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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나눔

곰을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by phobbi posted May 08, 2026 Views 68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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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6-05-08

2026. 05. 08.

 

시커먼 보리밥을 찬물에 뚝뚝 말아 마늘을 고추장에 푹 찍어 아작아작 씹어 먹는 것, 그것이 유월 농사꾼 최상의 식사였습니다. 매운 마늘과 매운 고추장이 입안에서 만나는 것은 가난한 인생이 팍팍한 돌밭에 비지땀을 섞는 것만큼이나 맵습니다. 그런데도 마늘의 매운맛 뒤에 숨은 은근한 향과 단맛은 오래 함께 묵어 깊어진 여인네처럼 아름답습니다.

 

단군신화는 곰이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마늘은 곰을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보았던 게지요. 그런데 그것은 마늘 자체의 신비한 효능이 아니라 마늘을 통해 새롭게 열리는 깨달음의 세계에 있습니다. 곰은 삼칠일(三七日) 동안 빛이 없는 동굴의 어둠 속에서 지냈습니다. 완전성을 상징하는 3×7일과 빛이 없는 동굴은 시각이 차단되고 미각과 후각이 새롭게 열리는 시공간이었습니다. 곰은 시각만으로 사물과 세계를 단순하게 인식하는 편협한 동물성에서 맛과 냄새를 통해 새로운 인식 체계가 열리게 되고 나아가 인격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마늘은 새로운 인식 체계, 새로운 자아, 새로운 세계의 문이었습니다.

 

문명이 발달하고 지식과 정보가 넘쳐흐르는 현대사회는 오히려 동물적 단순성이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고대나 중세에 비해 세계를 인식하는 수단이 시각적으로 단순화되고 다른 감각기능들은 무디어졌습니다. 인간에게는 다양한 감각 도구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대성은 시각적인 단순성만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하였습니다. 시각화된 세계는 이미지가 지배하였고 우리의 인식 체계도 시각적 단순성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큰 집, 좋은 차, 명품같이 시각적 정보를 통해 세계와 인간을 단순하게 받아들입니다. 오히려 사람이 곰이 된 것입니다. 곰들이 지배하는 세계는 동물적 경쟁으로 사람을 내몹니다. 내가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비정한 야수의 세계가 됩니다. 이런 세계에 선한 양심이라도 갖게 되면 세계는 황량하게 보이고 존재는 우울해집니다.

 

그래서 삶이 멜랑콜리할 때는 생마늘을 먹어야 합니다. 눈으로 보이는 모든 것이 진실인 양하는 사회, 그것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이 황량하기 그지없는 곰들의 세상에서 나를 인간으로 깨어나게 하기 위해선 생마늘을 먹어야 합니다. 혀의 돌기에 위에 내리꽂히는 매운맛과 후두를 넘어 코끝으로 흐르는, 달콤한 마늘의 향연(香煙)을 통해 깨어나야 합니다.

 

삶이 지치고 힘들 때, 세상 사는 게 재미없다고 느껴질 때, 눈을 지그시 감고 생마늘을 깨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깨어나야 합니다, 사람으로.

 

김선주 지음, <대신 울어주는 여자>(도서출판 등과 빛, 2025. 11. 01.), 9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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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다른 감각들을 잃지 않는 것이 지혜다.

오감을 주셨으니, 한 감각으로만 살지 않는 게 좋다.

시각은 너무 자기중심적이다.

보기 싫으면 눈을 감아 버리면 그만이니.

또 시각은 보이는 것에만 주목하여, 두터운 시간을 현재에만 묶어둔다.

그러나 미각과 후각은 켜켜이 쌓인 세월을 소환한다.

알싸한 자극은 일찍이 겪지 못한 미래를 열어간다.

 

그래서 저자의 말대로 가끔은 눈을 지그시 감고, 생마늘을 깨물어야겠다!

 

- 향린 목회 55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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