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4. 30.
인간의 적을 찾아서
(In Search of the Enemy of Man)
저는 분신자살한 스님들이 억압자들을 죽이려 한 것이 아니라, 단지 그들의 정책을 바꾸려 했다고 진심으로 믿습니다. 그들의 적은 인간이 아닙니다. 그들의 적은 인간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편협함, 광신, 독재, 탐욕, 증오, 그리고 차별입니다. 또한 저는 앨라배마주 버밍엄에서 당신이 이끌고 있는 평등과 자유를 위한 투쟁이 백인들을 향한 것이 아니라, 편협함, 증오, 그리고 차별에 맞서는 것이라고 온 마음을 다해 믿습니다. 이것들이야말로 인간의 진정한 적이며, 인간 그 자체가 아닙니다. 불행한 조국에서 우리는 필사적으로 항복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인간의 이름으로라도 인간을 죽이지 마십시오. 부디 도처에, 우리 마음과 정신 속에 존재하는 진정한 인간의 적들을 처단해 주십시오.
(I believe with all my heart that the monks who burned themselves did not aim at the death of the oppressors but only at a change in their policy. Their enemies are not man. They are intolerance, fanaticism, dictatorship, cupidity, hatred and discrimination which lie within the heart of man. I also believe with all my being that the struggle for equality and freedom you lead in Birmingham, Alabama… is not aimed at the whites but only at intolerance, hatred and discrimination. These are real enemies of man — not man himself. In our unfortunate father land we are trying to yield desperately: do not kill man, even in man’s name. Please kill the real enemies of man which are present everywhere, in our very hearts and minds.)
지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강대국 간의 대립 속에서 매일 수백, 수천 명의 베트남 농민과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고 있으며, 우리 땅은 이미 20년째 이어지고 있는 전쟁으로 무자비하고 비극적으로 파괴되고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께서 평등과 인권을 위한 가장 힘겨운 투쟁에 참여해 오셨기에, 베트남 국민의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고 진심으로 공감하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세계 최고의 인권 운동가들조차 침묵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 또한 침묵해서는 안 됩니다.
(Now in the confrontation of the big powers occurring in our country, hundreds and perhaps thousands of Vietnamese peasants and children lose their lives every day, and our land is unmercifully and tragically torn by a war which is already twenty years old. I am sure that since you have been engaged in one of the hardest struggles for equality and human rights, you are among those who understand fully, and who share with all their hearts, the indescribable suffering of the Vietnamese people. The world’s greatest humanists would not remain silent. You yourself can not remain silent.)
미국은 강력한 종교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들 하지만, 영적 지도자들은 미국의 정치·경제 교리에서 영적인 요소가 결여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칼 바르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당신은 이미 행동했고 지금도 행동하고 있기 때문에 침묵할 수 없습니다. 당신 안에서 신 또한 행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알베르트 슈바이처는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강조했고, 폴 틸리히는 존재할 용기, 그리고 사랑할 용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니부어, 맥케이, 플레처, 도널드 해링턴도 마찬가지입니다.
(America is said to have a strong religious foundation and spiritual leaders would not allow American political and economic doctrines to be deprived of the spiritual element. You cannot be silent since you have already been in action and you are in action because, in you, God is in action, too — to use Karl Barth’s expression. And Albert Schweitzer, with his stress on the reverence for life and Paul Tillich with his courage to be, and thus, to love. And Niebuhr. And Mackay. And Fletcher. And Donald Harring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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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수업 시간에 한 학생이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부처님, 우리가 서로의 희생양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도록 도와주십시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무지와 타인의 무지의 희생양입니다. 권력과 지배를 향한 타인의 욕망 때문에 서로를 더 이상 죽이는 일에 휘말리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불교 신자로서 저는 사랑과 교감, 그리고 인류의 진정한 적이 누구인지 찾는 데 지침이 되어야 할 세계 인본주의자들에 대한 믿음을 고백합니다.
(Yesterday in a class meeting, a student of mine prayed: “Lord Buddha, help us to be alert to realize that we are not victims of each other. We are victims of our own ignorance and the ignorance of others. Help us to avoid engaging ourselves more in mutual slaughter because of the will of others to power and to predominance.” In writing to you, as a Buddhist, I profess my faith in Love, in Communion and in the World’s Humanists whose thoughts and attitude should be the guide for all human kind in finding who is the real enemy of Man.)
1965년 6월 1일
낫한
(June 1, 1965
NHAT HANH )
https://plumvillage.org/about/thich-nhat-hanh/letters/in-search-of-the-enemy-of-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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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이후에 우리나라가 미국과 소련에 의해 분할 점령되고,
한국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 남북이 나뉜 것처럼
1955년 베트남 또한 어떤 정당한 이유도 없이 남북으로 나뉘게 되었다.
미국은 북베트남의 호찌민을 노골적으로 부정하면서
남베트남의 응오 딘 지엠(Ngô Ðình Diệm)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개입한다.
응오 딘 지엠은 국민의 지지기반이 약했지만, 미국을 등에 업고
바오다이 황제를 내쫓고 남베트남의 초대 대통령이 된다.
응오 딘 지엠은 불교 탄압 정책과 독재 정치를 펴기 시작했는데,
불교 탄압 정책에 맞서서 저항하던 승려들을 무차별로 진압하고
베트남 곳곳에서 가톨릭을 내세워
불교 신자인 마을 주민들을 강제로 가톨릭으로 개종시키기까지 했다.
1963년 5월 8일 부처님 오신 날(베삭 데이)
남베트남 전역에서 일련의 축하 행사가 열렸는데,
가톨릭 신자였던 응오딘지엠은 불교 행사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종교적인 상징을 내세우고 거리 행진하는 것은 법에 저촉된다며
축하 행사를 진압할 것을 경찰에 명령했다.
진압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고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람도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남베트남 불교계의 거목인 틱꽝득(Thích Quảng Đức) 스님이
1963년 6월 11일 불교 승려들의 침묵 가두시위가 있었던 사이공에서 가부좌를 틀고
주변 승려들의 도움을 받아 휘발유를 몸에 붓고 소신공양을 감행한다(당시 67세).
그리고 사진과 영상이 속보를 타고 전 베트남은 물론 전 세계로 일파만파 전파되었다.
이후 74년 베트남이 통일이 될 때까지 무려 9명의 스님이 우익 독재정권에 맞서
자기 몸을 불태웠다.
위의 편지는 이런 상황에서
꽝득 스님을 존경하던 낫한 스님이 마틴 루터 킹 목사에게 보낸 것이다.
오늘날도 우리들 안에 자리 잡은 편협함, 광신, 독재, 탐욕, 증오, 그리고 차별로 인해
세상은 전쟁의 구덩이로 들어가고, 수많은 이들이 고통을 겪는다.
인공지능은 날로 발달한다는데, 인간 지능은 왜 이렇게 병들어 가는가!
- 향린 목회 543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