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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묵상

115. 오해

 

나의 천사가 너희 앞에서 너희를 아모리 사람과 헷 사람과 브리스 사람과 가나안 사람과 히위 사람과 여부스 사람이 있는 곳으로 인도할 것이다. 내가 그들을 전멸시키겠다. 너희는 그들의 신들에게 엎드려서 절을 하여 섬기지 말 것이며, 그들의 종교적인 관습을 본받지 말아라. 신상들을 다 부수고, 그들이 신성하게 여기던 돌기둥들을 깨뜨려 버려라. (출애 23: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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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신교의 개혁을 말할 때 반드시 짚어야 할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신앙의 기준이 되는 성경을 어떻게 읽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사랑을 말하는 그리스도교가 신앙의 이름으로 폭력을 행하는 까닭은 바로 성서를 문자적으로 읽기 때문입니다. 감정의 흥분 상태를 신앙의 열정으로 착각하고, 거기에 맹목적 믿음과 성경의 문자적 읽기가 결합되는 순간 하나님의 이름을 걸고 온갖 폭력이 일어나고 정당화됩니다.

 

출애굽을 하고 가나안에 정착하는 과정을 그린 성서 이야기에는 고대 근동에 이미 살고 있는 다양한 부족들과의 전쟁과 그들을 전멸하라는 이야기가 숱하게 등장합니다. 무지막지한 정복 전쟁을 하나님의 명령을 받들어서 행하는 거룩한 전쟁으로 묘사합니다. 같은 논리로 세계 경찰을 자임하는 미국 또한 숱하게 전쟁을 일으켜 왔습니다. 속으로는 권력을 잡고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꿍꿍이가 있으면서도 언제나 겉으로는 민주주의의 확산과 독재정권 하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의 인권을 보호한다면서 성경을 하나의 정당화 구실로 삼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성경에는 이토록 고대 근동의 다양한 부족들에 대한 혐오 발언이 가득한 것일까요? 오늘 본문에도 보면 그들의 신들에게 절하거나 그들의 종교적 관습을 본받지 말고, 신상들과 신성하게 여기는 돌기둥들을 전부 깨트리라는 명령이 있습니다. 이런 성경 말씀을 오늘날 어떻게 해석해야 적절한 것일까요?

 

이웃 종교에 대한 배타적인 정책이 마땅하다는 것으로 읽을 수 있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고대 사회에서 신들의 이야기는 곧 정치경제, 사회문화를 주도하는 일종의 담론 체계였습니다. 고대 근동에서 일찍 문명을 발달시킨 사회들은 모두 불평등한 계급과 신분 질서의 토대 위에서 우뚝 서 있었고, 그 문명을 유지하는 길은 불평등을 지속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신들의 이야기는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일종의 정당화 장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출애굽 공동체는 야훼 하나님의 평등 정신에 따라 새로운 사회를 일구려는 일종의 모험을 합니다. 따라서 계급을 나누고, 주인과 노예를 두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고, 그것이 오늘 본문처럼 표현된 것입니다. 종교 경전에 대한 심각한 오해 속에서 오늘날도 숱하게 일어나는 혐오와 전쟁, 폭력이 그치길 소망합니다.

 

기도: 하나님, 우리가 신앙의 이름으로 사랑의 하나님을 배반하는 일이 없게 하여 주소서. 사랑과 정의 없는 힘을 숭배하지 않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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