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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뜻펴기

주일예배

마주하는 하나님 세상 | 2026-03-08 | 한예은

by 유영상 posted Mar 13, 2026 Views 142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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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6-03-08

3.8 청년주일

마주하는 하나님 세상

(3:17-19; 3:17-21; 5:3-12)

 

한예은

 

 

앞서 김유경 교유가 세상에서 청년으로 살아가는 고단함에 대해 이야기 하였는데요, 저는 교회가 차별과 혐오, 불신의 상징이 된 세상에서 기독교인으로 살아가는 청년의 이야기를 전해보려 합니다.

 

안녕하세요, 향린교회 교우 여러분. 여러분 앞에서 하늘뜻펴기를 하는 저는 한예은이라 합니다.

 

작년 3월 새교우 가입식을 보며 이 교회를 다녀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이렇게 여러분 앞에서 하늘뜻펴기로 마주하고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많은 교우분들도 그러실텐데요, 새교우 가입식은 매 번 저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누군가의 꾹꾹 눌러 담은 진솔한 삶의 고백이 저를 돌아보게 하고 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고민하게 합니다. 사실 제가 이 교회를 다녀야겠다 결심한 것은 새교우분들의 고백을 숨죽여 듣고 있는 교우 여러분들의 뒷 모습이었습니다. 누군가의 말에 귀 기울이고 마음을 모으는 모습이 너무 낯설었고, 그 모습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꿈꾸었습니다.

 

제가 이 교회를 다니고 나서 신기했던 일이 있습니다. 여의도 광장에서 본 깃발이 향린교회 깃발이라는 사실입니다. 그 날은 매섭게 추운 날이었고 사람도 너무 많고 국회의원들은 답이 없던 그 날. 저는 기독교를 상징하는 깃발을 광장에서 찾고 또 찾고 있었습니다. 그 때 보았던 깃발 중 하나가 청년 예수의 깃발인데요, 이 깃발은 그 날의 저에게 큰 의미였습니다.

 

저는 왜 그 날 교회의 깃발을 찾고 있었을까요? 이걸 이야기 하려면 저에게 있어 교회가 무엇인지 설명이 필요할거 같습니다. 저에게 교회는 사랑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애증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태어나기 전부터 교회와 함께 였으며, 교회에서 먹고 자고 놀며 10대를 가득 보내고, 20대에는 기쁨과 열심을 다해 교회 봉사로 삶을 채워갔습니다. 저에게 교회란 단순한 공간을 넘어 신앙을 실천하고 하나님을 알아가는 기쁨의 공간이었죠. 하지만 교회에서 몇 발자국만 나오면 교회란 세상에서 가장 부끄러운 곳이었습니다.

 

교회의 사람들이 누군가를 쉽게 욕하고, 미워하고, 혐오하고, 이웃을 사랑하지 않으며 사랑을 말하고, 약한자에게 더 없이 잔인한 - 가장 이기적인 집단이었죠. 또한 돈과 권력이 연관되어 있는 일에는 교회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습니다.

 

그 부끄러움에 한 때는 그런 기독교인만 있는게 아니다 라는걸 전하고 싶어 그렇게 안 살려고 발버둥을 쳐보기도 했습니다. 내 삶에서 내가 실천할 수 있는건 무엇일지 고민하고, 해보고, 또 교회의 이름으로 차별하거나 혐오하는걸 비판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다 계엄이라는 한국사회의 거대한 혼란 속에서 잠잠한 교회들을 보며 속절없이 무너졌습니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 나만 유별난게 아님을 느끼고 싶어서 교회의 깃발을, 그 광장에 있을 기독교인의 존재를 찾고 있었던거지요.

 

그 때 본 청년예수의 깃발은 이 화나는 한국교회 현실에 행동하는 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주었습니다. 그 이후의 집회에서도 눈으로 그 깃발을 찾게 되더군요. 그 때의 그 깃발을 이 곳에서 조우하다니 놀랍지 않습니까? 이것이 말로만 듣던 주의 예비하심? 일하심? 여호와이레 일까요? ^^?

 

오늘 빌립보서 말씀을 나누려 합니다.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다 함께 나를 본받으십시오.” 바울이 자신을 자랑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씀에서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이 우리를 본보기로 삼은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눈여겨보십시오." 과연 누구를 눈여겨보라고 말하는걸까요?

