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거리] 명동재개발2지구 20240627
나에게 응답해 주실 분
시편 86:1-7
1 주님, 나에게 귀를 기울이시고, 응답하여 주십시오. 나는 가난하고 궁핍한 사람입니다. 2 그러나 나는 신실하오니, 나의 생명을 지켜 주십시오. 주님은 나의 하나님이시니, 주님을 신뢰하는 주님의 종을 구원하여 주십시오. 3 내가 온종일 주님께 부르짖습니다. 주님, 나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십시오. 4 주님, 내가 진심으로 주님을 우러러봅니다. 주님의 종의 마음을 기쁨으로 가득 채워 주십시오. 5 주님, 주님은 선하시며 기꺼이 용서하시는 분, 누구든지 주님께 부르짖는 사람에게는, 사랑을 한없이 베푸시는 분이십니다. 6 주님, 나의 기도에 귀를 기울이시고, 나의 애원하는 소리를 들어 주십시오. 7 주님은 나에게 응답해 주실 분이시기에, 제가 고난을 당할 때마다 주님께 부르짖습니다.
고난당하는 이웃들과 함께하고자 오늘 기도회에 함께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주님의 평화를 빕니다. 오늘로 409일째 천막농성으로 투쟁하고 계시는 명동재개발2지구 세입자대책위원회 위에 자비하신 하나님의 은총과 가호가 늘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사진관, 주먹고기, 미용실, 구니분식, 펭귄수퍼, 노래방, 맛뜨리아, 2층식당… 부유하게 되기를 바라지도 않았지만 다만 평온한 삶을 소망하며 살아오셨다가 삶의 위기를 맞으신 세입자 분들의 삶을 주님께서 지켜주시기를 빕니다. 하루하루 건강을 지켜주시고 분노와 스트레스에 마음이 사로잡히지 않도록 보호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정의를 지키고 회복하는 투쟁의 길에 시시각각 주님께서 천사를 보내주셔서, 연대와 사랑의 힘으로, 인권과 생존권을 되찾는 그날을 맞이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자본의 탐욕으로 민중의 생존권을 갈취당한 여기 이 현장으로 달려와서 고통에 아파하는 이웃들과 함께하시는 기독교공동대책위원회에도 이 시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신앙의 고백으로 여기 아픔의 현장을 찾았습니다. 고통에 신음하는 백성들과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따라 이곳에서 민중들과 함께합니다. 아파하는 백성을 위로하고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구원역사가 바로 이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구원은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일입니다. 하나님의 구원은 죄로 말미암아 곤고해진 백성을 세상의 죄악으로부터 해방시켜주시는 일입니다. 죄는 우리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떠나지 않고 정의와 평화로 살아야 하는데, 정의와 평화의 하나님을 우리가 떠나서 발생한 것이 이 세상에 죄라는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떠나지 않고 정의와 평화로 살아왔다면, 이 사회에 정의가 없어서, 평화가 무너져서, 인권이 짓밟혀서, 생존권을 빼앗겨서 고통을 받는 이웃이 생겨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가 정의와 평화를 온전히 지켜내지 못한 결과로 이 사회의 우리 이웃이 고통당하고 있다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이것이 그리스도교 신앙인인 우리의 고백입니다. 우리의 죄 때문에 이 세상에 고난과 고통이 생겼다는 우리의 죄책고백에 따라 우리는 발걸음을 이곳으로 돌렸습니다. 자기 백성의 눈물을 닦아주시는 하나님의 구원의 약속이 이곳에서 이루어져서, 자본에 강탈당한 세입자 분들의 생존권을 되찾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우리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살아갑니다. 우리의 인생이 시간 속에서, 그리고 공간 속에서 의미충만한 삶이 되게 하기 위하여, 우리는 시간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며 또 공간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사색합니다. 누구나 태어나고 죽는다는 일정의 시간, 이 시간을 인간답게, 아름답게 살아가기 위하여 우리는 역사를 기록합니다. 역사의 교훈을 통해 인류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바람직한 미래를 설계해 나갑니다. 민중의 투쟁의 역사는 인류가 민중해방이라는 오메가포인트를 향하여 오늘 어떻게 투쟁하고 연대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줍니다. 그리고 생존권 회복을 위한 오늘의 투쟁의 기록은 우리 사회의 민중해방을 기술하는 역사로 남게 될 것입니다. 오늘로 409일째 되는 이곳 천막농성, 아니 이 농성 전부터 투쟁해온 명동재개발2지구의 투쟁의 시간은 이 사회를 구원하는 역사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연대와 삶으로 기록하는 구원의 역사입니다. 알파와 오메가의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새하늘과 새땅”의 그날을 향하여 나아가는 신앙의 역사입니다.
