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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묵상

116. 세상보다 더 세속적인

 

너희는 그들과 언약을 맺지 말아라. 그들의 신들과도 언약을 맺지 말아라. 너희는 그들을 너희 땅에서 살지 못하게 하여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들이 너희를 유혹하여 나에게 죄를 짓게 할까 염려가 된다. 너희가 그들의 신들을 섬기면, 그것이 너희를 잡는 덫이 될 것이다. (출애 23: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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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는 이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절대적 주권과 그의 계시에 토대를 둔 종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창조주와 피조물의 차이를 부각시키고, 창조된 세상은 하나님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유는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신념이 중세까지는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었지만, 인간이 과학을 통해 자연을 새롭게 이해하고, 관찰과 실험이라고 하는 방법론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고 중세 서구 유럽인들이 지니고 있던 초자연적 유신론의 지위는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자연과학의 발달, 계몽주의의 등장, 개별 국가들의 정치체제의 확립, 자본주의의 성장 등을 통해 서구 유럽 사회는 그리스도교적 세계관이 지배했던 중세로부터 급격하게 벗어나게 됩니다. 이런 현상을 학자들은 세속화라고 불렀습니다. 신 중심 세상에서 인간 중심 세상으로의 변화는 장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참된 자유를 외친 종교가 도리어 인간을 억압해 왔다는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며 종교 없는 세상이 가능하고 심지어 더 나은 세상이 아닐까 하는 분분한 논의들이 이를 말해 줍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본회퍼 목사는 긍정적인 세속화와 부정적인 세속주의를 구별합니다. 세상 속 그리스도교는 하나님의 성육신과 같이 세상 한가운데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종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과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 세속화입니다. 그러나 세속주의는 그리스도교의 높은 윤리적 이상과 가치를 훼손하면서 세상의 부정적인 영향들이 그대로 교회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자면 자본주의 세상의 맘모니즘, 승자독식의 논리, 다수의 의견과 효율성에 대한 맹목적 신뢰 같은 것입니다.

 

가나안에 정착해서 살아가야 할 신앙의 백성들에게 성경이 계속 경고하는 것은 긍정적 의미의 세속화가 아니라, 세속에 물들고 마는 세속주의입니다. 오늘날도 한국 개신교가 사회적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된 이유는 세상보다 더 세속적이기 때문입니다. 사랑과 포용, 나눔과 비움의 종교가 아니라, 배제와 혐오, 탐욕으로 가득 찬 이기적 존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신앙의 이름으로 사랑을 저버리고만 한국 개신교는 오늘 성경 말씀대로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기보다는 자본주의의 신들을 섬겼고, 바로 그것이 한국 개신교를 타락하게 한 덫이 된 것입니다.

 

기도: 거룩하신 하나님,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처럼 이 땅에서 이루어지길 빕니다. 세상 속에서 세상에 물들지 말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님의 백성들이 되게 하여 주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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