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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문

목회기도

3월 21일 목회기도

by 김창희 posted Mar 21, 2021 Views 252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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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1-03-21

하나님,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민족과 민족이 부딪치며, 끊임없이 분쟁을 낳고 있습니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세계적으로 기대를 모으며 출범했지만, 지난 주간 블링컨 국무장관이 동아시아 순방 과정에서 보여준 것은 그들의 오만과 Pax Americana를 지키겠다는 조바심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 불행하게도, 중국이나 일본만한 힘을 갖지 못한 이 작고 못난 나라 한국은 자기 목소리를 낼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과 북한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은 언감생심이고, 자기 나라에 머무는 미군의 주둔비용도 사실상 달라는 대로 올려주고야 마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하나님, 저희가 오늘, 봄이 오는 길목에서 이런 뒤숭숭한 마음으로, 약자의 비애를 곱씹으며 예배를 드립니다. 2000여 년 전, 중동에서 이집트, 앗시리아, 바빌론 등 대제국 옆에서 늘 생존의 위협을 느끼며 살던 유태 민족과 우리 민족은 시대와 대륙을 건너뛰어 어찌 그리도 닮은꼴인지요?

 

이 불쌍한 민족을 위해 기도합니다. 먼저, 국민과 지도자가 모두 함께 담대하게 하옵소서. 우리가 우리의 운명을 책임지고 끌고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다음으로는, 우리가 강대국 마음대로 윽박지를 수 없는 나라가 되고, 나아가 이웃들과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이렇게 늘, 그리고 어려울수록 더욱 하나님과 동행할 수 있기를 간절히 구하는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을 당신께서 아실 터이니 이 못난 민족과 함께 하옵소서.

 

하나님, 부활절이 2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제 부활절의 꽃 수선화도 피기 시작했습니다. 머지않아 예수의 수난에 동참하며 막바지 골고다 언덕길을 가파르게 올라가는 시기를 맞습니다.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오셔서 우리의 안이하고 나태한 삶을 깨뜨려 주옵소서. 우리가 스스로를 더욱 가열차게 가다듬어 당신이 지시하신 새하늘 새땅을 향해 진군하게 하옵소서. 한 걸음씩 걷는 발자국마다 우리의 생각이 아니라 당신의 뜻이 아로새겨지게 하옵소서. 이 사순절, 저희 자신을 죽여 가며 이 골짜기를 건너고 언덕길을 오르게 하옵소서.

 

사순절 기간에 저희는 미얀마의 형제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겨우 확보한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파괴하고 총부리를 거꾸로 돌려 형제들을 겨눈 미얀마 군부의 폭거는 무슨 명분으로도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엄청난 핏값을 치르며 군부독재의 수렁과 1980년 신군부의 광주 폭거를 건너온 한국 민중들의 상식이자 한국 그리스도인의 양심입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로 한 세월 앞서서 나아온 우리가 이제 미얀마의 형제들과 연대하고자 합니다. 그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싸움에 동참하려 합니다. 한국 교회가 미얀마 형제들과 어깨 겯고 나아가는 행진에 하나님께서 동행해 주옵소서. 미얀마가 속히 민주주의를 되찾고 산적한 국내 문제들도 차근차근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함께 하옵소서.

 

하나님, 저희가 이제 곧 정든 명동의 예배당을 떠납니다. 반세기 넘어 예배드리며 사회선교의 전진기지로 삼아 온 이 처소가 이제는 저희 기억 속의 애틋한 장소로 남습니다. 저희가 이 예배당에서 안병무, 홍근수, 홍창의 등 신앙의 선배들로부터 전해 받은 유산들, 특히 하나님 앞에 성실하며 사람 앞에 진실하고자 했던 그 신앙의 양상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며 잘 건사하게 하옵소서. 향린 선대의 신앙이 단순히 기록으로만이 아니라 다시는 잃어버릴 수 없는 우리의 피와 살이 되게 하옵소서. 우리의 생활이 되게 하옵소서. 지금 저희가 이를 위해 여러 행사도 준비 중입니다. 이를 준비하는 교우나 참여하는 교우나 모두 피차간에 은혜로운 시간이 되게 하시고, 남산과 남대문에 이은 향린의 제3시대, 이 명동시대에 유종의 미를 거두게 하옵소서. 그리고 한 시대의 끝이 있으면 새 시대의 시작도 있을 터이니 그 마무리 작업 속에서 당신께서 예비하신 향린의 제4시대, 광화문시대의 단서도 발견하게 하옵소서.

 

이제 저희의 입을 닫습니다. 죽기까지 복종하신 당신의 가르침을 따라 스스로 낮아지는 길을 선택한 향린의 권속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심령에 이 시간 함께 하셔서, 죽어야 살 수 있는 당신의 진리를 묵상하는 가운데, 저희의 갈 길을 깨닫게 하옵소서.

 

(침묵)

 

분쟁과 소란과 비애와 피비린내 나는 쿠데타의 폭거 속에서도 이 험한 세상에 부활의 아름다운 봄소식을 전해 주시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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