시간이 해방의 역사로 의미화 될 때 인류의 삶이 가치가 있는 것처럼, 공간 역시 인간의 삶으로 의미화 될 때 가치가 발생합니다. 이 우주에는, 이 지구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공간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공간이 인간에게 의미있는 공간이 아닙니다. 인간의 삶이 영위되는 공간이라야 인간에게, 우리에게 유의미할 뿐입니다. 인간의 삶이 보장되는 곳이라야 그 공간에 의미가 생겨나고 가치가 생겨나는 것입니다. 인간의 삶과 의미, 가치가 발현되는 공간에 힘이 생기는 것입니다. 화가의 예술성이 담긴 그림이 가치가 있는 것처럼, 인간의 삶이 담긴 화폭이라는 공간이 인간에게 유의미합니다. 광활한 광야와 사막은 인간의 삶을 담지하지 못하는 까닭에 의미가 없는 공간입니다. 사막의 오아시스라도 그 자연적인 공간도 아직은 의미있는 공간이 될 수 없습니다. 그 오아시스에 마을공동체가 생겨 더불어 사는 윤리가 생겨나고 공동체의 삶이 영위될 때 그 공간은 높은 가치를 보유하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공간의 가치는 인간의 삶이, 역사가, 윤리가, 행복이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이곳 명동의 한 거리에서 인간의 삶을 뿌리내리면서 이곳의 가치를 결정지어온 분들, 삶을 다 바쳐서, 마음을 다 쏟아서 이 공간의 의미를 창출해온 상가세입자들의 권리를,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오아시스를 탐하여 그 공동체의 삶을 강탈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대기업 자본의 탐욕 때문에 이곳 세입자 분들의 삶의 시간과 공간이 강탈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아시스의 샘을 독점하려고 마을을 불태우는 도적떼 같은 대기업의 행태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인류의 삶과 가치가 약육강식의 야만에 의해 파괴되는 것을 용인해서는 안 됩니다. 젠틀리피케이션, 자본이 그리는 허황된 장밋빛 환상에 눈이 멀어서, 여기 명동재개발2지구 세입자들의 삶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이 공간에서 사회적 구성원으로 살아오고 가정을 유지하면서 삶을 살아온 세입자들의 수십년의 시간이 자본의 탐욕에 잠식당해서는 안 됩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젠틀리피케이션과 자본의 도시개발 계획 때문에 쫓겨나고 빼앗긴 이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자본의 개발계획과 투자는 언제나 과도하게 모험적입니다. 재개발을 성공해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겠다고 계획했지만, 세계 자본유통의 미세한 변수 때문에, 원주민을 다 쫓아내고 밀어낸 그 공간의 계획을 철수해버리고 맙니다. 수익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개발은 중단하고 결국 남는 것은 쫓겨난 민중과 피폐해진 공간 뿐입니다. 자본은 언제 그랬냐는듯이 무책임하게 떠납니다. 대표적인 것이 2011년의 용산참사 사건 아니겠습니까? 전북 새만금 갯벌을 다 메우고 땅을 넓혀서 자본과 회사를 끌어오려고 했지만 지금 수십년이 지난 지금 그 계획은 성공했습니까? 갯벌은 썩어 생태계를 파괴하고 황량함만 남아 있습니다. 자본의 탐욕과 모험, 무책임함과 생명에 대한 경시… 더 이상 자본의 장밋빛 환상에 속아서는 안 됩니다. 명동재개발2지구 농성천막은 자본의 야만적 폭력에 맞서 우리 사회를 생명과 건강한 시민적 삶을 지키는 보루입니다.
이곳 세입자 분들의 원활한 협상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시행사와 중구청은 인간적 도리와 상식을 원칙으로 세워야 합니다. 시행사와 중구청이 자본의 논리, 강자의 논리를 따르면 우리 사회를 야만의 사회로, 오아시스를 갈취하는 도적떼의 사회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돈이 삶을 앞서서는 안 됩니다. 우리 사회의 건강한 발전은 상식 아래 세입자들의 경제활동을 보장하고 시민의 삶을 안정적으로 하는 데서 오는 것입니다. 자본이 더 큰 돈을 벌게 하는 것으로 이 사회를 발전시켜서는 안 됩니다. 인류의 시간과 공간의 아름다운 발전을 역행하는 일을 시행사와 중구청은 더 이상 도모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진선미의 숭고하고 유익하고 아름다운 사회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돈을 가진 자들이, 지방자치 행정부가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상식은 돈에 있지 않습니다. 사람의 삶에 상식이 있습니다. 공평하고 민주적인 절차와 협상 진행으로 시민의 삶을 지키는 시행사와 중구청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같은 상식적인 기대로 우리는 끝까지 연대합니다.
오늘 시편의 시는 고난으로 궁핍해진 민중이 하나님의 도우심을 바라는 기도입니다. 빼앗겨서 가난해진, 핍박 아래 힘겨운 시인에게 기도할 수 있는 힘은 하나님을 향한 신실한 믿음에서 나옵니다. 하나님은 고통받는 민중의 권리를 회복시켜주시는 분임을, 다시 소박한 민중의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시는 분임을, 시인은 믿습니다. 세입자 여러분, 민중의 아름다운 상식을 지키는 일, 빼앗긴 생존권을 다시 내놓으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일에 언제나 하나님께서 함께 하십니다. 오늘 시인의 고백이 그것을 말해줍니다. 우리의 기도에 응답해주실 하나님을 믿으며 자본과 권력 앞에 당당하시기를 빕니다. 하나님을 향한 우리 모두의 믿음 안에서, 생존권 쟁취의 연대가 더욱 깊어지고 넓어져서, 명동재개발2지구 여기의 시간과 공간 안에 하나님의 약속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우리 한 마음으로 기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