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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묵상

117. 계약을 맺으시는 하나님

 

모세는 피를 가져다가 백성에게 뿌리며 말하였다. “보십시오, 이것은 주님께서 이 모든 말씀을 따라, 당신들에게 세우신 언약의 피입니다.” 모세는 아론과 나답과 아비후와 이스라엘의 장로 일흔 명과 함께 올라갔다. 거기에서, 그들이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보니, 그 발 아래에는 청옥을 깔아 놓은 것 같으며, 그 맑기가 하늘과 꼭 같았다. 주님께서는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을 손으로 치지 않으셨으므로, 그들이 하나님을 뵈며 먹고 마셨다.(출애 2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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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이 묘사하는 하나님은 일방적으로 명령을 내리는 하나님은 아닙니다. 독재자가 아닙니다. 하나님은 당신이 선택한 백성과 계약을 맺습니다. 계약의 구성 요소에는 윤리적 삶을 추동하는 율법의 준수와 공동체의 화목을 도모하는 공동식사가 포함됩니다. 계약 의식의 한 가운데 피의 의례가 있는데, 이것은 상호 계약의 당사자가 계약을 어겼을 경우 받게 되는 벌을 뜻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생명을 상징하기 때문에 계약의 엄중함을 상징합니다.

 

일방적으로 노예 생활을 했던 이들에게 이런 계약을 맺는 하나님의 모습은 상당히 낯설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고대 사회에서 신의 존재는 무엇보다도 강력한 힘을 가지고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두려움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러나 야훼 하나님과의 이스라엘 백성들과의 계약에서는 하나님 앞에서 먹고 마시는 축제와 잔치가 벌어집니다. 두려움보다는 친밀함과 기쁨의 자리가 펼쳐지는 것입니다. 말씀(율법)과 식사의 전통은 유대-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예배에서도 이어집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유대교의 율법을 사랑에 터하여 새롭게 가르치셨고, 모든 이들을 불러 어떤 차별도 두지 않고 함께 먹고 마셨습니다. 이것이 초대교회의 예배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오늘날 21세기 예배에서도 말씀과 성찬 예전으로 보존됩니다. 말씀이 진리를 향한 이성적 추구에 한 측면이라면, 공동식사는 서로 사랑하며 나누는 감정을 다독여 줍니다. 예배 안에서 이성과 감정이 조화를 이루고, 하나님과의 약속을 하고 지키는 것도 머리와 가슴이 함께 동의하는 것입니다.

 

기도: 사랑의 하나님! 주님께서는 일방적으로 통보하시는 하나님이 아닙니다. 우리를 상대해 주시며 함께 약속을 하시고 서로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위하여 성실히 책임지시는 분이십니다. 우리 또한 몸과 마음으로 주님과의 약속을 지키는 자가 되게 하여 주소서. 주님 앞에서 올바른 삶을 살 뿐만 아니라 기쁜 마음으로 늘 축제를 열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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