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5. 05.
봄, 시작의 어려움
봄 춘(春)은 원래 이렇게 썼다. 萅(봄춘[春]의 고자[古字]). 풀을 나타내는 초(艸) 아래에 어려울 준(屯)이 있고, 다시 글 아래에 해를 뜻하는 날 일(日)이 있다. 위의 풀 초(艸頭)는 없는 경우가 많고, 아래 ‘날 일’ 없이 수풀 사이에 ‘어려울 준’만 있는 경우도 있다.
결국 ‘봄 춘’이란 글자에서 가장 핵심적 요소는 준(屯)이다. ‘준’은 ‘봄춘’이란 글자의 소리를 나타내는 요소이기도 하다. ‘준’과 ‘춘’이라는 음이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은 꿈틀거릴 준(蠢) 자에 ‘봄 춘’ 자가 들어가 있는 것에서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준’은 단순히 소리를 나타내는 음성기호의 차원을 넘어 의미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屯은 보통 ‘둔’으로 읽는다. 군대가 어떤 곳에 머무르는 것을 주둔(駐屯)이라고 한다. 『삼국지』의 조조는 군사력 증진과 경제적 안정을 위해 둔전(屯田)을 실시했다. 이때의 屯은 ‘군대를 두어 수비하다’의 뜻이다. 그러나 이 글자에는 ‘어려움’이라는 뜻도 있다. 이때는 ‘준’으로 읽는다. 땅에서 풀이 나는 모습을 형용했다는 설도 있고, 막 순을 틔우려 하는 잎망울을 본떴다는 주장도 있다. 어느 쪽이건 초목이 막 생겨날 때의 모습이다. 땅을 뚫고 올라온 새 순과 추운 겨울을 견디고 움튼 눈은 고난을 겪고 나온 새 생명이다. 어린아이도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거쳐 태어나던가. ‘준’이 ‘어려움’, ‘곤란’을 뜻하게 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리라.
윤성훈 지음, <한자, 문명의 무늬>(교유당, 2026. 05. 06. 초판 1쇄 발행), 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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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다.
새싹이 언 땅을 뚫고 나오듯,
따듯한 봄은 지난한 추위를 거쳐 오는 것이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다.
인생의 봄도 그냥 오는 것은 아니다.
- 향린 목회 548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