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린교회를 세우신 하느님,
1953년 오늘은, 당신께서, 안병무를 비롯한 30대 초중반의 열두 청년을 통해 향린교회를 세우신 날입니다. 73년 동안 향린을 이끌어 주신 하느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1980년대 대학에 들어가 마주했던 5.18. 전두환 신군부의 비상계엄, 내란에 저항해 일어선 핏빛 광주는 우리에게 빛이자 빚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광주학살 원흉 전두환-노태우 일당 처단하자, 고 투쟁하던 때, 주류 교회는 학살자를 여호수아로 포장해 주고, 부에 대한 대중의 욕망을 하느님의 축복으로 둔갑시키던 답답했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참 교회를 갈망하며 기성 교회를 떠난 청년들에게 향린교회는 ‘수가성 우물가’ 사마리아 여인의 “영원히 목마르지 않은” 샘물(요한 4:14)이었습니다. 그때 향린에서 만난 신앙의 선배님들은 이제 8~90대가 되었습니다.
선배님들이 지켜오신 우리의 사랑, 우리의 자랑 향린은, 향린을 찾아온 많은 교우들에 의해 여기까지 이어졌습니다. 함께 축하하면서, 당신께 한없는 감사와 찬양을 올립니다.
1991년 안기부에 의해 홍근수 목사님이 구속되어 1년 6개월 동안 고초를 겪으셨던 엄혹한 시절을 지냈고, 의견 충돌로 일부 교우가 교회를 떠나는 아픔도 겪었습니다. 더욱이 2010년대 초반부터 10년 정도는 교회가 계속 축소됐고, YWCA 강당을 빌려 예배를 드리던 ‘광야 시기’와 2020년 코로나 대유행 기간이 맞물려 교회가 많이 위축되기도 했습니다.
뒤돌아 보면, 그러한 교회의 기쁨과 슬픔, 좌절과 고통의 그 모든 시기에 당신이 향린과 함께 계셨음을 고백합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하지만, 주님, 우리는, ‘처음 사랑’(계시록 2:4)을 잊어 버린 채 바쁜 일상에 매몰되고, 예수의 해방의 복음에 둔감해져서 여리고 가는 길 강도 만난 당신의 작은 신음 소리를 못 듣기도 하고 외면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진보적 교회에 다니면서, 진보적 목회자들의 깊이 있는 설교를 듣고, 국악예배를 드리며, 저 극우 기독교인들과 같지 않다고 만족해하며, 성전에서 기도하는 바리새인(누가 18:11)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행함이 없는 죽은 믿음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야고보 2:17) 우리의 믿음 없음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창립 70주년에 교회가 광화문에 자리잡고, 한문덕 목사님이 부임하시고, 내란 정국에서 많은 새교우들이 찾아오면서, 이제 새로운 희망을 갖습니다.
이제 창립 73주년을 맞이하며, 지금 여기에서 벌어져야 할 ‘예수 사건’의 현장에서 하느님 선교의 동역자를 찾는 야훼 하느님의 부르심을 듣습니다. “내가 누구를 보낼까?”(이사야 6:8)
다가오는 매년이 가장 더운 해가 될 기후 위기의 시대에 앞으로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은 청년과 청소년, 어린이, 기후 약자를 위한 생태적 전환 싸움의 현장에서,
함께 걸어와 참 좋았던 들녘교회와의 선교협력 30년, 앞으로 생태적 전환의 중심이 될 농촌, 들녘교회와 구체적인 미래를 만들어가는 선교협력의 현장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러시아 등 침략자들이 무고한 생명을 학살하는 팔레스타인, 서아시아, 우크라이나, 하느님의 구원을 갈망하는 세계 곳곳 죽음의 현장에서,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며 폐허가 되었던 한반도, 세계 평화의 씨앗이 되겠다고 다짐했건만, 세계의 무기 공장이 되어 버려, 다시 군축과 평화, 통일의 깃발을 들어야 할 여기 한반도에서,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 모든 이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자 하는 차별금지법 제정과 평등을 위한 투쟁의 현장에서,
갑자기 들이닥친 인공지능의 시대, 하느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존엄한 인간(창세기 1:27)을 위해 교회가 일해야 할 현장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에 용기있게 응답한 청년 이사야의 결단을 우리의 것으로 드립니다. “제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를 보내 주십시오.”(이사야 6:8)
위로의 하느님,
몸과 마음, 경제적 어려움, 직장, 유학, 여행, 군 복무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예배에 참여하지 못하는 교우들을 위로해 주옵소서. 평일과 주일, 하느님의 부름에 응답하여 선교와 봉사의 현장에서 일하는 교우들을 축복하여 주옵소서.
이 시간 우리의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해 예배를 드립니다. 모든 순서를 통해 주님의 한없는 평화를 누리게 하시며, 한 목사님의 “향린의 십자가” 하늘뜻펴기를 통해 향린교회를 이루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향린이 나아갈 길을 고민하고 결단하는 은총의 시간이 되게 하옵소서.
이제 우리의 입을 닫고, 마음을 엽니다. 주님, 말씀하옵소서.
교우들의 따뜻한 손 맞잡고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예수의 길을 따르고자 애쓰는 향린교회와 언제나 함께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