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책임의 엄중함
아론의 아들 가운데서, 나답과 아비후가 제각기 자기의 향로를 가져다가, 거기에 불을 담고 향을 피워서 주님께로 가져 갔다. 그러나 그 불은 주님께서 그들에게 명하신 것과는 다른 금지된 불이다. 주님 앞에서 불이 나와서 그들을 삼키니, 그들은 주님 앞에서 죽고 말았다. 모세가 아론에게 말하였다. “주님께서 ‘내게 가까이 있는 이들에게 나의 거룩함을 보이겠고, 모든 백성에게 나의 위엄을 나타내리라’ 하신 말씀은, 바로 이것을 두고 하신 말씀입니다.” (레위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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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위기 10장 1-7절은 축제와 같았던 성막 봉헌식 직후에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아론의 아들들이 주님께서 금지하신 불로 제사를 드리다가 죽게 된 것입니다. 본문에서 ‘금지된 불’이라고 명명된 것은 히브리어로는 ‘에쉬 자라’(אש זרה)라고 하는데, ‘낯선 불’, ‘승인되지 않은 불’, ‘외인(外人)의 불’이라는 뜻을 지닙니다. 이 불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나답과 아비후는 제단 위에 있던 ‘야훼의 불’(레 9:24)이 아닌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마음대로 불을 가져다가 제사를 지낸 듯 합니다.
이 일로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이 현대인들의 관점으로 보는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어지는 성서 본문을 보면 가족들이 그들을 애도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습니다(6절). 하나님의 공포 정치가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듭니다.
그러나 아마도 성서 저자는 제사장직이 지니는 책임의 엄중함을 말하고자 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 드리는 것은 엄정한 절차와 예식이 있는데, 이 거룩한 일을 맡은 이가 제멋대로, 임의로 하는 것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자기 욕망이나 열광의 수단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모세와 아론의 다른 아들들에게 애도조차 못하게 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들 또한 제사장 가문이었기 때문입니다. 지도자 자리에 있는 이들의 책임이 얼마나 막중한 것인가를 보여줍니다. 한 사람의 선택과 결정으로 온 세계가 들썩거릴 수 있기 때문에, 그가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것과 같습니다. 오늘날도 지도자의 잘못된 결정으로 세계가 전쟁의 도가니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수많은 사람이 죽음에 이르는 것을 보면 왜 이렇게까지 엄한 경고를 했는지도 이해가 됩니다.
나라 일을 맡은 이들, 모든 공동체의 지도자들은 ‘익숙함’에 빠져서 하나님 앞에서의 두려움과 떨림, 역사의 책임과 무거움을 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늘 더 조심하고 신중해야 합니다.
기도: 주님! 늘 두렵고 떨리는 마음을 갖게 하여 주소서. 반복되는 일상이라 하여 쉽게 생각하거나 가벼이 여기지 않게 하소서. 매 순간 새로운 마음으로 주어진 일을 대하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