 

저는 이 말씀에서 지난 광장에서의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절박한 마음으로 그리스도인 동지들을 찾던 그 슬픈 사람 말입니다. 여러분, 분명 그 때의 저처럼 애달픈 마음으로 누군가를 찾으며 눈여겨 보는 이가 있습니다. 여러분의 삶을 누군가가 눈여겨봅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우리의 모습이 살아갈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제가 향린에 와서 참 좋다고 느낀 말이 있는데요, 그건 우리는 하나님 나라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이 그저 옛 것이자 죽어있는 것이 아닌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역동성 있는 운동으로 다가왔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어떤 곳일까요? 어쩌면 하나님 나라는 우리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하여 눈치 채기도 어려웠던 것이 더 이상 자연스럽지 않은 곳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작년에 저는 연대캠프에 다녀왔습니다. 한국 옵티컬 공장에 가 박정혜 동지를 만나고, 현대차 공장 앞에서 이수기업 동지들을 만나고, 열사들의 묘역을 가면서 민주화와 노동에 대해 깊이 알아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는데요. 그 중에서 잊혀지지 않는 일이 있습니다.

 

캠프 주최측에서 밤에 음료와 먹거리를 준비하는데 자연스럽게 여성 동지들이 음식을 챙기고 세팅을 하고 정리를 하였습니다. 그러자 다음날, 같이 캠프에 간 여성 동지들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왜 문제를 제기하였을까요?

 

세상을 바꾸겠다고 이야기하면서 여성의 역할이 여전히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모습 그대로라면 당신들의 운동은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그 과정에서 어떠했을까요? 제가 그 앞에서 막 열을 내며 이런 말을 했을 거 같지만 부끄럽게도 사실 전혀 저는 그 문제 모습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그냥 너무 자연스러웠거든요. 저는 제도에 순응하는 게 합리적이고 편안하고 안전하다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불편한 걸 보지도 않았고 문제제기는 불편해 하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 날의 동지들의 모습은 저에게 큰 충격이었고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습니다. 나는 어떤 세상을 꿈꾸고 있는가? 내가 말하는 다른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 여러분 우리 교회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하나님 나라 운동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어떠한 곳입니까? 그 나라에서 여성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습니까? 끝없이 챙기고, 돌보고, 움직이고, 참고, 웃어 넘기는 그런 모습은 아닙니까? 그렇다면 퀴어는 어떤 모습입니까? 소외된 사람들은 어디에 서 있습니까? 여러분이 꿈꾸는 하나님 나라의 모습 속에 이들이 정말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까?

 

향린교회 교우 여러분, 우리가 만들고 싶은 세상을 우리가 있는 자리에서 먼저 만들어 갑시다.

 

교회가 소망이 되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새로운 세상의 가능성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죠. 특히 저희 세대인 청년들이 더욱 그러합니다. 세상과 다르게 살길 원하던 이들이 교회가 세상과 너무 똑같은 모습에 좌절하고 분노하며 상처입고 떠나갑니다. 나는 퀴어인데, 교회가 날 부정해. 봉사하지 않으면 믿음이 없대. 세상에서 가장 힘들게 하던 그 상사가 교회에 똑같이 있더라. 이러한 이야기는 비단 한국교회 어디서든 만나볼 수 있습니다.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것은 믿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교회에서 소망, 즉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가망이자 희망을 보지 못하는 까닭입니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미리 맛보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이제 우리가 자연스럽게 여기던 것들을 다시 돌아봅시다. 하늘에 시민권을 둔 자로 산다는 것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온 삶의 방식을 다시 묻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 삶의 방식이 세상의 이치가 아니었는지 살펴봅시다. 그리고 부단히 바꾸어나갑시다. 자연스럽다는 말로 여성의 노동을 그저 당연하게, 아름답게 여기지 맙시다. 이것은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섬김과 봉사를 누군가에 맡기지 않고 기쁨으로 함께합시다. 우리가 꿈꾸는 하나님 나라를 지금 여기에서 만들어 갑시다. 이미 왔으나 아직 오지 않은 그 나라를 함께 마주합시다. 그리하여 누군가, 멀리서 우리를 바라볼 때 위로를 줄 수 있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 겨울, 광장에서 제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끝으로, 38일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끝없이 돌봄과 노동을 이어가고 있는, 지난 명절 부단히 바쁘고 마음 편치 않았을, 자매들에게 깊은 사랑과 감사를 전합니다. 함께 침묵으로 기도하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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