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뜻나눔

세계를 어둡게 만드는 정보

by phobbi posted Jul 06, 2026 Views 18 Replies 0
Extra Form
날짜 2026-07-06

2026. 07. 06.

 

알고리즘이 조종하는 세계 안에서 인간은 행위 능력을, 자율성을 점점 더 잃는다. 그는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세계를 마주한다. 그는 알고리즘의 결정들을 따르지만 그것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알고리즘은 블랙박스가 된다. 세계는 인공 신경망들(neural networks)의 심층에서 사라지고, 인간은 그것들에 접근하지 못한다.

 

정보는 독자적으로 세계를 환히 밝히지 못한다. 도리어 정보는 세계를 어둡게 만들 수 있다. 어느 시점부터 정보는 형상을 제공하지(informativ)’ 않고 형상을 일그러뜨린다(deformativ)’. 우리는 그 임계점을 오래전에 넘었다. 급증하는 정보 엔트로피, 곧 정보 카오스가 우리를 탈사실적 사회 안으로 처박는다. 진실(Wahrheit)과 거짓의 구별은 사라진다. 이제 정보는 현실과 전혀 상관없이 과도현실적(hyperreal) 공간에서 유통된다. 가짜뉴스도 엄연히 정보다. 그 정보는 사실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단기적 효과다. 효과가 진실을 대체한다.

 

한병철 지음/전대호 옮김, <사물의 소멸>(김영사, 2022. 10. 11. 12쇄 발행), 16-17.

 

==============================

 

<사물의 소멸>의 부제는 우리는 오늘 어떤 세계에 살고 있나이다.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알고리즘의 조종을 받으며,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기 어렵고, 그저 단기적 효과에 매몰되고 마는 삶.

 

효과가 진실을 대체하고 밀려드는 정보에 치여

천천히 오래 바라보며 하염없이 머물러 숙고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나의 정신은 닻을 내리지 못하고,

부유하며 헤매며 흩어지고 만다.

 

저자는 이렇게 탄식한다.

오늘날 우리는 정보를 쫓아 질주하지만 앎에 도달하지 못한다.

우리는 모든 것을 알아두지만(zur Kenntnis nehmen) 깨달음(Erkenntnis)에 이르지 못한다.

우리는 차를 타고 온갖 곳으로 달려가지만(Farhen), 단 하나의 경험(Erfahrung)도 하지 못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소통하지만 공동체에 속하지 못한다.

우리는 엄청난 데이터를 저장하지만 기억을 되짚지 않는다.

우리는 친구와 팔로워를 쌓아가지만 타자와 마주치지 않는다.

 

그리하여 정보는 존속과 지속이 없는 삶꼴을 발전시킨다.”(같은 책 19.)

 

- 향린 목회 610일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