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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나눔

모든 것은 기도로부터

by phobbi posted Jan 30, 2026 Views 271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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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6-01-30

2026. 01. 30.

 

기도란 영원한 생명이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방식입니다. 최선을 다해 살고자 할 때, 즉 사랑을 선택하고 그로 인한 고통을 감내하려 할 때, 기도는 인간을 온전하게 해 주는 충만한 길을 다시 열어줍니다. 하늘과 땅이라는 두 차원이 서로에게 깃드는 관계를 움직이고 이 관계를 깊게 하며, 결국에는 완성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비실재, 허상에서 구원받습니다. 창조 과정은 그 목표에 이릅니다. 브레몽(Henri Brémond)이 말했듯 아무리 서투르고 엉성하며 빈약해 보여도 기도에는 성령의 숨결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기도는 성령의 활동을 기다리고 기대하는 태도이며 우리 삶에서 가장 신비로우면서도 가장 분명한 실재를 받아들이는 행위입니다. 달리 말해 기도는 초월자이신 하느님과 덧없는 인간이 서로를 향해 다가가는 활동입니다. 이 신비로운 실재를 묘사하려는 모든 시도는 과학자가 우주를 설명하려는 시도와 같습니다. 최악의 경우 도식에 그치고, 아무리 잘해도 상징과 암시에 머물 뿐이지요.

 

이 실재를 정의하려는 순간 실재는 달아납니다. 정신이 펼쳐놓은 그물에 붙잡히기를 거부합니다. 우리는 하느님 편에 서서 기도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할 수도 없고, 인간 편에 서서 바로 여기가 기도의 출발점이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기도는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모습으로 오지 않습니다. 우리가 자신을 하느님에게서 분리된 존재로 이해하지 않게 되는 가장 깊은 존재의 근원에서,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에 기도는 떠오릅니다. 그곳, 생각을 넘어선 자리에서 하느님께서는 피조물인 우리를 어딘가로 부르시고 가게 하십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분에 대한 응답으로서 사랑에 바탕을 둔 주의(attention), 순종, 간구가 우리 의식에 스며듭니다. 여기서 본격적으로 기도가 시작됩니다. 여기서 기도는 퍼져나가 마침내 우리 존재의 모든 차원, 우리 삶의 모든 측면을 아우릅니다. 우리와 하느님이 맺고 있는 근본적인 관계를 기도는 의식적인 표현으로 드러냅니다.

 

우리는 이러한 기도 이해를 곧잘 잊어버립니다. 우리 자신을 중심에 두고 바삐 움직이는 것을 가치 있게 여기는 삶의 태도가 신앙생활에도 들어왔기 때문이지요. 또한 우리는 표면에 머무르기를 좋아하고 깊이는 외면합니다. 내적 삶, 곧 삶의 표면 아래 우리 존재가 뿌리를 내려 방향을 다잡는 일, 영혼을 고요하게 하고 다시 숨 쉬게 하는 일, 순수한 존재를 경외하며 잠시 멈추어 서는 일을 좀처럼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거룩하신 분을 향해 끊임없이 다시 방향을 잡을 때만, 생명의 변치 않는 근원을 향해 깊이 파고들 때만 인간은 성장할 수 있고 성숙해질 수 있습니다. 씨앗은 싹을 틔우기 위해 양분을 품은 흙 속으로 가장 먼저 어린뿌리를 내립니다. 섬세한 뿌리의 끝은 빽빽한 세계를 파고들어 탐색하고 양분을 얻습니다. 그런 다음에야 새싹이 빛과 공기 속으로 솟아오르지요. 인간의 영(spirit)은 이와 같아야 합니다. 인간 안에 있는 초월적 생명이라는 작은 씨앗은 영혼의 상태에 따라 자라기도 하고 상하기도 하며, 때로는 죽기도 합니다. 싹이 되어 피어오르기 전에 먼저 가느다란 뿌리를 영의 세계 깊숙이 내려보내야 합니다. 행동에 앞서 기도가 있어야 합니다. 절대적인 아름다움과 사랑에 깊이 뿌리내릴 때만 우리는 아름다움과 사랑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세상의 추함과 죄를 치유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이러한 영적 명령을 무시해도 된다고, 뿌리를 내리지 않아도 싹을 틔울 수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에 따른 관상이 없어도 그리스도교 신앙에 따른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이상(idea)에 닿지 않아도 이념(ideology)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는 뿌리 없는 신앙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분명하게 경고합니다. 더 나아가 신약성서 전체는 (눈앞의 쓸모만을 따지는 태도를 버리고 계산 없는 눈으로 읽는다면) 영적인 것이 무엇보다 먼저라는 사실과 기도가 지닌 깊고도 신비로운 위대함을 단호하게 선언하고 있지요.

 

이블린 언더힐 지음/황윤하 옮김, <아바: 주님의 기도를 통해 배우는 그리스도인의 기도>(룩스문디, 2026. 1. 23. 초판 1),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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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유와 행동, 습관과 몸짓, 기억과 이상은 모두

깊은 기도를 통해 생명의 근원, 절대의 지평, 영원의 관점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언제나 기도가 먼저다.

 

- 향린 목회 453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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