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뜻나눔

인공지능을 제대로 이해해야

by phobbi posted Jun 10, 2026 Views 58 Replies 0
Extra Form
날짜 2026-06-10

2026. 06. 10.

 

여기서 또 하나의 역설이 발생한다. 한국어에는 영어에 없는, 의미를 미세하게 조율하는 도구가 있다. 바로 조사다. 그리고 이 조사를 잘 쓰면 적은 토큰으로도 풍부한 맥락을 전달할 수 있다.

 

철수는 학교에 갔다철수가 학교에 갔다.”

 

두 문장을 영어로 번역하면 둘 다 “Cheolsu went to school”이 된다. 완벽히 동일한 문장이다. 하지만 한국어 화자에게 이 두 문장은 전혀 다른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철수는 학교에 갔다를 들으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철수는 이라는 대비를 느낀다. 동생은 학교에 안 갔을 수도 있고, 영희는 놀이터에 놀러 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철수에 대해서는 학교에 갔다는 정보가 확정된다. 조사 /의 힘이다. 주제를 세우고, 그 주제에 대해 서술하며, 암묵적으로 다른 것과의 대비를 만들어낸다. 언어학에서는 /은 주제 보조사(topic marker)로 분류되며, 한국어가 주제 중심 언어(topic-prominent language)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핵심 근거다.

 

철수가 학교에 갔다를 들으면, 우리는 누가 학교에 갔는지궁금한 상황을 전제한다. 여러 명 중에서, 학교에 간 사람이 바로 철수라는 초점이 맞춰진다. 혹은 새로운 정보로서 철수가(바로 그 사람이) 학교에 갔다는 사실을 알리는 문장이다. ‘/가 쓰인 문당은 초점의 의미를 지니며, ‘/이 쓰인 문장은 주제, 한정, 대비의 의미를 지닌다.

 

조사의 선택은 문법 규칙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조사는 전통적으로 이해되어온 것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상호작용적으로 사용된다. 화자의 심리적 태도, 대화의 맥락, 이전 문장과의 관계, 그리고 실시간 상호작용의 순간적 판단이 결합되어야 비로소 자연스러운조사가 결정된다. 이것은 토큰 확률 분포에 기반한 AI에게 본질적으로 어려운 작업이다.

 

이 차이가 영어, 프랑스, 독일어 등 대부분의 유럽 언어에는 문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어순이나 강세로 암묵적으로 전달할 뿐 별도의 문법 표지가 없다. AI의 학습 데이터 중 약 92%가 영어인 현실을 고려하면, AI가 한국어 //의 미묘한 차이를 완벽히 처리하기 어려운 구조적 이유를 알 수 있다.

 

~~

 

라는 보조사도 프롬프트에서 의미 있는 변수다. “이 조건도 고려해줘라고 쓰면, 기존 조건에 더해 추가 조건이 있다는 뉘앙스가 전달된다. “이 조건을 고려해줘라고 쓰면 이 조건만 단독으로 지시하는 느낌이 된다. 한국어 화자라면 무의식적으로 구분하는 이 차이를 프롬프트를 쓸 때는 의식적으로설계할 필요가 있다.

 

 

한국어 조사는 약 120여 개에 달하며 격조사, 보조사, 접속조사로 분류된다. AI가 한국어 조사를 완벽하게 처리하기 어려운 근본적 이유는 조사의 선택이 문법 규칙만으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화자의 심리적 태도, 대화의 맥락, 이전 문장과의 관계 등 비문법적 요소가 결합되어야 비로소 자연스러운조사가 결정된다. 토큰 확률 분포에 기반한 AI에게 본질적으로 어려운 작업이다.

 

그러므로 프롬프트 작성자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AI가 생성하는 한국어 텍스트의 품질을 높이려면 원하는 톤과 맥락을 프롬프트에서 조사 수준까지 예시로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 AI에게 //의 문법을 가르칠 필요는 없다. 다만 원하는 결과물에 가까운 예시를 조사 수준까지 정교하게 제공하면 된다.

 

강수진 지음, <지적 대화를 위한 AI 언어 수업>(도서출판 어웨이크, 2026. 5. 12.) 154-157.

 

======================

 

인공지능이 개발된 덕에,

인간지능의 특징에 대해서도 더 깊이 알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지능과 다른 인공지능의 특징으로 인해,

인공지능은 때로 인간지능의 거울이 될 수 있다.

 

서로 잘하는 것이 다르고,

서로 이해하는 방식이 다르다.

이것을 깨닫지 못하면 천재인 인공지능이 바보처럼만 보인다.

동시에 실제로 바보짓도 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무작정 의지하다가는 망한다.

 

지구 역사에서 처음 등장한 인공지능에 대해서 이해가 깊어질수록

우리의 지능도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 향린 목회 584일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