 성적본능차별, 종교차별, 인종차별, 빈부차별의 죽음의 계곡으로 빠트렸다. 미래에 교회의 운명은 예수가 가르친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구체적으로 살아냄으로써 인류에게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시키는 의무와 책임을 실행하는 데에 달려 있다.
결론적으로, 교회는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살아내어야 한다. 교회는 인간 예수 위에 뒤덮었던 하느님 예수의 포장을 제거해야 한다. 교회는 예수가 철저히 반대했던 이분법적 차별주의와 우월주의를 폐기처분해야 한다. 교회는 가정과 사회와 국가를 분단과 혼돈에 빠트리는 이원론적 분리주의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다시 말해 교회는 거룩한 것과 세속적인 것을 분리해서는 안된다. 곧 교회는 깨끗하고 세상은 더럽고, 영혼은 깨끗하고 몸은 더럽다는 거짓된 믿음을 추방해야 한다: 인간과 하느님을 분리해서는 안된다; 지금 여기 이 세계와 죽음 후의 저 세계를 분리해서는 안된다; 육체와 영혼을 분리하는 망상을 버려야 한다. 왜냐하면 예수는 이런 이원론과 이분법을 가르치지 않았으며, 이런 것들은 교회 지도자들이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만든 상업적인 술책에 불과하다. 이런 것들을 믿으면 예수로부터 회칠한 무덤이라는 준엄한 꾸중을 면치 못할 것이며, 더욱이 예수의 기독교인이 아니다.
[필자: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책 제목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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