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을 가능하게 하는 분

by phobbi posted May 31, 2026 Views 78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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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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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05. 31.

 

카니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하나님은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며, 존재할 수 있다(God neither is nor is not but may be)”. 언뜻 보기에는 수수께끼 같은 이 문장의 뜻은 다음과 같이 풀어 말할 수 있다. 하나님은 이미 완성되어 박제된 존재가 아니라, 약속을 통해 미래에서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분이다. 그러므로, 카니가 말하는 하나님은 가능성(possibility)’이다(“God, who is traditionally thought of as act or actuality, might be rethought as possibility”).

 

이는 하나님의 존재가 불확실하다는 말이 아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예상과 계획을 넘어서 다가오신다는 말이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개념적 틀을 깨고 들어오시는 분, 예측할 수 없는 새로움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시는 분이라는 말이다. 카니는 이것을 은총의 놀라움이라 부른다. 다시 말하면, 은총은 예약되지 않고 불청객처럼 도착해서 집 전체를 재배치한다.

 

달리 표현하면, 하나님은 가능성을 가능하게 하는 분(the possibilizer of possibility)’이다. 닫힌 문 앞에서 새로운 길을,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 가능성을 열어 주시는 분이다. 예컨대, 하나님을 만나는 것은 모든 증거가 구비된 후에 일어나는 논리적 결론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만남, 즉 가능성을 열어 주시는 분에게 자신을 열어 놓는 모험이다.

 

카니가 하나님을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하나님을 미래에서 우리를 부르시며 함께 역사를 만들어 가시는 약속의 하나님으로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약속은 우리의 응답 없이는 실현되지 않으며, 우리가 그 부르심에 답할 때 하나님의 나라가 비로소 현실이 된다. 카니는 사람마다 자기 안에 이 부르심에 응답할 능력이 있고, 역설적이게도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할 때 그 능력을 얻는다고 말한다. 결국 카니에 따르면, 하나님은 이미 완성된 답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정의와 사랑의 세상을 실현해 가시는 약속이자 초대이며, 그 초대에 응답하는 것이 바로 믿음이다.

 

김선용 지음, <바울 신학 크로키>(비아토르, 2026. 4. 17. 초판 1쇄 발행), 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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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고정된 실체나 필연적 논리로서 인식되는 분이 아니다.

인간의 안정 욕구 때문에 오랜 세월 그런 방식으로 이해되어 왔으나,

그것은 명명백백한 오류이다.

 

하나님은 명사가 아니라 늘 변하는 동사로서,

때로 언뜻언뜻 비추는 형용사나 부사로서 등장하신다.

그 체험이 강력해서 신앙인들은 하나님을 종종 굳건한 반석즉 바위로 고백하지만,

하나님은 딱딱하고 고정된 바위일 수 없다.

오히려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자라나고 있는 갓난아기의 여린 살과 같다.

 

본회퍼 목사님이 약속이 의미라고 하신 말씀이나.

화이트헤드가 사랑으로 부드럽게 설득하시는 분이라고 말한 것은 모두 이것을 가리킨다.

 

신앙은 확신이 아니라 오히려 불안 속에서도 자신을 열어 미래로 던지는 모험이다.

그리고 모험은 저 하늘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두발 딛고 사는 이 땅에서 하는 것이다.

 

- 향린 목회 574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