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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나눔

동무란 누구인가

by phobbi posted Apr 29, 2026 Views 93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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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6-04-29

2026. 04. 29.

 

동무

 

()과 갖은 형이상학이 사라진 진공의 공간에 틈입한 고독은 ()현대사회의 대기를 온통 장악하였고, 실재의 바닥과 그 허무가 드러내는 심연이 차마 끔찍할 지경인 고독에 둘러싸인 ()현대인들 사이에는 허무주의적 냉소와 나르시시즘이 전염병처럼 퍼져갔다. 이제 오로지 자신의 내면에만 골몰하게 된 똑똑한인간들의 자의식은 피폐의 공전 속에서 발광(發光)하다 결국 발광(發狂)의 징후를 보이기에 이른 것이다. 이 골몰과 피폐의 연쇄 구도를 뚫어내지 못하면 실천의 연대로 나아가지 못한 채 일인칭 관념의 감가상각만이 끝없이 계속될 것이며, ‘늘 동일한 것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적 선택의 조합에 다름 아닌 생각속에서 내부 침식만을 겪게 된다. 무릇 근대 이후의 똑똑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명랑하고 이드거니 연대하면서 살고자 하는 이들은, 다종다양한 이론들에 포위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몸을 끄--고 이론을 뚫어내어 일상의 낮은 자리로 내려 앉힘을 통해 슬기-근기-온기가 수렴되는 지속 가능한 삶의 양식을 모색해 나가야 하는데, 서로 간의 차이가 만드는 서늘함의 긴장으로 이드거니 함께 길 없는 길을 걸으며 사변의 피폐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조형해 나가는 관계가 바로 동무이다. 기분과 감정이입의 차원에서 머물며 듣지 않고도 아는(말이 필요 없는!)’ 관계로서 얽혀 있는 친구가 아닌, 동무란, 섬세하고도 서늘한 버텨 듣기로써 비판적 감수성을 끊임없이 주고받는 이들이며, 동지들의 중심주의적 결집 대신 오직 동무 사이의 약속과 신뢰를 그 기반으로 삼는 까닭에, 호감과 신뢰 사이에 가로놓인 비약의 심연을 그대로 인식하고 공대하는 관계라 할 수 있다. 동무의 한 축은 말 그대로 같은 것()”없는()” 것이기에 동무를 사귀는 일은 그 위험한, 없는, 미래적인 존재 양식에 나를 견주며 겹치는 일이며, (체계로부터의 초월이 아닌) 체계와의 창의적 불화를 통해 위험한 삶을 일상화하고, 그 위험이 호출하는 전염의 자장 속, 그 열린 지평 앞으로 나를 호출해서 내 삶의 양식을 그 근간에서 뒤흔들어보는 재조합, 재구성의 실험이자, 해체와 갱생의 경험이다. 따라서 동무로서의 나는 끝없이 넘어가는 존재’, ‘전염시키는 존재’,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표준화한 위성(衛星)들을, 그들이 백귀야행(百鬼夜行)하는 인정투쟁과 냉소와 가족주의를 섭동(攝動)시키는 존재로 부름 받는다. 동무는 연인은 물론이거니와 동지나 친구에 비해서 매우 어렵고 위험한관계인데, 오직 스스로의 동무됨을 통해서만 그 메시아적 기미를 체감해 볼 수 있는 동무의 소소한 특징 몇 가지를 짚어 본다면 다음과 같다.

 

생각 대신 공부하는 이

호올로 좋아하기보다는 서로 돕는 이

구경하는 대신 몸을 끄--고 개입하는 이

영리하게 매매하기보다 현명하게 주고받는 이

타자성이라는 심연을 동정적 혜안으로 굽어볼 줄 아는 이

초월하지 않기 위해, 진리를 말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이

--생활-희망을 축으로 함께 사귀고 배우며 비평하는 이

아무리 거듭 만나도 온기가 끈끈함으로 변질될 줄 모르는 이

고백과 소문을 피하는 대신, 극진히 듣고 찰지게 대화하는 이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현명함이 속으로 고여 흐르는 슬금한 이

체계와 창의적으로 불화하고자 걸으며 체계 외부적 생산성을 얻는 이

체계가 기입시킨 상처의 우울로 체계 너머의 명랑을 빚어내는 성숙한 이

마음/기분/심리를 알면서 모른 체하기 위해 근기 있게 약속하며 지키는 이

독창성이라는 허영과 얼룩대신, 겸허한 모방이라는 인정의 무늬를 지닌 이

노릇 아닌, 생활의 무늬/삶의 태도/버릇만으로 서로를 인정하며 모방하는 이

 

김영민 지음, <영화인문학>(글항아리, 2009. 09. 02. 12), 31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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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나 연인, 동지가 아닌 동무 됨의 경지가 어떤 것인지

참으로 잘 드러내는 글이다.

 

누군가의 동무가 되기 위해서

몸을 끄--고 쉬지 않고 법고창신의 길로 매진하리라 다짐해 본다.

 

그리고

나열된 동무의 특징들을 하나씩 곱씹으며

구체적 삶의 무늬들을 만들어 본다.

 

- 향린 목회 542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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