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2. 08.
기도가 깊어지면 우리는 두 가지 사실을 동시에 절감하게 됩니다. 하나는 하느님의 압도적인 힘과 지혜가 피조물의 크고 작은 모든 움직임을 세밀하게 이끌고 계신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그 앞에서 피조물인 우리의 무지와 나약함이 드러난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의 죄성을 있는 그대로 철저하게 인정하는 일,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끔찍한 간극을 깨닫는 일은 기도의 삶이 꽤 깊어진 뒤에 찾아옵니다. 하지만 내 힘으로 할 수 있다는 자기충족성이 완전히 무너지고 우리의 진짜 처지를 받아들이는 단계는 그보다 더 뒤에 찾아오지요.
그전에도 영혼이 꼭 어떤 이득을 바라고 하느님을 찾지는 않지만, 기도의 정점에 이르면 영혼은 보이지 않는 분에게 완전히 의지하게 됩니다. 바로 그때 영혼은 어린아이와 같은 확신을 가지고 그분에게 청할 수 있게 됩니다. 저 높고 거룩하신 분께서 작고 고군분투하는 내 삶에 찾아오셔서 자신을 친히 건져 주시고 이끌어주시기를 말이지요.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하나로 모여 자신을 완전히 내어 맡기는 신뢰의 상태를 빚어내는 것입니다.
이블린 언더힐 지음/황윤하 옮김, <아바: 주님의 기도를 통해 배우는 그리스도인의 기도>(룩스문디, 2026. 1. 23. 초판 1쇄),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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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신학과 후배가 교회를 방문하여
내게 물은 적이 있다.
“선배는 기독교가 다른 종교와 비교해서
어떤 고유성 또는 독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나는 그때 기독교는 “신 앞에서 모든 존재의 평등”에 주목한다고 말했었다.
요즘 누군가 내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대답할 내용이 하나 더 늘었다.
기독교는 피조물의 유한성을 깊이 사유하는 종교라고.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신앙이 깊어질수록 기도하게 된다.
기도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끔찍한 간극을 깨달은 이가
온전히 자신을 주님께 맡기는 신뢰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 향린 목회 462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