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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묵상

112. 약자 보호

 

너희는 가난한 사람의 송사라고 해서 그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려서는 안 된다. 거짓 고발을 물리쳐라. 죄 없는 사람과 의로운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 나는 악인을 의롭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너희는 뇌물을 받아서는 안 된다. 뇌물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의로운 사람의 말을 왜곡시킨다. 너희는 너희에게 몸붙여 사는 나그네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 너희도 이집트 땅에서 나그네로 몸붙여 살았으니, 나그네의 서러움을 잘 알 것이다.(출애 2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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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약자를 보호하는 법 조문들이 나열되고 있습니다. 이런 법조문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실제 세상에서는 불의한 일들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합니다. 가난한 사람은 늘 불리하고, 힘 없는 사람은 거짓 고발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죄 없는 사람과 의로운 사람이 죽임을 당합니다. 뇌물을 받고 불공정한 재판을 하며, 이주민 노동자들을 비롯하여 사회적 약자들은 늘 차별과 멸시, 심지어 묻지마 폭력에 노출됩니다.

 

인류 역사가 그래왔기 때문에 모든 법은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는 조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때로 법조차도 강자와 가진 자의 편에 서는 경우가 있지만 그렇게만 해서는 헤겔이 말한 주인-노예 변증법에 따라 사회 자체가 운영될 수 없기 때문에 대체로 약자의 처지로 언제든 굴러 떨어질 수 있는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법은 제정됩니다.

 

그런데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 로마와 같은 고대 제국에서 이런 법이 제정되고 실행될 때, 강자와 가진 자, 권력을 쥔 자들은 올바르고 공평한 재판과 시행을 통해 명예를 획득합니다. 즉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조차도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하나의 장치가 되는 것입니다. 힘에 의한 지배에서 법에 의한 지배로 바뀌는 것이지만, 지배와 피지배자의 견고한 분리와 계급 제도는 유지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구약성경의 법은 이것과 다릅니다. 사회적 약자의 자리에서 온갖 고통과 부자유와 억압과 폭력의 희생양이 되었던 이들이 제정하고 실행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동병상련의 아픔에서, 권력을 가진 자들의 횡포에 맞서서 법을 만드는 것입니다. 즉 구약성서의 법은 지배와 피지배 자체를 허물려고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법은 시혜의 산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자유로운 개인들의 안전과 평화, 평등하면서도 풍성한 삶을 위해 모두가 함께 만들고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법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는 약자가 생길 때, 우리는 법의 순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 사회에 그 어떤 누구도 약자의 자리에 서지 않을 때까지 법은 계속 수정되고 새롭게 구성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기도: 정의의 하나님, 모두가 공평한 세상이 되게 하여 주소서. 사회적 약속인 법이 올바르게 제정되고 시행되게 하여 주소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악습이 사라지게 하여 주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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